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석군 발견서 기적생환까지/작은 공간 발견… 막대기 넣어 생존 확인/“다친데 없나… 조금 참아라” 감격의 대화/절단기등 동원 콘크리트 걷어내자 건강한 모습이…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9일 상오 6시10분 인간승리 드라마의 「서곡」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 메아리쳤다.
그로부터 2시간10분만인 상오 8시 20분 최명석군이 극적으로 구출되면서 「영웅」탄생과 함께 한편의 「신화」가 일궈졌다.
▷발견 및 생존확인◁
최군을 맨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날 상오 6시부터 서울 도봉소방서 김명완(31)119대원 등 대원 2명과 함께 사체발굴 작업을 벌이던 성도건설 직원 김상헌(25)씨.이때가 상오 6시10분이었다.
그러나 워낙 실낱같은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긴가 민가」하다가 다시 사람의 소리를 듣고는 퍼뜩 생존자가 있다는 생각이 떠올라 동료 구조대원들과 함께 현장을 뒤진 끝에 콘크리트 더미 아래로 작은 공간을 내 신음중인 최군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한참 걸려 손으로 잔해물을 뜯어낸뒤 아래로 통할 정도의 구멍을 만든 뒤 막대기를 넣어 사람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이 상오 6시30분쯤.이때부터 처참한 폐허속에서 온 국민에게 한가닥 「빛줄기」를 비추는 생존드라마가 연출됐다.
▷구조작업◁
최군의 생존을 확인한 구조반은 이 사실을 즉각 소방 지휘본부에 알린뒤 대화를 시도했다.
『다친 데는 없어요』『예 없어요』 『이름이 뭡니까.나이는』 『최명석입니다.스물한살,백화점 직원입니다.빨리 살려주세요』『생존자는 더 없습니까』『현재는 없지만 주위에 다른 생존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구조본부는 상오 7시15분쯤 유압절단기·산소용접기·해머드릴 등 장비와 함께 구조대원들을 현장으로 보내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들어갔다.
구조대는 일단 구멍속으로 물수건 등을 넣어준뒤 『조금만 더 버텨달라』『돌이 떨어질 우려가 있으니 피할 수 있도록 가능한한 몸을 낮추라』고 알려줬다.
얽히고 설킨 콘크리트 상판을 해머드릴로 절단하고 겹겹이 쌓여있는 철근과 쇠파이프 등도 유압절단기와 산소절단기를 이용해 하나씩 걷어냈다.
신음소리가 들린지 2시간 20분만인 상오 8시20분 최군의 초췌한,그러나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 비쳤다.사고 발생 2백30시간만이었다.구조대원들은 최군의 눈을 가린뒤 조심스럽게 밖으로 끌어냈다.
많은 구조대원과 실종자 가족,보도진은 통로주변에 몰려 있다가 최군이 실려나오자 한참 쏟아지던 장대비를 무색케할 정도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일요일 아침 TV 앞에 모여있던 많은 국민들도 아침식사를 거른채 최군이 구조되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가슴졸이며 지켜봤다.
▷병원주변◁
최군은 매몰현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응급의료진으로부터 간단한 검사를 받은 뒤 곧바로 강남성모병원으로 후송됐다.
최군은 상오 8시45분쯤 의사 20여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3층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 병원 김민철 원장은 『최군의 건강상태가 예상밖으로 매우 양호하며 1주일쯤 치료를 받으면 퇴원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하오 1시쯤 최군의 집이 있는 광명시 전재희 시장이 병실로 찾아와 최군의 쾌유를 빌며 가족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최군을 만나러 백화점에 들렀다가 가까스로탈출에 성공한 최군의 친구 이강선(용인대 2년)군은 『네가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니…』라고 등을 어루만지며 『몸이 다 나으면 술이나 실컷 먹자』고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
▷실종자 주변표정◁
실종자 가족들은 최군이 이날 극적으로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들의 일처럼 흥분하며 나머지 실종자들도 혹시나 살아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실종자 최문숙씨(25·여·A동 폴로매장 직원)의 언니 봉안씨(32)는 『지난달 29일 사고 발생 이후 동생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한번도 버린 적이 없다』면서 『최군이 구조된 곳은 동생이 일하던 지점이라 아침에 최군의 구조소식을 듣고 마치 동생이 살아온 듯 기뻤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자 전인숙씨(41·여·A동 미스가와 아동매장 직원)의 노모 백덕순 할머니(70·강서구 화곡동)도 『충격을 받을까봐 아들이 현장에 못오게 했는데 최군의 생존소식을 듣고서는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이곳에 달려 왔다』고 뛰는 가슴을 달랬다.
한편 실종자 가족 4백여명은 이날 하오 2시쯤 반포대교로 몰려가 「정부가 책임지고 우리 아들딸 찾아내라」「우리 엄마들은 단식으로 대통령께 호소한다」「대통령령으로 발굴작업을 지시하라」고 쓴 피켓을 앞세우고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박용현·김성수·이순녀 기자>
○최명석군 구조 시간대별 상황
▷상오6시 A동◁
지상2층 천장 잔해를 들어내고 여자시신 발굴작업 시작.
▷상오6시10분◁
시신발굴 지점 근처에서 『여기 사람 있어요』라는 최군의 첫번째 구조요청 들림.
▷상오6시20분◁
최군 두번째 구조요청.
▷상오6시30분◁
지름 20㎝가량 구멍을 통해 최군의 왼손 확인.
▷상오6시35분◁
나무막대를 구멍속에 넣어 생존확인.
▷상오6시35분∼7시◁
최군과의 대화를 통해 신분을 확인하고 또다른 생존자 및 사망자 확인.본부에 추가구조대 긴급요청.구조복·담요·식수등을 구멍을 통해 넣어주고 빈 공간의 붕괴위험성 등을 고려,조심스럽게 수작업으로 구조통로 개설.
▷상오7시◁
슬래브를 잘라내며 본격적인 구출작업 시작.
▷상오7시20분◁
추가 구조대원 50여명 도착.
▷상오8시◁
슬래브 절단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구조대원이 상체를 매몰공간속으로 넣어 최씨의 눈을 담요로 감싸는 등 안전조치.
▷상오8시20분◁
구출,강남성모병원으로 후송.
◎최명석군 첫 발견 김상헌씨/작업교대시간 구조요청 소리…
『처음엔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너무 희미해 긴가민가했습니다.때마침 교대시간이어서 중장비작업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아찔할 뿐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삶에 대한 의지하나로 11일을 버텨온 최명석(20)군의 생존을 처음 확인한 성도건설 김상헌(25) 주임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씨와의 일문일답.
발견 당시 상황은.
▲상오 6시10분쯤 백화점 A동 2층 상판슬래브밑에 여자시신이 깔려있는 것을 보고 압축기로 주위를 판 뒤 가로 5m,세로 7m 크기의 슬래브를 1.5m가량 잘라내려 했다.이때 갑자기 실낱같은 신음소리가 들렸다.잘못 들은 것같아 10분정도 작업을 계속 했을때 앞쪽에서 하얀 물체가 보여 시체인줄 알고 손전등으로 비춰보니 석면더미여서 뒤돌아서려는 순간다시 한번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견 당시 했던 작업은.
▲4명이 함께 여자시체를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마침 작업반 교대시간이어서 다른 곳에서는 중장비작업을 하지 않아 비교적 소음이 적은 상태였다.<이순녀 기자>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9일 상오 6시10분 인간승리 드라마의 「서곡」이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현장에 메아리쳤다.
그로부터 2시간10분만인 상오 8시 20분 최명석군이 극적으로 구출되면서 「영웅」탄생과 함께 한편의 「신화」가 일궈졌다.
▷발견 및 생존확인◁
최군을 맨처음 발견한 사람은 이날 상오 6시부터 서울 도봉소방서 김명완(31)119대원 등 대원 2명과 함께 사체발굴 작업을 벌이던 성도건설 직원 김상헌(25)씨.이때가 상오 6시10분이었다.
그러나 워낙 실낱같은 소리를 들었기 때문에 「긴가 민가」하다가 다시 사람의 소리를 듣고는 퍼뜩 생존자가 있다는 생각이 떠올라 동료 구조대원들과 함께 현장을 뒤진 끝에 콘크리트 더미 아래로 작은 공간을 내 신음중인 최군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한참 걸려 손으로 잔해물을 뜯어낸뒤 아래로 통할 정도의 구멍을 만든 뒤 막대기를 넣어 사람이 살아있음을 확인한 것이 상오 6시30분쯤.이때부터 처참한 폐허속에서 온 국민에게 한가닥 「빛줄기」를 비추는 생존드라마가 연출됐다.
▷구조작업◁
최군의 생존을 확인한 구조반은 이 사실을 즉각 소방 지휘본부에 알린뒤 대화를 시도했다.
『다친 데는 없어요』『예 없어요』 『이름이 뭡니까.나이는』 『최명석입니다.스물한살,백화점 직원입니다.빨리 살려주세요』『생존자는 더 없습니까』『현재는 없지만 주위에 다른 생존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구조본부는 상오 7시15분쯤 유압절단기·산소용접기·해머드릴 등 장비와 함께 구조대원들을 현장으로 보내 본격적인 구조작업에 들어갔다.
구조대는 일단 구멍속으로 물수건 등을 넣어준뒤 『조금만 더 버텨달라』『돌이 떨어질 우려가 있으니 피할 수 있도록 가능한한 몸을 낮추라』고 알려줬다.
얽히고 설킨 콘크리트 상판을 해머드릴로 절단하고 겹겹이 쌓여있는 철근과 쇠파이프 등도 유압절단기와 산소절단기를 이용해 하나씩 걷어냈다.
신음소리가 들린지 2시간 20분만인 상오 8시20분 최군의 초췌한,그러나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 비쳤다.사고 발생 2백30시간만이었다.구조대원들은 최군의 눈을 가린뒤 조심스럽게 밖으로 끌어냈다.
많은 구조대원과 실종자 가족,보도진은 통로주변에 몰려 있다가 최군이 실려나오자 한참 쏟아지던 장대비를 무색케할 정도로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일요일 아침 TV 앞에 모여있던 많은 국민들도 아침식사를 거른채 최군이 구조되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가슴졸이며 지켜봤다.
▷병원주변◁
최군은 매몰현장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응급의료진으로부터 간단한 검사를 받은 뒤 곧바로 강남성모병원으로 후송됐다.
최군은 상오 8시45분쯤 의사 20여명으로 구성된 의료진의 진료를 받고 3층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이 병원 김민철 원장은 『최군의 건강상태가 예상밖으로 매우 양호하며 1주일쯤 치료를 받으면 퇴원할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하오 1시쯤 최군의 집이 있는 광명시 전재희 시장이 병실로 찾아와 최군의 쾌유를 빌며 가족들에게 축하의 말을 전했다.
최군을 만나러 백화점에 들렀다가 가까스로탈출에 성공한 최군의 친구 이강선(용인대 2년)군은 『네가 죽은 줄 알았는데 살아있다니…』라고 등을 어루만지며 『몸이 다 나으면 술이나 실컷 먹자』고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
▷실종자 주변표정◁
실종자 가족들은 최군이 이날 극적으로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자신들의 일처럼 흥분하며 나머지 실종자들도 혹시나 살아있지 않을까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실종자 최문숙씨(25·여·A동 폴로매장 직원)의 언니 봉안씨(32)는 『지난달 29일 사고 발생 이후 동생이 살아 있다는 희망을 한번도 버린 적이 없다』면서 『최군이 구조된 곳은 동생이 일하던 지점이라 아침에 최군의 구조소식을 듣고 마치 동생이 살아온 듯 기뻤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실종자 전인숙씨(41·여·A동 미스가와 아동매장 직원)의 노모 백덕순 할머니(70·강서구 화곡동)도 『충격을 받을까봐 아들이 현장에 못오게 했는데 최군의 생존소식을 듣고서는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이곳에 달려 왔다』고 뛰는 가슴을 달랬다.
한편 실종자 가족 4백여명은 이날 하오 2시쯤 반포대교로 몰려가 「정부가 책임지고 우리 아들딸 찾아내라」「우리 엄마들은 단식으로 대통령께 호소한다」「대통령령으로 발굴작업을 지시하라」고 쓴 피켓을 앞세우고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다.<박용현·김성수·이순녀 기자>
○최명석군 구조 시간대별 상황
▷상오6시 A동◁
지상2층 천장 잔해를 들어내고 여자시신 발굴작업 시작.
▷상오6시10분◁
시신발굴 지점 근처에서 『여기 사람 있어요』라는 최군의 첫번째 구조요청 들림.
▷상오6시20분◁
최군 두번째 구조요청.
▷상오6시30분◁
지름 20㎝가량 구멍을 통해 최군의 왼손 확인.
▷상오6시35분◁
나무막대를 구멍속에 넣어 생존확인.
▷상오6시35분∼7시◁
최군과의 대화를 통해 신분을 확인하고 또다른 생존자 및 사망자 확인.본부에 추가구조대 긴급요청.구조복·담요·식수등을 구멍을 통해 넣어주고 빈 공간의 붕괴위험성 등을 고려,조심스럽게 수작업으로 구조통로 개설.
▷상오7시◁
슬래브를 잘라내며 본격적인 구출작업 시작.
▷상오7시20분◁
추가 구조대원 50여명 도착.
▷상오8시◁
슬래브 절단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구조대원이 상체를 매몰공간속으로 넣어 최씨의 눈을 담요로 감싸는 등 안전조치.
▷상오8시20분◁
구출,강남성모병원으로 후송.
◎최명석군 첫 발견 김상헌씨/작업교대시간 구조요청 소리…
『처음엔 「살려달라」는 목소리가 너무 희미해 긴가민가했습니다.때마침 교대시간이어서 중장비작업이 대부분 중단된 상태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아찔할 뿐입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삶에 대한 의지하나로 11일을 버텨온 최명석(20)군의 생존을 처음 확인한 성도건설 김상헌(25) 주임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씨와의 일문일답.
발견 당시 상황은.
▲상오 6시10분쯤 백화점 A동 2층 상판슬래브밑에 여자시신이 깔려있는 것을 보고 압축기로 주위를 판 뒤 가로 5m,세로 7m 크기의 슬래브를 1.5m가량 잘라내려 했다.이때 갑자기 실낱같은 신음소리가 들렸다.잘못 들은 것같아 10분정도 작업을 계속 했을때 앞쪽에서 하얀 물체가 보여 시체인줄 알고 손전등으로 비춰보니 석면더미여서 뒤돌아서려는 순간다시 한번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견 당시 했던 작업은.
▲4명이 함께 여자시체를 꺼내는 작업을 하고 있었으며 마침 작업반 교대시간이어서 다른 곳에서는 중장비작업을 하지 않아 비교적 소음이 적은 상태였다.<이순녀 기자>
1995-07-1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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