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 전주유엔대사·가트이사국 의장역임 인터뷰(쌀정책을 말한다)

박근 전주유엔대사·가트이사국 의장역임 인터뷰(쌀정책을 말한다)

입력 1993-12-03 00:00
수정 1993-12-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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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대세… 농민 보호대책 급선무”/도시민 고통분담·유예기간 등 활용 필요

박근 전유엔대사는 2일 쌀시장 개방문제와 관련,『우루과이라운드(UR)는 1백16개 참가국에 우산처럼 적용되는 보편적인 개방원칙이며 규정이므로 우리만 여기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GATT체제를 탈퇴하지 않는 한 결국 문제가 되고있는 쌀시장은 개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인 셈이다.

○「우리만 예외」 불가능

박전대사는 『오히려 개방에 대비,농민을 위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는 것이 훨씬 더 미래지향적이고 우리가 시급히 해야할 일』이라고 역설했다.

그의 논리는 특이했다.

농민을 더 잘살게 하기 위해서는 비록 고통이 따르더라도 개방을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정치인,언론,재야단체 모두 솔직하고 진실되지 않다』고 호되게 질책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쌀시장을 사수하려면 GATT체제에서 탈퇴해야 하므로 쌀시장의 개방불가를 외치는 정치인이나 재야단체들은 그 대안으로 GATT체제로부터의 탈퇴도 함께 주장해야 마땅하다는게 그의 「개방 불가피론」의 주요 논거였다.

『따라서 쌀시장 개방 저지만을 외치는 것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쌀시장 개방이 농민을 위한다는 논리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데.

▲우리나라만을 위해서 UR에 개발도상국 특별조항을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우리는 지금 「시베리아 벌판에서 혼자 우는 호랑이」의 형국이다.아무도 귀기울이고 있지 않다.쌀시장 개방불가는 GATT체제의 탈퇴를 의미하고 그것은 14%의 농민에게 계속 흙과 싸우라고 얘기하는 것과 다름없다.언제까지고 농민을 가난과 싸우게 하는 전통 답습이며 농업후진국 지위에 머무르게 하는 정책일 뿐이다.

○농민 4∼5%로 감축

­그러나 개방은 농촌을 황폐화시키고 결국 국가전체가 위기에 직면하리라는 시각도 있는데.

▲선진국이 되려면 농민의 수를 4∼5%로 줄여야 한다.그 정도 수준이면 우리 국민을 충분히 살릴수 있고 농민도 잘살게 된다.왜냐하면 수가 줄어든만큼 소유농지의 규모및 수입이 적어도 3·5배 이상 늘고 수출가능한 농산물을 재배할수 있기 때문이다.다만 많은 사람이 전업을 하거나 농촌을 떠나야 하는 고통이 있다.그것은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다.UR이 타결되면 세계 모든 나라는 스스로 경제구조를 개편 또는 재편해야 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그래야 개방적 국제체제속에서 발전할수 있다.물론 우리 농촌은 특수한 사정이 많다.따라서 농촌 구조개편의 고통을 도시민들이 떠맡는 희생이 필요하고 정부도 고통을 최소화 하기 위한 「자비스런」 농업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또 자비스런 농업정책의 제시는 야당과 재야단체가 해야할 일이기도 하다.철야농성 같은 것은 야당이 지금 해야할 일이 아니다.

○철야농성 대안 못돼

­그렇지만 쌀시장 개방은 즉각 농촌을 피폐화시킬 거라는데.

▲그렇지 않다.세가지의 충격 완화수단이 있다.첫째 아직 발표되진 않았지만 일본이 6년의 유예기간을 가진 것으로 안다.이것은 조만간 다자간 협상테이블에 올려져 공식문안이 될게 틀림없다.그렇다면 최소한 우리는 6년의 유예기간 혜택을 받을수 있게 된다.둘째,둔켈초안에는 개도국의 경제발전에 모순되지 않고 상치되지 않는 방향으로 쌀개방을 집행하도록 되어있다.우리 국민의 식량안보등 모든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안정을 확보하기 위한 속도조절이 가능한 것이다.셋째,긴급수입 제한조치를 할수 있다.국내시장이 일시에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클 경우 관세를 올려 균형을 맞출 수 있도록 농산물규정이 되어있다.이 세가지 방안을 적절히 활용하면 충격을 최소화 할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대통령뿐아니라 정부,여당,야당 모두 아직까지는 개방불가라는 한 목소리인데.

▲현재 농산물 개방을 둘러싸고 반대하는 나라는 우리와 일본,스위스등 세나라밖에 없다.그러나 스위스는 치즈,버터등 낙농제품이어서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고 일본은 세계에대한 영향력을 갖고있는 경제대국이다.따라서 우리 반대가 협상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우리가 끝까지 반대하면 그냥 제쳐두고 타결시킬 것이다.따라서 현시점에서 대통령이 「직을 걸고…」라고 말했다고 해서 그것을 고리로 걸어 정치싸움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지금으로서는농민의 고통을 최소화 하는게 시급한 과제다.

박전대사는 『결론적으로 말하면 뻔히 타결될줄 알면서 개방불가를 외치고 금융서비스부문에서 양보하더라도 쌀은 지켜보겠다고 말하는 것은 솔직한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하며 말을 맺었다.

한때 GATT이사국의장도 맡은바 있는 외교계의 원로 박전대사는 『GATT처럼 UR로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는 나라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양승현기자>
1993-12-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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