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물·물… 가까운 고마움 잊어서야(박갑천 칼럼)

물·물·물… 가까운 고마움 잊어서야(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5-02-15 00:00
수정 1995-02-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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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있다 해도 너무 큰 대상은 보지 못한다.「절대자­섭리」의 존재를 못보는 것도 그 때문이다.어김없이 주야와 사시를 운행하고 있건만 볼 수가 없다.너무 큰 것이다.땅바닥의 불개미가 과연 사람을 보는 것일까.밟으면 죽게 돼 있는 존재인데도 못보는 것과 다를 것 없다 하겠다.

보지 못하는 것은 또 있다.너무 가까우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주먹을 눈으로 바싹 갖다대보자.그게 주먹인지 돌인지 알길이 없다.눈동공의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이 속눈썹이건만 그게 안보인다.공기는 좀 가까운 곳에 있는가.하건만 보지 못한다.시각으로서만이 아니라 지각으로서도 그러하다.못보며 잊고들 산다.

가깝고도 소중한 존재를 그렇게 바로보지 못하는 것은 한두가지가 아니다.조상이나 어버이 은혜도 그중 하나라고 하겠다.『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인지 흔히들 몽총하게 넘겨버린다.없으면 죽게 돼 있는 공기의 존재를 잊고 사는 것과 같다.그게 사람의 얄싸한 속성이란 말인지.

「장자」에 이런 우화가 보인다.­장주가 감하후에게 곡식을 빌리러간다.가는 도중 수레자국으로 패어 있는 곳에서 물고기가 그를 부른다.물고기는 자기는 동해에 살았는데 이꼴이 되었다면서 물을 조금만 길어다가 제목숨을 살려달라고 한다.그에 대해 장주는 오나라나 월나라왕한테 부탁해서 서강물을 끌어다가 살려주겠노라고 말한다.물고기는 섟김에 버럭 내뱉는다.

『내게는 항상 있던 것이 없어진 겁니다.나는 이제 있을 곳이 없어졌다 이 말입니다.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약간의 물일 뿐입니다.그런데 뭐라고요? 그럴바엔 차라리 건어물 가게에 가서 나의 몰락한 모습을 찾으시지요』

이는 감하후가 세금이 들어오면 3백금을 빌려주겠노라고 시적거리자 분통터져 한 비유이긴 하다.또 여러가지 뜻으로 해석되고도 있는 터다.하지만 오늘의 인류가 어느 땐가 그 물고기의 말을 그대로 되뇌게 되는 것 아닐까 생각해본다.당연히 항상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던 물을 잃은 물고기의 비탄.지구촌물은 갈수록 죽어간다.마르고 넘치고 한다.지금 우리에게 닥친 가뭄도 물을 어떻게 생각하고 다룰 것인가를 깨단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어야겠다.



가까운 고마움을 잊지 않아야 한다.「장자의 물고기」신세가 돼서의 후회는 늦은 것 아니겠는가.
1995-02-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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