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음악회(외언내언)

청와대 음악회(외언내언)

송정숙 기자 기자
입력 1995-05-30 00:00
수정 199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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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 저녁 싱그러운 녹음내 속에 열린 청와대 녹지원에서의 「열린 음악회」는 아주 보기가 좋았다.특히 2천5백여명에 이르는 관객의 흥에 겨운 박수장단과 어깨짓은 시청자까지 즐겁게 만들었다.특정의 선택된 계층이 아닌,그냥 「이웃」일 뿐인 관객이 주눅도 안들고 활달하게 노래를 따라부르고 장단을 맞췄으며 주저없이 「앙코르」를 외쳐댔다.

한 방송의 좋은 프로그램이 청와대 뜰로 옮겨서 이웃을 위로하는 일도 쉽지 않지만 거기 초대된 수천명의 보통시민이 대통령과 더불어 동요를 부르고 민요를 부르고 가곡을 부르고 「뽕짝」가요도 부른 이날의 「열린 음악회」는 열린 사회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준 기회였다.

그 중에도 백미는 가수 인순이의 노래와 「응석」이다.탁월한 가창력으로 청중을 휘어잡은 솜씨도 좋았지만 대통령 내외의 파안대소를 이끌어낸 『칼국수가 먹고싶다』는 응석은 일품이었다.온 국민이 하고싶은 말을 그가 응석에 섞어 토로한 셈이다.우리 모두 알다시피 가수 「인순이」는 우리의 슬픈 역사에 드리운 한 가닥의 비극에서 태어나 설움속에 자라난 우리의 딸이다.그가 이렇게 그늘없이 성장하여 당당하게 재능을 발휘하며 아주 거칠 것 없이 하고 싶은 말을 털어놓는 모습이 우리를 기쁘게 한다.그런 그가 대견해서 온 얼굴 가득한 웃음으로 화답한 대통령 모습도 친화로웠다.

근처에서 40년을 살아왔지만 청와대 뜰이란 곳을 들어와 보기는 처음이라는 사직동 주민의 증언처럼 이런 일은 건국이후 처음 있은 일이다.그것이 가능한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이다.음악회가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는 수도 없이 옮겨다니며 「이웃들」의 얼굴을 비췄다.한결같이 여성은 화사하고 남성은 끼끗하며 아이들은 잘 생겼다.

가곡에서 랩에 이르기까지 늠름하게 따라 부르며 흔연하게 어울리는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주는』 이런 음악회가 열린 녹지원의 저녁이 좋았다.<송정숙 본사고문>

1995-05-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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