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단체 요구 절충… 분쟁 고비 넘겨/한약학과 신설 배경과 전망

한·약단체 요구 절충… 분쟁 고비 넘겨/한약학과 신설 배경과 전망

황진선 기자 기자
입력 1995-09-17 00:00
수정 1995-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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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의 처방·조제 분업화 초점/핵심쟁점 결정미뤄 불씨 잠복

정부가 16일 한의사회와 약사회의 의견을 절충,한약학과 신설안 등을 발표함으로써 2년 넘게 끌어온 한·약분쟁은 한 고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당국의 이번 절충안은 한방의·약도 의·약과 같이 분업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즉,의·약계가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사가 약을 조제하도록 하고 있는 것과 같이 한방의·약도 결국에는 한의사의 처방에 따라 한약사가 조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의사와 한약사 등의 수급 인력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만큼 「한의·약 발전정책협의회」를 구성해 2년 안에 인력 수급을 비롯,한의·약 발전을 위한 종합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 기본 취지다.

다만 한약학과 설립은 지난 93년에 합의된 사항인 만큼 내년에 한의과대학과 약학대학이 함께 설치돼 있는 경희대와 원광대에 20명씩 모두 40명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분쟁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특히 한약학과 설립과 함께 또하나의 핵심 쟁점인 한약조제 약사시험,즉 약사에게 한약조제 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의 출제 위원과 출제방법 등은 오는 11월 안으로 결정하기로 보류,두달 남짓안에 이를 확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또한 한의·약 분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한의·약 발전정책협의회」에서 한약사 수급문제 등을 결정하도록 했지만 이 역시 현안을 장기 과제로 넘긴 것이라는 인상이 짙다.더욱이 이경호 약정국장은 이날 오는 10월안에 한의·한약·양약계 전문가로 협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혀 협의회 구성등을 둘러싸고 계속 갈등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한약학과를 한의과대학이 아닌 약학대학 안에 설치하도록 한 것도 분쟁의 소지를 안고있다.당국은 한약과 양약의 상호 보완및 발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한의사협회는 한의과대와 한약과대를 통합하고 있는 일반적인 추세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한·약 분쟁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평행선을 그으며 계속되어온 것은 당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분석들이다.당국은 양 단체가 시위를 벌이는 등 힘의 논리를 펼 때마다 일관성 없이 기존의 중재안을 뒤집어 사태를 악화시킨 측면이 강하다.지난 5월에는 약사들의 한약 조제및 가감 범위를 놓고 양 단체의 주장에 휘둘려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다 장·차관이 동시에 물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한·약분쟁은 기본적으로 양 단체의 영역권 다툼인만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뾰족한 해결책은 있을 수 없다는 지적들이다.따라서 양 단체의 의견을 합리적으로 수렴한 뒤 한번 결정한 방침은 일관성 있게 밀고나가야만 분쟁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황진선 기자>

◎분쟁 당사자 반응/한의사회­“왜 약대에 설치하나… 수용불가”/약사회­“일단 수용… 법개정 운동은 계속”

보건복지부가 16일 한약학과를 약학대에 설치키로 확정,발표하자 한의사협회와 약사회가 모두 반발하고 나섰다.양 단체의 주장을 요약한다.

▷한의사회◁

한약학과를 약학대에 설치하도록 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며 한약학을 양약학에 종속시키겠다는 발상으로 수용할 수 없다.

지난 93년 분쟁 당시의 합의 정신은한약학을 우리의 고유 학문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었다.

「한의·약 발전정책위원회」라는 것도 한의사와 약사 등이 함께 협의해야 된다면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약사에게 한약조제자격을 부여하는 시험도 핵심 쟁점사항이었던 만큼 이번 기회에 출제위원과 출제방법을 밝혔어야 한다.

내주부터 지역별로 회원들을 동원한 집회를 통해 한약학과의 약학대내 설치 철회운동을 벌이고 22일에는 과천 청사에서 전국 규모의 집회를 갖겠다.

▷약사회◁

한약학과를 약학대안에 설치하겠다는 결정은 일단 수용하겠다.그러나 한약사 제도를 폐지하기 위한 약사법 재개정 운동은 계속하겠다.

한약학과를 설치한다는 것은 의료 일원화 및 양·한방협진체제 구축에 어긋나는 것이다.

더욱이 한약사 양성을 위한 교과과정의 90%가 기존 약대내에 설치되어 있는 만큼 한약학과 설치는 무의미하다.

한약사 제도가 도입되면 직종영역간의 구분이 모호해져 더 심각한 분쟁이 일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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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회원들의 한약사 제도 반대를 위한 과천 집회도 강행하고 약학대학 교수·약학대생 등과 연계해 투쟁을 계속하겠다.
1995-09-17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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