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투표날… 그동안을 뒤돌아보며(박갑천 칼럼)

내일 투표날… 그동안을 뒤돌아보며(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5-06-26 00:00
수정 1995-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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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공 임방의 「천예록」은 그 내용이 「믿거나 말거나」쪽.황당한게 많다.그런데 개중에는 실존인물의 사례를 든것도 있다.나중에 가선대부까지 오르는 홍내범의 얘기도 그중의 하나이다.

홍내범이 염병에 걸려 10여일 앓다가 죽는다.시신을 관위에 올려놓았는데 갑자기 굴러 떨어지더니 살아났다.다음은 살아난 그가 한 말.­꿈이었다.어떤 관아에 이르렀다.아전과 졸개들이 앉아있었는데 쇠머리에 짐승얼굴을 한 야차와 나찰들이 서있다가 뛰쳐나와 그를 붙잡아갔다.검은옷의 아전이 소리친다.『…네가 늘 선비를 비방하고 천당과 지옥을 믿지않으며 제생각만을 고집했으니 지옥에 가서 만겁이 지나도 못나가게 하리라』

덴겁하여 우두망찰해 있는데 금빛보살이 웃음지으면서 말했다.자기가 불러오라고 한 자는 전주에 사는 홍아무개인데 잘못 데려왔노라고.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이곳을 한번 보고 나가서 인간세상에 전하라고 덧붙인다.귀졸이 그를 데리고 한곳에 이르니 「화목하지 못한 자의 죄를 다스리는 감옥」이라 쓰여있다.불을 피워놓고 죄인을꿇어앉히더니 불속에서 쇠꼬챙이를 꺼내어 열번도 넘게 눈알을 지진 다음 매달았다.『저들은 세상에 있을때 형제간이나 사람들과 화목하지 못한채 오직 재물만 걸태질해서 이런 옰을 받는 것이오』

또 한곳에 이르니 「말을 꾸며하는 자의 죄를 다스리는 감옥」이라 쓰여 있다.날카로운 칼로 혀를 찌른 다음 기둥에 매다니 혀가 한자 남짓 빠지면서 눈알이 튀어나왔다.세상 살때 교묘하게 혀를 놀린 자들이 받는 형벌이라는 것이었다.

다시 데리고 간 곳은 「세상을 속인 자의 죄를 다스리는 감옥」.죄인을 발가벗긴 다음 가슴살을 도려내어 아귀에게 먹이고 있다.이들은 세상에서 겉으로는 온갖 좋은말로 청렴결백한 체하면서도 군단지럽게 뇌물을 받거나 백성의 피를 빤 자들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얘기를 쓴 문희공 자신도 황당하나 세상을 경계하는 뜻은 있다고 말한다.그렇다.평상시도 그렇지만 특히 지나온 선거열풍을 뒤돌아보면서 이 「황당한 얘기」를 생각한다.욕지거리하고 흑책질로 다미씌우면서 앞짧은 소리를 뻔드럽게 나불거린 사람들.이지옥 어느감옥에선가 아픔에 못견뎌 소리소리 질러대야 할 사람이 어디 하나둘인가.



내일이 투표날이다.지옥에서 비명지를 사람에게는 표를 주지 말아야겠다.선거문화의 모습이 달라져야 한다.그 차원을 높이는 길은 유권자의 현명에 있다.
1995-06-26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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