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역사용어 변경 논란 가열/시안발표에 학계등서 비판론 대두

교과서 역사용어 변경 논란 가열/시안발표에 학계등서 비판론 대두

서동철 기자 기자
입력 1994-03-20 00:00
수정 1994-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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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주체사상 거론하며 남부정요소만 강조/「제주 4·3항쟁」 표기는 국민정서 안맞아/“의견수렴 심의거쳐 6월 확정”/교육부

국사교과서에 실려있는 「대구폭동」을 「대구항쟁」으로,「5·16」과 「12·12」「5·17」은 모두 「쿠데타」로 바꾸자는 「국사교육 내용전개 준거위원회」(위원장 이존희서울시립대교수)의 시안이 18일 발표되자 학계와 이해당사자는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도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교과서 개편의 주체인 교육부와 각 언론사에는 19일 아침부터 『5·16과 5·17이 교과서에도 쿠데타로 실리게 된 만큼 이제 국립묘지에 있는 주도자들의 무덤을 모두 이장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에서부터 『이게 어느나라 교과서냐.북한의 주체사상까지 싣기로 했다면서 우리는 부정적인 부분만 강조된다면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겠느냐』는 의견까지 갖가지 상반된 내용의 전화가 쇄도했다.

그러나 이런 열기는 「준거위원회가 교육부의 용역을 받아 안을 마련한 만큼 발표된 내용이 그대로 당장 96년부터 교과서에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교육부측의 설명이다.이번 안은 학자들의 개인적 논문발표와 같다고 보면 된다는 것이다.18일 열린 세미나에서 이미 한차례 여과된 이 시안은 31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이달안에 1차,4월중에 2차 심의를 벌여 다듬은뒤 5월말쯤 국사편찬위원회에 넘겨져 다시 심의과정을 거치고 나서 6월에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는 것.그런 만큼 이 시안에 대한 현재의 논란은 폭과 강도에 있어 크면 클수록 좋다는 것이 학계와 교육부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이번 시안은 18일 발표되는 자리에서부터 연구자와 토론자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특히 현대사 용어부분과 관련한 용어개칭문제에 대해 학자들의 강력한 반대의견이 제기됐다.논란의 핵심인 현대사부문의 연구자는 서중석성균관대교수.토론에는 이범직건국대교수와 유영렬숭실대교수,심지연경남대교수를 비롯,31명의 심의위원 전원이 참여하다시피 했다.

서교수의 시안 가운데 「여순반란사건」을 「여수·순천사건」으로 쓰자는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었으나 좌익계가 포함된 폭동이라는데 별다른 이의가 없는 「대구폭동」을 「대구항쟁」으로 표기하는 문제와 「제주4·3사건」을 「제주4·3항쟁」으로 바꾸자는데 대해서는 뜨거운 격론이 벌어졌다.또 「5·16」과 「12·12」「5·17」등의 개념규정에 대해서도 이를 「쿠데타」로 기술해도 좋을 것인가의 여부를 놓고 상당한 의견개진이 있었다.한마디로 일반인들이 우려하는 것과 같은 차원에서 학자들 사이에 심도있는 논의가 이루어 졌다고 보면 된다.

국사교과서 편수를 맡고 있는 교육부 신영범연구관은 『「대구항쟁」은 물론 「쿠데타」도 언어정서에 맞지않을 뿐 아니라 교육용어로도 부적절하다고 생각된다』면서 『이번 시안과 논의 결과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좋은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자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가장 보수적이라는 교육부가 진보적인 학자들에게 연구를 맡겨 이같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자체가 신선한 느낌』이라면서 『그런만큼 교육부는 국사교과서의 내용이 확정되기까지 논의를 더욱 개방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데 최선을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서동철기자>
1994-03-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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