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구」「침대소동」「알몸…」등 자극적 제목으로 관객 유혹/선정·퇴폐적 내용을 유머·풍자로 포장/“연극수준 하향평준화” 우려의 목소리
저질연극은 저질사회를 무대로 저질관객을 시장으로 한다.
알몸연극 「미란다」파문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동숭동 연극가엔 여전히 감각적 흥미만을 자극하는 섹스코미디물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연극문화의 현주소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섹스코미디극으로 꼽을 수 있는 연극은 극단 민중의 「누가 누구」를 비롯,극단 예우의 「사기꾼들」,극단 세미의 「침대소동」,극단 배우극장의 「알몸의 스타들」등 4∼5편.대부분 값싼 번역물인 이들 작품은 최소한의 연극적 논리도 갖추지 못한채 선정·퇴폐의 본질을 빈껍데기 유머와 풍자로 포장하는데만 급급,전반적인 연극수준의 하향평준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2년 초연이래 3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는 「누가 누구」(마르크 카몰레티작,정진수연출)는 파리교외의 한 별장을 배경으로 숨바꼭질처럼 전개되는 사랑의 유희를 그린 작품.아내를 친정에 보내놓고 애인과 친구를 불러들여 멋진 주말을 즐기려던 남편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극은 거미줄처럼 얽힌 다섯겹의 남녀관계속으로 빠져든다.섣불리 손대면 더 흐뜨러지는 「루빅의 마술큐브」를 연상케하는 혼란스런 구도가 한번 보아서는 줄거리를 간추릴 수 없을만큼 헷갈리게 한다.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 지배되는 이 극은 또한 간혹 각색의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우리의 유머나 정서와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어 한편의 억지소극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그럼에도 이 연극은 신세대 젊은이들로부터 중년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객층을 불러모으고 있다.주말에는 1백20여좌석이 매진되며 평일에도 평균 80∼90%의 객석점유율을 보인다는 것이 극단측의 설명이다.
1년 넘게 공연중인 「사기꾼들」(마이클 제이콥스작,황남진연출)은 두쌍의 중년부부의 갈 지자같은 사랑과 그 자식들이 벌이는 동거행각등 극에 달한 불륜을 소재로 삼고 있다.현세태의 비뚤어진 애정관을 풍자한다는 작의에도 불구,애정결핍증환자들의 광란의 행진만이 돋보이는 이 연극에도 관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평일공연에 1백여명의 관객이 몰린다는 것.
지난달 7일 막을 올린 「침대소동」(존 체프만·레이 쿠니작,박원경연출) 역시 각각 자신의 정부와 밀회를 약속한 세 쌍의 남녀가 같은 시간,같은 아파트에서 부딪치게 돼 겪는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시종 「밀애의 스릴」만을 강조하다가 뚜렷한 반전의 계기도 없이 돌연 참된 사랑을 회복한다는 작위적 결말은 극을 「연극이전」으로 떨어뜨리고 있다.하지만 극단측은 하루평균 80%가 넘는 객석점유율을 보이는등 반응이 있자 무기한 장기공연을 선언하고 나선 상태.이밖에 「제목선정주의」의 대표격인 「알몸의 스타들」(레오나드 멜피작,김영민연출)도 포르노배우의 사랑과 진실찾기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단순흥행만을 겨냥한 그림보여주기 차원의 연극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과도 같은 이러한 섹스코미디극 범람의 문제는 선정주의연극이 대중속에 암초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이를 근절할 방법은딱히 없다는데 있다.요컨대 멍들어가는 연극을 살리는 길은 관객 스스로 다양한 관극체험을 통해 연극다운 연극만 골라 볼 수 있는 성숙한 눈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김종면기자>
저질연극은 저질사회를 무대로 저질관객을 시장으로 한다.
알몸연극 「미란다」파문의 여진이 가시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동숭동 연극가엔 여전히 감각적 흥미만을 자극하는 섹스코미디물이 강세를 보이고 있어 우리 연극문화의 현주소를 다시금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대표적인 섹스코미디극으로 꼽을 수 있는 연극은 극단 민중의 「누가 누구」를 비롯,극단 예우의 「사기꾼들」,극단 세미의 「침대소동」,극단 배우극장의 「알몸의 스타들」등 4∼5편.대부분 값싼 번역물인 이들 작품은 최소한의 연극적 논리도 갖추지 못한채 선정·퇴폐의 본질을 빈껍데기 유머와 풍자로 포장하는데만 급급,전반적인 연극수준의 하향평준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2년 초연이래 3년째 무대에 오르고 있는 「누가 누구」(마르크 카몰레티작,정진수연출)는 파리교외의 한 별장을 배경으로 숨바꼭질처럼 전개되는 사랑의 유희를 그린 작품.아내를 친정에 보내놓고 애인과 친구를 불러들여 멋진 주말을 즐기려던 남편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극은 거미줄처럼 얽힌 다섯겹의 남녀관계속으로 빠져든다.섣불리 손대면 더 흐뜨러지는 「루빅의 마술큐브」를 연상케하는 혼란스런 구도가 한번 보아서는 줄거리를 간추릴 수 없을만큼 헷갈리게 한다.모든 것이 우연에 의해 지배되는 이 극은 또한 간혹 각색의 흔적이 보이긴 하지만 우리의 유머나 정서와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있어 한편의 억지소극을 보는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그럼에도 이 연극은 신세대 젊은이들로부터 중년부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객층을 불러모으고 있다.주말에는 1백20여좌석이 매진되며 평일에도 평균 80∼90%의 객석점유율을 보인다는 것이 극단측의 설명이다.
1년 넘게 공연중인 「사기꾼들」(마이클 제이콥스작,황남진연출)은 두쌍의 중년부부의 갈 지자같은 사랑과 그 자식들이 벌이는 동거행각등 극에 달한 불륜을 소재로 삼고 있다.현세태의 비뚤어진 애정관을 풍자한다는 작의에도 불구,애정결핍증환자들의 광란의 행진만이 돋보이는 이 연극에도 관객의 발길은 끊이지 않는다.평일공연에 1백여명의 관객이 몰린다는 것.
지난달 7일 막을 올린 「침대소동」(존 체프만·레이 쿠니작,박원경연출) 역시 각각 자신의 정부와 밀회를 약속한 세 쌍의 남녀가 같은 시간,같은 아파트에서 부딪치게 돼 겪는 소동을 다룬 작품이다.시종 「밀애의 스릴」만을 강조하다가 뚜렷한 반전의 계기도 없이 돌연 참된 사랑을 회복한다는 작위적 결말은 극을 「연극이전」으로 떨어뜨리고 있다.하지만 극단측은 하루평균 80%가 넘는 객석점유율을 보이는등 반응이 있자 무기한 장기공연을 선언하고 나선 상태.이밖에 「제목선정주의」의 대표격인 「알몸의 스타들」(레오나드 멜피작,김영민연출)도 포르노배우의 사랑과 진실찾기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단순흥행만을 겨냥한 그림보여주기 차원의 연극에 머물고 있다는 느낌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것과도 같은 이러한 섹스코미디극 범람의 문제는 선정주의연극이 대중속에 암초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지만 이를 근절할 방법은딱히 없다는데 있다.요컨대 멍들어가는 연극을 살리는 길은 관객 스스로 다양한 관극체험을 통해 연극다운 연극만 골라 볼 수 있는 성숙한 눈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김종면기자>
1994-08-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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