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8년 전쟁중의 사이공을 본 눈으로 오늘의 하노이와 만나는 것은 많은 감회를 느끼게 한다.무엇보다도 그때 「월맹」이라는 이름으로 대치했던 적대세력의 실체가 어떠했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일이 고소를 머금게 한다.하노이사람들은 조그만 체격이 다부지고 질기고 영악하다.그리고 매우 호전적이다.
하롱베이로 가는 길에는 그런 모습의 베트남 인민들이 열매처럼 다글다글하게 열려 있었다.하롱베이는 우리에게 「인도차이나」라는 영화로 알려진 아름다운 만이다.3천개나 되는 석회암의 섬들이 에메랄드 빛 바다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용이 누운 것 같은 형상의 기막힌 경색의 만이다.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 위해 돈맛을 안 암팡지고 영악한 사회주의 베트남 인민들이 엉겨붙어 있고 어른보다 더 야무진 2세들도 합세하고 있다.
학교는 『부모님이 돈부터 벌어오라고 해서』 집어치웠다는 열네살짜리 구두닦이 소년은 밤 11시에도 여행객의 신발을 벗겨간다.값은 『1달러!』.그들의 조상이 13세기에 바다를 타고 침략해 온 몽골군을3번씩이나 기지의 전술로 물리쳤다는 자랑스런 역사를 가진 백등강나루에서는 5살도 채 안된 유아기의 어린이가 바나나 한송이를 내밀며 말한다.『마담,텐사우센드 동!』.베트남돈 1만동은 1달러다.그걸 안사면 죄를 받을 것 같아 값을 치르고 받아 들었더니 아주 분명한 발음으로 어린이는 말했다.『메르시!』.흑요석처럼 맑고 깜찍하게 예쁜 얼굴이다.그 뒤에서 그의 어머니임이 분명해 보이는 여인이 이번에는 다른 상품을 쥐어주었고 그 아기 장사꾼은 다시 젖내나는 음성으로 『텐 사우센드 동…』을 뇌며 저쪽으로 아장아장 걸어간다.
가슴아프다.옛날 그와 비슷했던 우리 처지를 회상하게 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많은 예쁘고 영특한 아이들을 길에 내세워 「1달러!」벌이를 시켜야 하는 오늘의 하노이 현실이 가슴아프다.혁명에 성공한 그들도 다른 여느 발전도상국과 꼭같은 과정을 생략없이 겪고 있다는 사실도 서글프다.프랑스도 미국도 중국까지도 이 맹랑한 나라에 물리고는 오금을 못썼다.그 거인들이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체면을 유지하고 빠져나갈까 고민하게 만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달아나게 만든 것이다.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그 금욕적인 이념의 덕이 아니었을까.그걸 저버려가며 의무교육도 못마친 어린 싹들을 「1달러」벌이로 먼지나는 길가에 도열시켜야 한다는 것은 남의 일이지만 우울하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이 만든 소책자를 보면 그들의 국민학교 취학률은 95%지만 이후 중등과정의 진학은 40%만이 하고 있다고 한다.놀랄만한 검소함과 금욕이 그들을 지탱해 온 지주였던 것에 비하면 경제발전이 최우선의 덕목이 된 오늘의 정신적 혼란을 그들은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하롱베이로 가는 확장되는 도로변 집들은 거의 모두가 길로 향해 가게를 열고 있다.물건이라야 빈약한 좌판수준이거나,위생이나 볼품에 대한 고려가 전혀 안된 쌀국수정도가 몇개의 의자와 함께 놓여 있을 뿐이다.그리고 의외로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당구장이다.그런 당구대에는 어김없이 깜깜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귀가할 생각을 않는 것 같은 청소년들이 그득그득 둘러싸고 있다.맨발이거나 슬리퍼뿐인 발에 헐렁한 바지와 셔츠차림의,윤끼도 장식기도 전혀없는 청소년들이 당구놀이에 이렇게 탐닉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강이 많고 겨울이 없는 베트남은 중부 이북에서는 2모작이,남쪽에서는 3모작이 가능한 나라다.그래도 만년 식량부족으로 한해에 수십만t을 수입해 와야 했는데 개방정책을 실시한 이후로 지난 해에는 2백5십만t의 쌀을 수출해서 세계에서 3번째 쌀 수출국이 되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강과 호수가 많은 이 나라에서는 물이 가장 큰 자원임을 알 수 있다.그러나 하노이 중심가조차도 도로에 하수도 공사가 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모든 생활오수가 바다로 강으로 직접 뚫린 길을 따라 곧장 흘러드는 것 같다.
경제적 도덕성의 지표인 환경오염과 정신적 도덕성의 기본인 윤리의식이 극도의 혼란을 예측시키며 달리고 있는 길.베트남에 속했지만 신이 인류에게 함께 즐기도록 마련했을 그 아름다운 바다를 향해 가는 길에는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고 있었다.<하노이에서=본사 고문>
하롱베이로 가는 길에는 그런 모습의 베트남 인민들이 열매처럼 다글다글하게 열려 있었다.하롱베이는 우리에게 「인도차이나」라는 영화로 알려진 아름다운 만이다.3천개나 되는 석회암의 섬들이 에메랄드 빛 바다에 보석처럼 박혀 있다.용이 누운 것 같은 형상의 기막힌 경색의 만이다.이곳을 찾는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를 하기 위해 돈맛을 안 암팡지고 영악한 사회주의 베트남 인민들이 엉겨붙어 있고 어른보다 더 야무진 2세들도 합세하고 있다.
학교는 『부모님이 돈부터 벌어오라고 해서』 집어치웠다는 열네살짜리 구두닦이 소년은 밤 11시에도 여행객의 신발을 벗겨간다.값은 『1달러!』.그들의 조상이 13세기에 바다를 타고 침략해 온 몽골군을3번씩이나 기지의 전술로 물리쳤다는 자랑스런 역사를 가진 백등강나루에서는 5살도 채 안된 유아기의 어린이가 바나나 한송이를 내밀며 말한다.『마담,텐사우센드 동!』.베트남돈 1만동은 1달러다.그걸 안사면 죄를 받을 것 같아 값을 치르고 받아 들었더니 아주 분명한 발음으로 어린이는 말했다.『메르시!』.흑요석처럼 맑고 깜찍하게 예쁜 얼굴이다.그 뒤에서 그의 어머니임이 분명해 보이는 여인이 이번에는 다른 상품을 쥐어주었고 그 아기 장사꾼은 다시 젖내나는 음성으로 『텐 사우센드 동…』을 뇌며 저쪽으로 아장아장 걸어간다.
가슴아프다.옛날 그와 비슷했던 우리 처지를 회상하게 하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그러나 무엇보다도 그 많은 예쁘고 영특한 아이들을 길에 내세워 「1달러!」벌이를 시켜야 하는 오늘의 하노이 현실이 가슴아프다.혁명에 성공한 그들도 다른 여느 발전도상국과 꼭같은 과정을 생략없이 겪고 있다는 사실도 서글프다.프랑스도 미국도 중국까지도 이 맹랑한 나라에 물리고는 오금을 못썼다.그 거인들이 어떻게 하면 최소한의 체면을 유지하고 빠져나갈까 고민하게 만들고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달아나게 만든 것이다.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그 금욕적인 이념의 덕이 아니었을까.그걸 저버려가며 의무교육도 못마친 어린 싹들을 「1달러」벌이로 먼지나는 길가에 도열시켜야 한다는 것은 남의 일이지만 우울하다.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이 만든 소책자를 보면 그들의 국민학교 취학률은 95%지만 이후 중등과정의 진학은 40%만이 하고 있다고 한다.놀랄만한 검소함과 금욕이 그들을 지탱해 온 지주였던 것에 비하면 경제발전이 최우선의 덕목이 된 오늘의 정신적 혼란을 그들은 어떻게 소화할 것인가.하롱베이로 가는 확장되는 도로변 집들은 거의 모두가 길로 향해 가게를 열고 있다.물건이라야 빈약한 좌판수준이거나,위생이나 볼품에 대한 고려가 전혀 안된 쌀국수정도가 몇개의 의자와 함께 놓여 있을 뿐이다.그리고 의외로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당구장이다.그런 당구대에는 어김없이 깜깜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귀가할 생각을 않는 것 같은 청소년들이 그득그득 둘러싸고 있다.맨발이거나 슬리퍼뿐인 발에 헐렁한 바지와 셔츠차림의,윤끼도 장식기도 전혀없는 청소년들이 당구놀이에 이렇게 탐닉하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
강이 많고 겨울이 없는 베트남은 중부 이북에서는 2모작이,남쪽에서는 3모작이 가능한 나라다.그래도 만년 식량부족으로 한해에 수십만t을 수입해 와야 했는데 개방정책을 실시한 이후로 지난 해에는 2백5십만t의 쌀을 수출해서 세계에서 3번째 쌀 수출국이 되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강과 호수가 많은 이 나라에서는 물이 가장 큰 자원임을 알 수 있다.그러나 하노이 중심가조차도 도로에 하수도 공사가 되어 있지 않아 보인다.모든 생활오수가 바다로 강으로 직접 뚫린 길을 따라 곧장 흘러드는 것 같다.
경제적 도덕성의 지표인 환경오염과 정신적 도덕성의 기본인 윤리의식이 극도의 혼란을 예측시키며 달리고 있는 길.베트남에 속했지만 신이 인류에게 함께 즐기도록 마련했을 그 아름다운 바다를 향해 가는 길에는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고 있었다.<하노이에서=본사 고문>
1995-02-2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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