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의 잇단 불출마 선언/서동철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의원들의 잇단 불출마 선언/서동철 정치부 기자(오늘의 눈)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5-09-25 00:00
수정 1995-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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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진의원은 요즘도 스스럼없이 『국회의원처럼 좋은 직업이 없다』고 공언한다.『예전보다 못해지긴 했지만』‘『당선된다는 보장만 있으면』이라는 두가지 단서가 따르지만….국회의원직을 선호하는 이유는 각자가 다르겠지만 국회의원으로 누리는 「재미」가 보통이 아님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그 좋다는 국회의원을 스스로 더이상 하지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민자당의 박경수·안찬희·나웅배 의원에 이어 자민련의 유수호의원이 그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선언」을 정확히 옮기면 지금 당장 의원직을 내놓겠다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것이다.따라서 이들의 불출마 공언은 다음 총선에서의 당선 가능성이 어느정도 있을 때라야 가치나 의미를 인정할 수 있다.출마해봐야 결과가 뻔하다는 상황이라면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하거나 다른 계산이 있어 취하는 일종의 제스처로 치부될 수 밖에 없다.때문에 현시점에서 이들의 「선언」을 보는 정가의 시선은 솔직히 냉소적인 쪽임을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정치판에는『정치인은 착각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는 말이 있다.주위에서 가족 친지 친구할 것 없이 모두가 말려도 막상 본인은 꼭 당선된다는 착각에 사로잡혀 출마를 하고 만다는 것이다.그래서 정치판에는 선거때만 되면 피가 끓어올라 출마하고 그래서 가산을 탕진,폐인이 되버린 「환자」얘기가 드물지 않게 돌아 다닌다.

또 우리 정치사를 돌이켜보면 당선 가능성이 없을수록 큰소리를 쳤으면 쳤지 물러나는 것을 수치로 여기는 것이 상례였다.그래서 당락 가능성은 차치하고 이번 이들의 불출마선언을 일단 의미있는 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들은 국회의원을 그만두면 사회활동에서 은퇴하는 안의원을 제외하면 농사(박의원),행정부 업무(나의원),변호사 일(유의원)등 자신의 본업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어쩌면 돌아갈 곳이 있기에 정치에서 손을 떼기로 결심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의 결심 한구석에 국회의원직이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배어있음도 부인할 수 없다.특권층으로서 국회의원이 좋던 시절은 지나갔다는 것이다.이들의 은퇴선언이 특권의 시대가 가고 국민에 봉사하는 합리적 정치 시대가 다가오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면 내년 4월 총선의 세대교체 태풍 규모를 미리 점칠 수 있게 해준다.
1995-09-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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