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의 북한」 어떻게 다룰까/크르지스토프 다레위츠(특별기고)

「김정일의 북한」 어떻게 다룰까/크르지스토프 다레위츠(특별기고)

다레위츠 기자 기자
입력 1994-11-21 00:00
수정 1994-11-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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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해정책이 평양을 변화시킨다/집단지도체제는 필연… 실용노선 택할것

김일성의 지지자도 반대자도 아닌 나는 우리 모두 그의 죽음에 감사해야한다고 생각한다.김의 사망은 「위대한 지도자 김일성이 죽으면 북한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지나치게 순진하고 뿌리깊은 오해를 불식시켜 주었기 때문이다.김일성은 죽었지만 북한도 전제정권도 심지어는 핵문제까지도 사라지지 않았다.그러한 냉엄하고 단순한 사실을 깨닫는 것은 현재의 북한과 공존할수 있는 해법을 찾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달 21일 제네바에서 서명한 핵문제에 관한 북미합의는 이러한 탐색이부분적으로 성공했음을 보여주는 첫번째 신호이다.미국과 동맹국들은 제네바에서의 핵문제 해결방식을 통해 결국 북한을 이전의 방법으로 다루는 것은 효과가 없으며 한반도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새로운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이것은 봉쇄라는 냉전시대의 정책은 건설적인 참여라는 새로운 전략으로 대체해야함을 의미한다.

건설적인 참여전략은 한국으로서는최소한 두가지 중요한 이유에서 북한을 다루는 유일한 해법이다.한국은 여전히 통일을 하지 않을수 없고 동시에 북한과 대결하지 않을수 없는 상황이다.북한의 변화는 아직 크지 않지만 대북 경협제한조치를 완화하겠다는 한국의 최근 발표는 북한에 대한 건설적인 참여전략이 한국의 정부당국자로부터도 새롭게 평가를 받고 있다는 희망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공산국가에서 자라나 지난 4년간 북한을 20차례 이상 방문했지만 나는 여전히 언제 북한이 실질적으로 변화할 것인가는 예측할수 없다.전체주의 국가인 북한의 경우에 소위 연착륙이 아직 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오직 체제붕괴만이 본질을 변화시킬 것인지를 입증하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으로는 북미제네바합의와 남한의 대북경협 같은 조치들이 바람직한 선택이다.여전히 적대적인 북한에 대해 남한이 건설적인 참여정책을 추구하는것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김정일이 결국 북한을 통치하게 되든지 아니면 김정일이나 다른 지도자에 의한 북한의 악순환이 계속되든지 유연성을 더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금이 바로 북한과 화해를 할 시기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김정일의 인품과 북한체제의 본질로 판단해보면 북한의 미래에 대해서 낙관론자가 되는 것은 어렵다.그러나 희망의 여지는 남아 있다.김일성사후 북한은 더 이상 일인체제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권력을 독점하고 절대적인 방법으로 통치했던 김일성과는 달리 카리스마도 없고 경험이 부족한 김정일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과 권력을 공유해야 하기 때문이다.이것이 북한의 의사결정과정이 점점 더 집단적이 될 것이고 북한의 지도부 역시 더욱 집단체제양상을 띠며 그 안에서 다양한 견해들이 나오고 타협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 내가 생각하는 이유이다.

일인독재가 종식되면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평양의 엘리트중에는 북한을 현대국가로 만들어 현대세계에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북한지도부내의 실용주의자와 기술관료들은 매우 가까운 장래에 개혁지향적인 조치를 도입할 가능성이 더 많아질 것이다.

이것을 이해하고 나면 중국의 유화적인 대북정책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역사적으로나 전략적 이데올로기적으로 볼때 중국은 한반도의 현상유지와 북한을 공산국가이면서 분단국가로 남기는데 무엇보다 관심이 있다.중국은 개방정책 추진을 위해 평화스런 외부환경의 확보가 필요하다.

중국은 또 사회주의 국가의 변혁에는 동구나 러시아가 수용한 방법이 아닌 자신들과 같은 단계적이고도 점진적인 방법이 더 적합했다는 것을 입증하려 했던 것이다.한편으로는 위험에 따른 비용을 신중하게 계산하고 있다.중국의 이러한 계산에 따르면 북한의 붕괴를 막으면서 원조하는 것이 북한으로 하여금 급격한 개혁조치를 취하게하여 불안정을 초래하는 위험보다 비용이 적게 든다.

중국인들이 강력한 희망을 갖고 북한을 지원하면 궁극적으로 중국식 개방을 수용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듯이 우리도 김정일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를 도와줄 수 밖에 없다.설득과 인내가 대결보다는 훨씬 낫고 값싸다고 할수 있기 때문이다.<폴란드통신 북경특파원>
1994-11-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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