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 찾은 상문고 졸업생들/한강우 전국부기자(현장)

모교 찾은 상문고 졸업생들/한강우 전국부기자(현장)

한강우 기자 기자
입력 1994-03-20 00:00
수정 1994-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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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재건 작은 보탬 되었으면”

『열심히 공부하세요.「상문」,잘 될겁니다』

『선배님들,상춘식교장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드리겠습니다』

19일 정오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우면산 기슭 상문고 교문앞에서는 이 학교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한데 엉켜 학교의 아픔을 함께 나누면서도 서로 희망찬 앞날을 기약했다.

내신성작조작과 찬조금징수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뤄 마치 「교육비리의 온상」처럼 세상에 비쳐진 이 학교를 졸업생들이 찾아온 것이다.

서울 시내 16개 대학에 재학중이거나 졸업한 70여명의 졸업생들이 교문앞에 길게 늘어서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후배들에게 「이제 모두 잊고 학교를 살리자」는 내용의 유인물을 나눠 주자 그동안 어두워져 있던 학생들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모교의 발전을 위해 불이익을 무릅쓰고 앞장선 선생님들을 지지하고 「명문 상문고」를 재건하는데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찾아 왔다』는 차세현씨(24·88년 졸업·고려대 정외과졸업)는 이번 일이 하루빨리 매듭지어져 후배들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재석군(18·3년)은 『이번 일을 계기로 선후배의 관계,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더욱 좋아질 것』이라며 선배들에게 고마워 했다.

준비한 유인물 1천5백장이 금세 동이 나자 선배들은 악수로 후배들을 격려했고 후배들은 박수로 보답했다.

그리고는 여느때 하교길처럼 선생님들이 교통정리를 해주는 횡단보도를 건너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후배들이 돌아가자 졸업생들은 도서실에 모여 남아 있던 스승들을 모시고 『양심선언을 하신 선생님들은 물론 나머지 선생님들까지도 존경한다』며 감사해 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진작에 용기를 냈어야 하는데….이제 끝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더좋은 상문고가 되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합니다』

이상희교사(53·윤리담당)의 말이 끝나자 졸업생들은 미리 준비한 카네이션을 스승들의 가슴에 달아 주고서 힘차게 교가를 불렀다.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던가.<한강우·전국부기자>
1994-03-2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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