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고비마다 새주문… 합의 늦어져/남북 쌀회담 타결 뒷 얘기

북,고비마다 새주문… 합의 늦어져/남북 쌀회담 타결 뒷 얘기

이목희 기자 기자
입력 1995-06-22 00:00
수정 199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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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10여회 대좌… 40시간 마라톤 실랑이/쌀 전달방식·회담대표 호칭문제 싸고 설전

지난 17일부터 북경에서 진행된 남북 쌀회담은 상·하오,그리고 밤에서 새벽까지 하루 2∼3차례씩 회담을 강행군,연 회담횟수 10여회,회담시간 40여시간에 이르는 마라톤협상이었다.

남북 양측 대표는 연일 새벽까지 이어진 회담에 모두 지쳤지만 회담에 쏠린 관심을 감안,잠시도 주의를 흩뜨릴 수 없었다.

당초 주초 끝나리라던 회담이 늦어진 이유는 북한측의 본국 훈령접수절차가 복잡한데다 얘기가 잘돼갈 만하면 턱도 없는 제안을 다시 내놓았기 때문이라고 한 관계자가 설명했다.

우리 대표단이 이번 회담과정을 통해 보안을 강조한 것은 주지의 사실.북경 현지의 이석채재정경제원차관이 서울로 보고하는 통로는 권령해안기부장·한승수청와대비서실장을 통해 김영삼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고위단선 라인.이 핵심인사 외에는 아무도 회담진행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다.

마라톤회담을 하다보면 본국의 훈령도 하루 수차례씩 받아야 한다.우리는 몇시간이면 청와대의 결재까지 받은 훈령이 전달되지만 북한쪽은 새 훈령을 받으려면 빨라야 반나절,보통 하루씩 걸려 회담에 시간이 걸렸다는 것이다.

북한은 또 지난 18일 회담에서는 『남쪽이 그렇게 여유가 있다면 1백만∼2백50만t의 쌀과 함께 잡곡도 달라』고 억지를 부리기도 했다.

19일 회담에서는 쌀을 전달하는 방식을 놓고 설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진다.우리측이 원산지표시삭제,제3국선박이용 등을 수용했음에도 북한측은 『5만t,10만t 식으로 나누어주지 말고 한꺼번에 달라』고 요구했다.우리는 15만t을 한꺼번에 무상지원하는 대신 7월중순 2차회담 개최를 받아냈다.

우리는 또 지원된 쌀의 상환방식에 대해서도 『북한측에 일임하겠다』고 밝혀 실질적으로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데 합의가 이루어졌다.

회담이 성패의 고비에 놓인 긴박한 순간은 20일 하오.북측의 전금철이 『남한이 자꾸 조건을 다는 것 같아 기분나쁘다』면서 회담장을 한때 나간 것으로 알려져 『회담이 결렬됐다』는 추측이 강하게 나돌기도 했다.

이에 우리측은 이날밤 『합의주체에 당국자를 포함시키는 것은 양보하지 말라』는 최후통첩성 훈령을 보냈고 북한대표단이 이를 수용할 듯해 21일 새벽 타결이 기정사실로 비쳐졌다.

그러나 북한은 전금철의 호칭을 「대외경제협력위 고문」으로 한 합의문에 가서명한 뒤 본국의 훈령이 다시 필요하다고 밝혀 21일 상오부터 다시 문안작성회의가 마지막으로 한차례 더 열려야 했다.<이목희 기자>
1995-06-2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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