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사당의 하늘」 중국관객 사로잡다

「남사당의 하늘」 중국관객 사로잡다

김종면 기자 기자
입력 1994-08-25 00:00
수정 1994-08-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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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미추,문화장벽 뛰어넘은 감동의 공연/꼭두쇠 바우덕이 장례식땐 기립박수/한중수교 2돌… 민간 연극교류 새 장

토속정취 물씬한 한국연극 한편이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중국 관객들을 쥐락펴락 울리고 또 웃겼다.23일 하오7시(현지시간),우리와 황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중국 산동반도 제1의 도시인 청도시내 청도인민대회당,극단 미추의 연극「남사당의 하늘」(윤견성작·손진책연출)이 올려진 이곳 대회당은 2천여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열기로 후끈했다.

청도진출 국내 기업모임인 산동성 투자협의회(회장 최영철)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날 공연은 우리 연극의 첫 중국진출 무대로 한·중수교 2주년을 맞아 양국 민간연극교류의 새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서울연극제에 출품,작품상·연출상등 4개 부문을 휩쓴 「남사당의 하늘」은 유랑예인집단인 남사당의 전설적인 여성 꼭두쇠 바우덕이의 일생을 통해 광대들의 애환을 그린 전통극.당대 최고의 줄타기명인 바우덕이가 일제치하 신극의 유행으로 시세를 잃고 결국은 독립운동에 투신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줄에서 떨어져 죽는다는 슬픈 내용을 담고있다.하지만 살판쇠(땅재주꾼)와 매호씨(어릿광대)가 주고받는 재담과 곰뱅이쇠(윤문식반)의 걸쭉한 농담은 극의 분위기를 대번에 바꿔 한판의 신명난 놀이마당이 되게했다.

관객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남사당패의 여섯마당.풍물,살판,버나,어름,덧뵈기,꼭두극등이 되풀이 되면서 빚어내는 신출귀몰한 한국적 스펙터클은 시종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게 했으며 객석 한귀퉁이에선 가느다란 신음이 새어나오기도 했다.

『마치 나비가 꽃보고 날아들듯,학두루미 외발로 먼산 바라보듯,팔선녀 봄바람에 춘흥을 못이기듯 흔들흔들 나붓나붓,옳거니!』바우덕이(김성녀반)에게 줄타기를 전수시키는 꼭두쇠 김노인(김종엽반)의 구성진 입장단에 관중은 누구라 할것 없이 어느새 마음에 멍석을 깔고 어름산이가 되어 있는것 같았다.시조새를 연상시키는 거대한 붉은 장삼을 걸친 여인이 예언적인 춤을 추는 장면에 이르자 장내는 한편의 명상연극을 감상하듯 잠시 숙연해지기도.

마침내 바우덕이의 서글픈 죽음과 승천을 기리는 대목.『떼에루 떼에루 띠어라 따…』참광대의 하늘 길을 밝히는 창자의 선창이 떨어지자 관중은 일제히 일어나 홀이 떠나갈듯한 함성으로 화답,극은 절정을 이뤘다.

친구와 함께 공연을 보러온 고병화씨(38·여·중국인·중소기업 총경이)는 『비록 대사는 제대로 알아들을수 없었지만 배우들의 몸놀림과 목소리만으로도 극의 내용을 이해하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며 『가장 한국적인 전통유산을 살아있는 연극양식으로 재현해 낸 연출력과 배우들의 열연이 감동적이었다』고 소감을 피력.

우리 광대의 원조격인 남사당패의 예술혼과 삶을 소재로 한 이번 중국공연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보편적인 세계성을 획득할수 있다는 생생한 교훈을 안겨준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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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9년 헝가리·유고슬라비아 공연을 비롯,90년 구소연방 7개국 공연,92년 블라디보스토크 공연등 주로 공산권에 우리연극을 심어온 극단 미추는 이번 청도무대의 성공으로 다시한번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알찬 수확을 거두게 됐다.<청도=김종면기자>
1994-08-2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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