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분야/신원진술서 양식부터 고쳐라(개혁 2차연도의 과제:4)

행정분야/신원진술서 양식부터 고쳐라(개혁 2차연도의 과제:4)

이영희 기자 기자
입력 1994-01-06 00:00
수정 1994-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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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의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지난 한햇동안 우리는 개혁이란 말을 하루도 듣지않은 날이 없을 만큼 소위 개혁현상속에 살아왔다.새정부가 하기 어려운 중요하고도 굵직한 개혁들을 그동안 과감하게 단행하여온 것은 누구도 부인못하는 사실이다.그러나 한편으로는 국민의 입장에서 볼 때 다소 요란스럽기도 했던 개혁의 외침에 비해 과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달라졌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뭐라고 말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그것은 막상 생활속에서 개혁을 강하게 느끼지 못하는 데에 원인이 있을 것이다.

○실천이 뒤따라야

사실 여러 중요한 개혁조치들이 국민의 생활에까지 직접 와닿는 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지도 모른다.평소 실명거래로 살아온 많은 시민들에게는 금융실명제라는 큰 개혁이 단행되었다고 해서 직접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오히려 주민등록증을 일일이 제시해야 하는 새로운 번거로움을 더 크게 느꼈을 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영삼대통령의 개혁은 윗물맑기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그것은 순서상으로 옳았고또한 반드시 필요한 것이었다.그러나 위로부터의 개혁은 아래의 개혁으로 힘차게 내려오고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개혁은 구호나 말로써가 아니라 구체적 실천,그리고 일상생활속에서의 개혁으로 나타나야 한다.또한 그러기 위해서는 개혁을 언제나 대통령이나 당국자의 눈으로써가 아니라 일반 국민의 눈으로써 보려고 하는 자세가 절대로 요구된다.

신한국 창조의 주체는 말할 것도 없이 일반국민 또는 기업이다.국민이 신바람을 내지 않고서는,또 국민이 창의력을 발휘하지 않고서는 국제화의 물결속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없다.따라서 개혁은 관료를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서 해야 하는 것이며,여기서 관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는 분명하다.그러므로 국제화의 원년이라고 하는 새해에는 좀더 국민의 눈에 명확히 들어오는 개혁이 이루어지도록 정부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당연시 해오던 행정관행 등을 일일이 다시 점검하여 국민에게 불필요하고 번거로운 부담을 주는 것은 비록 사소한 것이라도과감하게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바로 그런 점에서 개혁이 여태 왜 안되고 있는지 평소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사례를 하나 들겠다.

○작은일부터 개선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신원진술서 양식이다.잘 알다시피 이 서류는 여권신청이나 법인의 임원취임 등을 위해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그런데 솔직히 나는 이러한 서류가 도대체 왜 필요한 것인지,그것도 왜 4통씩이나 일일이 직접 친필로 작성해야 하는지 그 이유는 알지 못한다.정부가 신청인의 신원을 정확하게 알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를 위해서는 신청자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만 정확히 적으라고 하면 충분할 것이다.요즈음과 같은 정보화사회에 외국에 나가거나 법인임원 취임에 문제가 있을 정도의 인물은 관계기관이 신원을 별도로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만약 관계기관이 전혀 모르고 오로지 작성자의 진술에만 의존하는 상태라면 이는 보통문제가 아니다.한편 당사자의 신원에 설혹 문제(?)가 약간 있다고 하더라도 민주사회에서는 전과사실이 없는 시민이라면 어떤 일이든 우선 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하며 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않는다.

또한 신원진술서는 왜 타자나 대필은 안되는 것이며,여러 장이 필요하다면 왜 한장만 써서 복사하게 하거나 한번에 모두 복사되는 용지를 갖추어 줄수 없는 것인가.신원진술서의 기재사항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하다.두사람의 친구이름은 왜 필요하며,두사람의 보증인은 또 왜 필요한가.

○과감한 단행 기대

무엇을 어떻게 보증한다는 것이며,과연 보증인으로 적힌 당자사들이 이를 동의했다고 믿고 있는 것인가.사회단체에의 가입여부를 정부가 무엇때문에 알아야 하는 것이며,가입동기까지 묻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한번 작성해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그렇게 느꼈겠지만 참으로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번거롭게 시간을 빼앗는 서류 양식이다.문민시대에도 이러한 서류양식이 변함없이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전혀 납득되지 않는다.

이런 예가 신원진술서 하나에 그치겠는가.곳곳에 아직도 많은 관위주의 불합리가 도사리고 있다.

새해에는 거창한 개혁의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국민이 직접 느낄수 있는 개혁이 좀더 과감하게 단행되었으면 한다.<이영희 인하대 법정대학장>
1994-01-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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