인천시의 여론 꿰맞추기/김학준 전국부 기자(오늘의 눈)

인천시의 여론 꿰맞추기/김학준 전국부 기자(오늘의 눈)

김학준 기자 기자
입력 1995-09-26 00:00
수정 1995-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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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가 최근 내놓은 보도자료는 기자들을 아리송하게 만들었다.각 지자체에서 한창 논란이 되는 유흥업소의 영업시간 조정에 관한 것이었다.

인천시가 시민 1천7백4명의 의견을 물어보니 「영업시간 제한」을 완전 해제하자는 사람 37.1%,「새벽 2시까지 완화」 26.7%로 지금처럼 영업시간을 제한하자는 「자정까지 제한」(36.2%)보다 훨씬 많다는 내용이었다.이런 여론을 받아들여 앞으로 심야영업 제한을 풀기로 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이 조사는 조작한 것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인천시는 각 자치구마다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해 달라는 건의가 잇따르자 시민 1천명을 대상으로 여론을 조사해 그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지난 달 26일부터 지난 16일까지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지금처럼 자정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41.5%였다.완전히 해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34.2%에 불과했다.

여론조사에 앞서 이미 「제한 해제」로 방침을 확정한 시 관계자들은 난감해졌다.그러자 1백명을 대상으로 예정에 없던 전화 여론조사를다시 했다.결과는 여전히 「자정 제한」이 37%로 「해제」 31%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급해진 관계자들은 인천 정보통신센터에서 실시한 여론조사를 원용하는 기지(?)를 발휘했다.이 센터가 지난 8월말 부평구에 사는 컴퓨터통신 이용자 6백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시청의 조사와 반대로 「해제」를 지지하는 응답이 월등하게 높았다.부평구는 인천에서 가장 상권이 세고 유흥업소가 밀집된 지역이다.

관계자들은 이렇게 제각기 성격이 다른 3개의 여론조사를 억지로 조합,자신들이 미리 만들어놓은 「제한 해제」라는 결론에 맞췄다.

물론 영업시간 제한을 해제하면 그 지역의 상업이 활성화될 것이다.또 목소리가 커진 자치구의 요구를 시가 계속 거부하기 어려운 측면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여론을 이리저리 꿰맞춰,제도 개정의 명분으로 삼으려는 자세는 정도가 아니다.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도덕적 불감증이,세도등 인천에서 자주 일어나는 각종 비리의 근본 원인이 아닌지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1995-09-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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