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은 사회의 근원이다(사설)

가정은 사회의 근원이다(사설)

입력 1994-05-01 00:00
수정 1994-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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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5월이다.『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누군가 표현했던 아름다운 계절이다.어린이날,어버이날로 이어지는 5월은 「가정의 달」이기도 하다.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가정의 해」여서 어느해보다 뜻깊은 가정의 달이 될 듯싶다.5월15일은 「세계가정의 날」로 전세계적인 행사가 펼쳐질 예정이기도 하다.

『화목한 가정은 민주사회의 뿌리』라고 가정의 해 슬로건이 밝히고 있듯이 가정은 최소단위의 공동체로서 우리 사회를 지키는 마지막 보루다.또한 가정은 영원한 학교이자 문화전승의 근원으로서 가정에서 습득한 민주적 의식과 태도,도덕적 신념과 가치관,건전한 소비태도등은 다른 어떤 교육기관에서 학습한것보다 지속적이고 강력하게 내재화된다.따라서 가정이 건강하면 사회와 나라도 건강해진다.

그러나 산업사회이후 급격한 변화의 물결속에서 가정의 중요성과 역할은 축소되어 가고 있다.일터와 분리된 현대가정의 기능이 감소되는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하지만 요즘 우리 가정은 「하숙집 가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단지 숙식만을 제공하는 장소로 전락해 가고 있다는데 문제가 있다.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는 하숙집과 같은,빈 껍데기 가정에서 가족간의 대화는 단절되고 있다.

바깥일을 핑계삼아 자녀교육 집안일을 나 몰라라 하는 아버지,내자식만 끼고 돌아 치맛바람을 일으키는 어머니 사이에서 우리의 미래인 청소년들이 바람직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더욱이 입시교육에 얽매여 자녀의 인간교육이나 예절교육은 거의 무시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뿐인가.노부모가 자식에게 양육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고 자식이 부모의 이혼을 요구하는 사태가 벌어질만큼 전통적인 우리의 가족윤리도 무너져 내리고 있다.남편과 아내 사이에,부모와 자식사이에 말로 차마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살인과 폭력도 자행되고 있다.또한 핵가족 현상에 따른 노인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해체되어가고 있는 우리가정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모두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그런점에서 주부의 일방적인 노력과 희생으로 유지되는 우리 가정의 안락함은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주부에게 가정은 안식처가 아니라 일터이자 끊임없는 노동과 봉사의 장소임을 다른 가족들이 이해하고 그 노고를 덜어 주어야 하는것이다.가정에서의 「아버지불재」「남편불재」「대화불재」현상도 사라져야 한다.



흔들리는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도 필요하다.전통적인 가족제도의 장점을 현대사회에 되살릴 수 있는 정책개발이라든가 소년가정,노인가정등 소외된 가정을 위한 복지정책등이 확충돼야 할것이다.
1994-05-0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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