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핵과 전쟁(임춘웅칼럼)

북한핵과 전쟁(임춘웅칼럼)

임춘웅 기자 기자
입력 1994-06-17 00:00
수정 1994-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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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12일),뉴욕 근교에 있는 뉴저지한인장로교회에서는 한국에 전쟁이 일어나지 말게 해 달라는 특별한 기도회가 열렸다.근간 서울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멀리 미국에 와 살고 있는 교포들에게까지 불길한 느낌을 주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에도 사태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탈퇴를 선언하고 문제를 벼랑으로 몰아넣었기 때문이다.정부는 긴급 안보정책조정회의를 소집했고 국방장관은 『전면전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국방부에선 핵대책반을 편성했으며 27일엔 전시행동요령이 반상회를 통해 배포된다고 한다.전쟁 일보전의 긴박감마저 안겨주고 있다.이런 상황으로 해서 시중엔 생필품 사재기 현상까지 일고 있다고 전한다.

지난해 3월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를 선언(그후 6월 탈퇴 유보)한 이래 15개월여동안 계속돼온 북핵문제는 대화를 통해 잘 될 것같은 분위기와 전쟁이 나고 말 것같은 불길한 조짐이 주기적으로 교차해 왔다.북핵문제의 기상이 그토록 흐렸다 개었다 해온것은 북한의 핵능력이나 무기화 진척상황에 대한 정보가 불확실하고 북한의 진의가 무엇인지 파악키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이번의 경우는 북한의 핵의지가 더 선명해진 상황에서의 일이긴 하나 전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그동안엔 그것이 미국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었다고 해도 각종 전쟁 시나리오를 흘리는 곳도,대북강경론을 펴는 곳도 언제나 미국쪽이었다.한국은 비교적 일관된 온건노선을 견지해 왔다.그런데 이번의 경우는 사정이 매우 판이하다.

앞서 지적했듯이 한국의 분위기가 긴장감이 넘치는데 비해 미국이나 유엔의분위기는 서울의 그것보다는 한결 차분하다.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 탈퇴를 선언한 이후에도 이곳의 반응은 비교적 냉정한 편이다.북한의 돌출행동에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협상의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1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내놓은 미국측 제재결의안 초안도 1단계에선 핵확금조약 의무를 이행하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점만을 강조하고 있다.북한이 이 조약을 탈퇴하고 핵재처리를재개했을때 부과될 2단계 제재에서는 상당한 내용을 담고 있으나 안보리 협의과정에서 어떻게 바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문제는 서울의 대응이 왜 이처럼 강경으로 급선회했느냐 하는 점이다.얼마전 유엔에 들른 한승주외무장관은 『채찍 이외의 다른 방법이 소진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북한을 협상테이블로 다시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채찍」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또하나의 관측은 그동안 정부의 안보팀이 이끌어온 대북온건정책이 실패하지 않았느냐는 국내의 비판세력을 의식한 강경공세가 아닌가 하는 해석이다.

어느 경우든 현재의 강성분위기는 상당한 위험부담을 안고 있다.「채찍」으로라면 북핵문제의 고삐는 우리가 아니라 미국과 안보리가 쥐고 있다는것 쯤 북한도 알고 있는 일이다.국내에 가뜩이나 위기감을 조성해 놓고 안보리에서는 2단계 제재에까지도 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거나 미·북한간 3차고위급회담을 통해 한고비를 넘기게 됐을 경우 정부가 한동안 잔뜩 긴장했던 국민들로부터 받게 될 불신의 소리는어떻게 할 것인가.현재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국내의 핵정국이 지나치게 경색되다보면 「제재」는 결국 우리가 받게 되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전쟁일보전의 이런 상황이 초래할 경제적·사회적 피해가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비판을 의식한 역공세라면 정책선택에 문제가 있다.매파의 공격을 막는 최선의 방책은 비둘기의 모습을 더욱더 확실히 하는 것이다. 그것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더불어 핵을 막기 위해 전쟁을 할 것인가 하는 기초적인 문제도 생각해 볼 때다.

「한국에 전쟁이 나지 말게 하여주옵소서­」하는 기도소리에 응답이 있길 바란다.<뉴욕특파원>
1994-06-1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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