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부실(다리 왜 무너지나:4·끝)

관리 부실(다리 왜 무너지나:4·끝)

조명환 기자 기자
입력 1994-10-25 00:00
수정 1994-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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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진단 외면… 페인트칠이 고작/선진국선 3∼5년마다 정밀점검

성수대교의 붕괴사고는 구조물의 부실시공 못지않게 형식적이고 허술한 안전관리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입증하고 있다.

「토목구조물의 꽃」으로 불리는 교량은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듯 유지관리가 다양하고 복잡하다.눈으로 봐도 쉽게 알수 있는 증세도 있지만 형식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 관리해야 하는 것도 숱하게 많다.그러나 현실은 전문성은 커녕 인력·예산·장비마저 태부족이어서 말기 암환자를 청진기 하나로 치료할수 있다고 우기는 것과 마찬가지인 실정이다.눈대중에 그쳐온 유지관리가 결국 엄청난 참사를 부르고 만 것이다.상판을 순찰하거나 부식방지 또는 미관을 유지하기 위해 페인트칠이나 하는 것으로 일관하다시피해 엄밀한 의미의 유지관리·보수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3∼5년 주기로 교량의 구조적인 안전도를 진단하는 것과는 달리 우리는 92년말에야 서울의 한강교량에 대한 안전진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이마저도 상판등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및 교각밑둥이 물살에 패이는 하상세굴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지 않았다.

서울시는 잠실철교를 비롯한 16개 한강다리에 대해서는 하부구조및 하상세굴조사를 실시했으나 성수대교 붕괴의 원인이 된 상부구조는 마포·양화·원효·한남·영동·잠실대교등 6개 다리에 대해서만 실시했다.대한토목학회의 점검조차 눈으로 보고 지나가는 형식에 그쳐왔다.기술관료들 뿐만 아니라 토목분야의 한정된 전문가집단이 각종 구조물의 진단과 같은 중요한 업무를 도맡을수 밖에 없는 현실도 문제다.특히 이번처럼 큰 문제가 일어나는데 방관자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않다.

한강교량에 대한 첫 진단에 나선 토목학회는 관할 건설사업소에 설계도면이 비치돼 있었음에도 『도면이 없어 정확한 훼손 정도를 알수 없다』는 식으로 대처,성수·반포·한남대교등 3개 다리의 하부구조및 하상세굴정도에 대해 불명확한 진단에 그쳤었다.

전문기관의 진단결과나 자체 점검결과에 따라 성실히 관리해야 하는 서울시도 『설마 다리가 무너지기야 하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으로 관리자체를 방치해온게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진단관련 기관의 인장을 도용해 허위보고서를 작성하는 등의 행태까지 검찰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토목학회가 한강다리 구조물의 손상원인을 밝히면서 유지관리의 부실 때문이라고 밝힌 것만도 6가지에 이른다.교량받침의 부식 및 파손에 따른 작동불량,배수구불량,신축이음장치불량,백화현상,강재부식 및 콘크리트의 열화 등이다.이들 대부분이 이번 사고의 직접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만 봐도 서울시의 관리부실은 쉽게 드러난다.

한강교량 상판이 출퇴근길에 구멍이 난 것이 올들어서만도 수차례에 이르고 있다.

교각도 마찬가지이다.강물에 떠내려온 물체에 의해 충격을 받아 군데군데 상처가 나고 물속의 교각은 물살에 깎이고 패어 어떤 다리는 강물에 둥둥 떠있는 정도이다.이를 막기 위해 우물통이라 불리는 밑둥에 철판을 두르는 것으로 보강을 했으나 울퉁불퉁한 강바닥과 일치하지 않아 강판이 밖으로 불거져 나오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마대주머니를 주변에 던져넣는일조차 일어나고 있다.

기본적인 인력도 태부족이다.사고가 난 성수대교 관리를 맡은 동부건설사업소만 하더라도 8개의 한강다리와 고가차도등의 관리를 맡고 있는 실정이나 실제 보수를 담당하는 직원은 16명 뿐이다.더욱이 거의 매일밤마다 이뤄지고 있는 상판보수공사감독등에 철야 동원되고 나면 일상점검은 형식에 그칠수 밖에 없다.

장비도 교량점검차는 1대 뿐인 데다 이조차 교각 아랫부분을 볼수 있는 사다리기능 이외에는 쓸모가 없고 심한 교통체증을 불러와 전문성이 없는 직원들로서는 무용지물이다.보수를 영세업체에 맡기는 것도 상판이나 교각,이음새부분의 단순 보수작업은 가능하나 교량의 형식에 따라 달라져야 하는 전문적인 식견은 아예없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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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물 점검을 미국은 2년에 한차례 이상,일본의 경우 신축이음등은 6개월에 1회,정밀점검은 3∼5년에 1회로 돼있다.독일과 프랑스는 전문점검반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시설물조사 규정조차 없는 현실에서 유지관리는 수박 겉핥기에 그칠수 밖에 없다.<조명환기자>
1994-10-2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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