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첩자” CIA간부 파문 확산/미 소련담당 에임스 체포 안팎

“이중첩자” CIA간부 파문 확산/미 소련담당 에임스 체포 안팎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4-02-24 00:00
수정 1994-0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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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암약… 미정보체제 재편 불가피/클린턴 러에 항의… 외교적 알력 조짐

미중앙정보국(CIA)간부의 러시아간첩사건은 클린턴행정부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더욱이 CIA에서 대러시아정보를 책임지고 관장해온 간부가 구소련,그리고 러시아의 스파이로 8년간이나 활동해온 것으로 드러나 미국민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고있다.

스릴러 스파이영화를 연상케 하는 이번 2중첩자사건은 미·러시아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미국가안보및 정보체제를 전반적으로 재검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22일 미연방수사국(FBI)이 이 사건을 발표한뒤 클린턴대통령은 러시아정부에 강력히 항의토록 국무부에 지시하는 한편 앤서니 레이크안보보좌관에게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정보망의 허점이 미국가안보에 어떤 손상을 끼쳤는지도 점검하라고 아울러 지시했다.

워런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이날 워싱턴주재 러시아대리대사를 불러 항의했고 피커링 주러시아대사에게도 공식항의토록 훈령을 내렸다.또한 한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정부는 스파이활동을 조종해온 워싱턴주재외교관을 자진 철수시키도록 러시아측에 통보했다는 것이다.

21일 간첩혐의로 체포되어 이날 연방치안관에게 넘겨진 스파이부부는 올드리치 에임스(52)와 콜롬비아태생인 부인 마리아 델 로사리오 카사스 에임스(41).올드리치는 지난 69년부터 25년간 CIA에 근무해온 베테랑 요원으로 미·소대결이 한창이던 83년부터 85년까지 3년동안 바로 대소 역정보반 반장을 지냈으며 그 전에는 대소첩보활동을 위해 소련측 관리와 KGB요원을 포섭하는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에임스 부부는 미정부의 각종 비밀정보를 KGB요원에게 넘겨주었고 소련 붕괴후 KGB후신인 러시아 해외정보처를 위해 일한 2중간첩혐의를 받고있다.그는 주로 CIA의 활동상황과 요원들의 인적 및 활동사항에 관한 비밀정보문서를 빼내 워싱턴외곽 비밀장소(무인 포스트)에 갖다놓아 KGB요원이 수거해가도록 하는 수법으로 각종 정보를 러시아에 제공해왔다.

CIA측은 지난 85년이래 내부에 첩자가 있는것 같다는 감은 잡았지만 구체적 증거를 포착하지 못했었다.그러던 중 FBI가 CIA와 협력,수상쩍은 에임스를 지난 2년간 은밀히 추적한 끝에 단서를 잡아내는 개가를 올렸다.

작년 6월 에임스의 사무실을 극비리에 수색한 끝에 그의 업무와 관계없는 1급비밀문서를 발견했다.또 그의 집에 각종 전자장치를 설치,집중적인 감시활동을 폈고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까지 샅샅이 뒤졌다.쓰레기에서 수거된 타이프라이터와 컴퓨터 프린터용 리본을 정밀 감식한 결과 결정적인 정보유출 증거를 포착했다는 것이다.

에임스부부가 러시아의 첩자로 일한 동기가 과연 무엇인지는 수사를 더 해봐야 밝혀지겠지만 일단은 막대한 금전의 유혹때문으로 짐작되고 있다.에임스는 스위스의 은행에 비밀계좌를 개설,러시아로부터 현금을 받아왔다.이들 부부가 최근까지 흥청망청 쓴 돈은 대충 1백50만달러(한화 약12억원)로 집계되고 있다.

연봉 7만달러 수준인 에임스는 워싱턴근교 알링턴에 54만달러 짜리 주택을 구입한 것을 비롯,영국제 고급 재규어승용차를 샀으며 주식에도 16만5천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미국민의 시각은 미국가정보망의허점에 대한 개탄과 함께 이같은 비밀정보의 누출에 따라 국가안보가 어느 정도로 손상을 입었는가에 집중되고 있다.동서냉전이 끝났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첩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음이 이번에 확인된 셈이다.<워싱턴=이경형특파원>
1994-02-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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