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 급진개혁 “예상밖 제동”/총선결과로 본 러 정국 전망

옐친 급진개혁 “예상밖 제동”/총선결과로 본 러 정국 전망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3-12-14 00:00
수정 1993-1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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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안 지지 저조… 상차뿐인 승리/극우파 약진땐 정계개편 불가피

러시아는 새헌법을 확정지음으로써 정치적 안정을 위한 중대한 고비 하나를 넘겼다.하지만 총선결과 나타난 새의회의 구성판도는 향후 정국전망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극우 민족주의자인 지리노프스키의 자민당과,농민당·공산당등 보수우익 계열의 대약진은 개혁진영의 분열로 얻은 어부지리의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들이 얻은 높은 지지율은 국민들 사이에 옐친식 급진개혁에 대한 불만이 예상외로 폭넓게 자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따라서 개혁의 일사불란한 추진을 위해 최고회의 무력해산과 조기총선을 강행한 옐친대통령의 당초구상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일단 새헌법안이 채택된 것은 옐친대통령 개인은 물론 러시아의 정치적 장래에도 긍정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새 헌법을 채택함으로써 러시아는 보다 안정된 민주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법적 기반을 갖추었다고 할수 있다.아울러 러시아 역사상 최초로 실시된 정당추천 선거에 의한 의회구성은앞으로 정치전반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란 전망이다.

새로 구성되는 러시아국회는 94년 1월 11일 개원한다.이로써 러시아는 지난 1917년 페트로그라드에서 재정러시아 마지막 두마(의회) 폐막이후 76년만에 민주형태의 국회를 갖는 셈이다.

1백76명으로 구성되는 상원은 전쟁선포,국경선변경등 외교안보적으로 중대사안을 주로 취급하고 실제입법기능은 4백50명의 하원인 두마가 담당한다.예고르 가이다르총리를 비롯한 현각료 출신 다수,겐나디 주가노프(공산당),민족주의 지도자 지리노프스키,안드레이 코지레프 외무장관등이 모두 두마에 진출해 실제 정치의 장은 두마가 될 전망이다.

새의회의 임기는 원래 4년이나 헌법부칙을 통해 이번에 한해 2년으로 줄였다.따라서 옐친대통령 임기시한인 96년 6월 이전에 임기가 끝난다.

일부에서는 앞으로 보수 대 개혁의 대결구도 대신 정부 대 의회 내지 옐친대통령 이후를 노리는 정당지도자들간의 정국 주도권 대결쪽으로 정국향방이 바뀔 것이란 전망도 하고있다.이 경우 정당간 이합집산을 통한 일대 정계개편이 불가피할 것이란 지적이다.

일단 여당 역할을 떠맡을 「러시아선택당」의 가이다르부총리는 선거결과가 윤곽을 드러낸 13일 상오 『의회안정의석 확보를 위해 민주대연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그는 선거기간중 입장을 달리한 모든 정당이 연합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야블린스키,샤흐라이부총리등 개혁성향의 단체들이 일차적인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의회는 제1과제로 새헌법에서 엄청나게 위축돼 있는 의회의 권한을 회복하기 위해 조기개헌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여지고 있다.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때 옐친대통령이 약속했던 내년 6월 대통령조기선거문제가 다시 쟁점화될 가능성이 높다.이렇게 정부 대 의회간의 대결구도로 정국이 전개될 경우 개혁정책은 또다시 정치적 볼모가 돼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우려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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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이번 총선 결과가 가리키는 지표는 「제도화된 범위내에서의 점진적 개혁」이라고 할수 있다.러시아국민들은 개혁은 지지하되 과거같이 대통령이 포고령으로 밀고가는 급진개혁에는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다.옐친대통령이 과연 이같이 「답답한 현실」을 수긍하고 개혁의 템포를 재조정할 것인지는 또다른 문제이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3-12-1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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