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겸장과 전광석화(이동화칼럼)

양수겸장과 전광석화(이동화칼럼)

이동화 기자 기자
입력 1994-01-20 00:00
수정 1994-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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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개혁차원의 문제제기와 구상들이 최근 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의 진전이 주목된다.

대표적으로 지난연말 우루과이라운드(UR)강정에 따른 국제경쟁력 강화문제,올들어 낙동강 수돗물 파문속에 나온 깨끗한 물 관리문제가 제기됐다.그 가운데 막대한 투자재원이 필요한 사안은 제쳐놓고 기업등에 대한 규제의 대폭완화라든가 수돗물 관리체계의 일원화 등은 개선이 아닌 행정개혁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과제들이다.

또 내년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최근 여야간에 활발히 오가고 있는 지방행정구역 통합개편 논의 역시 이 범주에 속한다 하겠다.지난해 정부기구개편 과정이후 단속적으로 제기되었던 경제기획원의 기구축소나 존폐문제라든가 서해페리참사직후 나왔던 해양관할부서의 일원화 등도 행정개혁적 측면의 접근이었다.

이 문제들이 어떤 결과에 도달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지만 그 성패에는 추진하는 사람이나 세력의 의지,효율적 방안의 연구,장애요소와의 투쟁,그리고 국민적 지원을 얼마만큼 끌어낼수 있는지 여부등 복합적 요소가 작용할 것이다.

이런 요소들에 앞서 문제의식이 있어야 하고 나아가 문제제기부터 되어야 하는 것이 순서이다.최근 표출된 행정분야의 여러 개혁과제들은 고조된 개혁분위기에 무작정 편승한 측면도 적지 않겠지만 「시작이 반」이란 의미에서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이같이 다양한 문제제기 현상은 올해 제도개혁이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문민정부 출범후 지난해의 개혁이 주로 사정에 중점을 둔 인적개혁의 인상이 짙었던 것과는 다르게 이제 개혁이 본궤도에 진입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특히 행정제도의 개혁은 군림하던 행정에서 서비스의 행정으로 바꿔보겠다는 방향전환의 강한 의지가 담겨있다.

이러한 개혁의 포인트는 비용을 줄이면서 효과를 끌어올리는 것이다.얼핏 생각하면 모순된 말이지만 행정 구석구석에 모순과 비합리가 도사리고 있기에 「양수겸장」이 가능한 것이고 그것이 행정개혁의 묘미라 할만하다.

그러나 모든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어떤 개혁이든 그렇지만 행정개혁도 기득권이라는 장애물과 힘든 씨름을 해야하기 때문이다.이 기득권은 관료편의주의와 부처이기주의로 무장되어 있기에 더더욱 부수기가 어렵다.

지난 88년 노태우대통령의 당선 직후 「작은 정부」를 내걸고 민관혼성의 행정개혁위원회까지 만들어 1년간의 심의끝에 나온 정부기구축소안이 불이익을 당할 해당부처의 이기적 반발에 부딪쳐 무산된 것이 그 예이다.아니,「작은 정부」는 커녕 오히려 기구가 늘어나기까지 했다.그때 해당부처의 로비는 그야말로 필사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었다.

또 하나의 사례로 그 당시 행정개혁의 문제가 떠올랐을때 어느 여당국회의원이 국회본회의 대정부질문을 통해 검찰·안기부·감사원등의 직급문제를 제기하려고 시도했다.이들 부서의 국·과장등 모든 직급이 타부서에 비해 높으니 힘도 세고 직급도 높아서야 되겠느냐는 지적을 하려한 것이다.

그러나 그가 사전에 질문원고를 배포하자 소속정당의 간부는 물론 친구·친척등 모든 채널을 통해 압력이 들어왔고 그는 결국 질문을 우회하고 말았고 이것이 두고두고 국회주변에서 화제로 남았었다.그만치 기득권 깨기가 어렵다는 증거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문민정부의 발족과 함께 체육부가 문화부에,동력자원부가 상공부에 흡수 통합되어 제도개혁의 첫 작품으로 평가받았다.이같은 가시적 성과를 조기에 거둘 수 있었던 것은 88∼89년에 행정위를 통한 연구검토결과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89년 당시에도 이 연구안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있었으나 개혁의 기운이 기득권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약했기 때문에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개혁마인드가 강력한 새정부가 들어서니 이를 단번에 이룰 수 있었다.다만 개혁의지가 강하더라도 그런 문제에 대한 연구검토가 없어 뒤늦게 이를 시작했다면 전광석화같이 기득권의 벽을 뚫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금융실명제도 이미 사전준비와 연구가 있었고 여기에 가장 중요한 개혁실천의지가 있었기에 예상보다 조기실시가 가능했으리라.

최근에 나온 「물 대책」을 놓고 일부에서는 「페놀사고대책」의 재판이라지만 그때 이미 물문제가 심각했으나 실천의지가 없었고 지금은 앞선정권으로부터 물려받은 멍에임에도 불구하고 개혁적 실천의지가 있기에 기대해 볼만한 것이다.

이런점에서 볼때 개혁,특히 행정개혁을 확산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제제기와 연구가 계속되는 분위기를 더욱 고양시킬 필요가 있다.행정부는 행정부대로,국회는 국회대로 또 민간은 민간대로 보다 다양하게,보다 심도있게 개혁과제가 연구·검토되는 분위기 말이다.<주필>
1994-01-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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