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모하는 한족역사무대(하남성이 움직인다:1)

변모하는 한족역사무대(하남성이 움직인다:1)

이석우 기자 기자
입력 1994-11-01 00:00
수정 1994-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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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개발바람 내륙까지/옛도시 낙양­개봉에 대형건물 신축붐/성도 정주거리엔 오토바이 물결/「남순강화」후 개발 박차… 공업생산 연26% 증가

지난 15년동안 연평균 9.3%의 고속성장으로 일어서고 있는 거인 중국.경제개발의 물결은 연해지역에 이어 내륙에까지 확대되고 있다.내륙의 하남성은 흔히 중원이라 불리는 곳으로 역사상 한족의 중심무대였다.황하와 옛도시 낙양·개봉,그리고 소림사가 이 고장에 있다.오늘날 중국 내륙지역개발의 중심지가 된 이 지역의 경제개발전략과 현황을 통해 중국경제의 현주소와 미래를 5회에 걸쳐 알아본다.<편집자주>

중국의 도시들은 색깔로 구별된다.도시의 건물과 상점들,사람들의 옷 색깔에서 그 도시의 발전정도를 알아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광주와 심천등 연해지방의 도시들이 다양한 색깔로 물결을 이룬다면 내륙지방 하남성의 도시들은 아직 흙색과 회색빛이다.

하남의 성도이자 교통 요지인 정주역과 주변에는 시골서 무작정 상경한 농민들의 행렬이 도시 색깔을 더욱 우중충하게 한다.

○밤거리엔 네온사인

그러나 정주를 비롯,제2의 도시 낙양·개봉등 주요도시들의 밤거리 불빛과 질주하는 오토바이의 물결들,거리도처에 건설중인 대형건물들은 이곳 역시 얼마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중국의 거리하면 으레 연상되는 자전거 물결이 이곳에선 이미 서서히 오토바이의 대열로 교체되고 있다.이들이 타고다니는 오토바이도 동남아시아처럼 일제가 아니다.정주와 낙양등 하남에서 만든 가릉등 「국산」이다.정주의 경우 이미 2만여대를 넘었고 다른 도시들도 급속히 늘고 있다.시민들의 소득수준이 성의 공업기술수준과 함께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남의 농촌과 국도를 질주하는 화물차와 트랙터도 낙양과 정주에서 만든 「국산」이라는 데서 이 지역의 경제가능성을 엿보게 한다.상오 1∼2시까지 이용객들로 붐비는 거리의 노천음식점과 전자오락장·당구장등에서 내륙의 풍요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특히 최근 2∼3년간 가속화되고 있다.지난 92년초 등소평의 남순강화(남부지방을 순시하며 경제개발을 강조한 일)에 의한 내륙지역의 개방과 경제개발이 주요 정책목표로 채택되면서 외국자본의 투자유치와 경제개혁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경지가 전체의 42%

하남성의 경지면적은 42%,한반도의 경지면적이 19%에 불과한 것과 비교할 때 이곳이 얼마나 비옥한 평지로 이루어진 중국의 곡창지대인지를 알 수있다.밀·옥수수·면화·담배등이 전국 1∼3위의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농업생산량은 5백46억위안으로 중국전체에서 5위.성정부는 향진기업(농촌의 소규모공장)등을 중심으로 이 풍부한 농산물을 가공,부가가치를 얹어 동남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92년말 현재 하남성의 총생산액 1천2백7억위안(1위안은 1백원).총액으론 전국 6위지만 1인당 액수는 30개 지역중 20위밖에서 맴돌고 있다.한반도(22만㎦)전체보다 조금 작은 16만7천㎦에 우리보다 높은 인구밀도인 8천9백여만명이 모여살고 있다는 사실에서 인구과밀한 내륙지역의 전형적인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총생산액중 공업부문인 2차산업은 5백55억위안(3차산업은 3백7억위안).전년도에 비해 24.3%가 늘었다.순 공업생산증가액도 전년도에 비해 26.3%가 각각 증가하는 등 성 총생산액 증가액 13.6%에 비해 공업분야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 속도대로라면 멀잖아 공업수준이 연해지역 수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다.「전방위개발」이라는 말처럼 중앙정부도 지방의 경제개발 성패가 중국의 정치적 미래까지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중앙과 지방의 균열과 연해지방과 내륙의 경제적 격차가 시급한 문제가 된 상태에서 내륙 경제개발은 제2의 개혁개방이라는 모토로 긴박하게 진행되고 있다.

○기아자동차 합작 논의

중국공산당 하남성 공업위원회 서기겸 당선전부 부장인 장문빈씨는 『하남은 황하의 중하류,중국의 중앙에 위치,내륙과 연해지방의 중간에 끼여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오랫동안 교통 요지역할을 해왔으며 내륙의 개발 교두보겸 내륙 상품시장의 진출기지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하남성의 유가화성장도 『상해에서 중경에 이르는 양자강유역의 개발이 내륙개발의 한 축이라면 하남성의 성도인 정주와 낙양을 거점으로 황하를 따라개봉·허창·초작 신향·삼문협·안양등의 도시들을 하나로 묶는 개발계획이 중국 내륙개발계획의 핵이 되고 있다』며 투자지로서의 유망성을 강조,외국기업의 투자와 진출을 권했다.중부 중국의 상업의 메카인 정주와 중공업도시인 역사의 고도 낙양등을 거점도시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하남성의 당과 정부의 간부들은 당·정의 구분없이 외국의 투자유치를 위해 모두 전면에 나서고 있다.이들은 이미 모택동시대에 건설해 놓은 거대규모의 중공업등 각종 자급자족형,비효율적인 공업기반을 시대적 변화에 맞춰 대외합작형·개방형·효율형으로 바꾸어 놓는 것이 현재의 핵심사업이라고 지적한다.

이미 우리의 몇몇 식품기업들이 하남성의 농산물을 가공하는 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고 기아자동차 관계자들은 하남성과 중형차 합작생산을 위한 논의를 상당히 진척시키고 있다고 이곳 관계자들은 전한다.

유부성장은 ▲외국의 투자유치와 기간산업의 확충 ▲국영기업의 개혁 ▲향진기업의 활성화 ▲기술개발구를 중심으로한 벤처비즈니스의 육성등을 통해 하남을 내륙의 광동으로 만들겠다는 것이 성정부와 공산당의 계획이라고 설명한다.

국영기업이라는 공룡과 향진기업이라는 개미군단,그리고 하이테크산업을 위주로한 기술개발구의 벤처비즈니스라는 돌격대를 한데 묶어 개발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국영기업의 파산실험에 돌입했으며 국영기업에서도 근무태도 불량자에 대한 임금차별화와 감원제도 운영하고 있다.<북경=이석우특파원>
1994-11-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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