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자료 물게된 며느리 구박(사설)

위자료 물게된 며느리 구박(사설)

입력 1994-05-13 00:00
수정 1994-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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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참금 핑계로 며느리를 구박하고 마침내 파경에 이르게한 시어머니에게 아들과 함께 위자료를 물라는 판결이 나왔다.온당한 판결인 듯하다.

도대체가 며느리에게 「지참금」이라는 것을 요구하는 이상한 풍습이 언제부터 우리에게 생겼는지 모르겠다.좀 모자란 규수를 마지못해 맞을 때 그 벌충으로 논문서나 밭문서가 딸려오게 한다든가 혼수를 바리바리 싣고 오게 하는 일은 있었다지만 멀쩡한 신부가 시어머니 명에 따라 지참금을 싸들고 시집오는 일은 우리에게 없던 「짓」이다.이 이상한 풍습을 계속 악화시키는 혐의는 시어머니들에게 있다.

폴 케네디라고 하는 미국학자가 한국을 평가하면서 여성들의 높은 교육수준을 지적한 일이 있다.여성의 교육수준은 한 국가가 발전하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선거에서 독자적 판단을 하고,가정경제의 주체로 바른 소비생활을 하며,자녀교육을 올바로 이끌고,민주사회를 성숙시키는 모든 일에 여성의 교육수준은 영향을 미치므로 그것이 사회를 성장변모시키는 직접적 역량이 된다는 것이다.그러기에 여성교육수준이높은 한국은 성장잠재력이 아주 많은 나라라고 그는 지적했다.

그런 한국의 여성들이 망국적인 혼인 풍습을 만들어 혼란스럽게 한다는 것은 창피한 일이다.특히 혼수문제로 갈등을 빚는 집안의 대개가 교육수준이 높은 편이라는 사실은 더욱 한심스런 일이다.며느리는 가족으로 오는 것이지 인질로 오는 사람이 아니다.이렇게 시작한 고부간이라면 심각한 갈등은 처음부터 잉태된다.혼수따위로 평생동안 응어리를 짓게 되고 말게 뻔하다.

오늘날과 같은 국적불명의 혼인풍습들이 양산된 것은 직업적인 중매인이 활동하고부터이다.그런 것에 놀아난다는 점에서는 신부쪽의 잘못도 적지않다.결혼을 허울좋은 조건만으로만 챙기려다가 이상한 풍습에 말려들어 곤욕을 치르는 것이다.자신도 곤욕을 치르고 그런 풍습이 자리를 잡게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그런 이상한 결혼은 처음부터 거부해야 한다.스스로 파경을 맞고 법정투쟁같은 시련으로 상처투성이가 되었다는 뜻에서는,비록 판결에는 이기더라도 여성 역시 심한 피해자가 되는 것이다.물질만을 위주로 하는 사고를 벗어나 인성을 깊이 성찰하고 사람 사는 도리나 품위를 중요하게 여기는,삶의 철학을 지니고 있었더라면 이런 선택은 안할수 있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해괴하고 별난 풍습을 고치기 위해서는 이땅의 시어머니들이 달라져야 한다.또 혼수로 좌우되는 신랑감이란 결코 제대로 된 남편감이 아니다.반드시 후회시킬 사람이다.



사회분위기가 바로잡혀 혼인에 얽힌 이상한 짓들이 고쳐지기 위해서는 법의 선도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이번을 계기로 사회기풍이 조금이라도 건전하게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
1994-05-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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