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정국 냉각… 국회 난기류/예산안시한 맞물려 여야 대결 조짐

쌀정국 냉각… 국회 난기류/예산안시한 맞물려 여야 대결 조짐

문호영 기자 기자
입력 1993-11-30 00:00
수정 1993-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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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의원 지도부에 판기 “장외투쟁” 선택/민주/“예산 표결처리” 방침… 「쌀」 수세에 몰려 부담/민자

개혁입법과 추곡수매에 대한 여야간의 이견으로 답보를 계속하던 예산국회가 쌀시장개방이라는 악재의 돌출로 좌초 일보 직전이다.또 처리마감을 불과 3일 앞둔 29일에야 비로소 부별심의에 착수한 예산안은 민자당이 시한인 12월2일을 지키기 위해서는 표결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여야간의 실력대결을 예고하고 있다.여기에다 29일 김영삼대통령의 국회연설 참석여부를 둘러싸고 민주당이 보인 내분과 장외투쟁불사방침은 가뜩이나 난항을 겪고 있는 국회운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여야는 29일 3역회담을 갖고 현안 전반에 대한 절충을 시도했지만 정국을 두텁게 감싸고 있는 냉기류를 몰아내기에는 너무나 큰 견해차를 노정했다.이날부터 부별심의에 들어간 예결위도 김중위위원장이 『예결위는 여타 사안에 구애돼서는 안된다』며 예결위운영에 쌀시장개방문제를 추가로 연계시키려는 민주당의원들의 움직임에 제동,한때 논란을빚었다.

○…점점 얼어붙고 있는 정국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유력시되던 영수회담 이외에는 없다는 것이 중론.하지만 개최 가능성은 현재 분위기로 미루어 희박하다.

영수회담이 열리더라도 주로 쌀시장개방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 뻔하고 김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쌀문제를 언급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민주당 이기택대표 역시 청와대로부터 쌀시장개방에 대한 명확한 불가 언질을 받아내지 못하는한 자신에게 집중될 당내의 비난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여론이 전적으로 쌀시장개방 불가 쪽으로 쏠려 민주당이 구사해 온 과거청산및 개혁입법의 예산안 연계투쟁처럼 비난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대표를 영수회담에 소극적으로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민주당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쌀개방 반대와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1천만명 서명운동과 농민단체·농협·재야와 연계한 장외투쟁,지구당을 중심으로 하는 반대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30일 이대표의기자회견을 통해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

또 매일 의원총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조순승 김영진의원을 제네바 관세무역일반협정(GATT)본부에 파견,정부대표단의 교섭상황을 당에 보고토록 할 방침.

농수산위소속의원을 중심으로 한 농촌출신의원들은 단식농성등 극한투쟁까지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대표의 기자회견내용이 으름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면 국회는 심각한 대결국면 뿐 아니라 파행으로 치달을 전망.

새정부 출범후 처음으로 야당이 거리로 나가는 일이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사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최고위원회의의 합의가 의원총회와 당무회의에서 번번이 뒤집어지는 민주당 당론결정과정상의 난맥상.

이날도 최고위원회의는 본회의 참석이 여야간의 합의사항이라는 점을 고려해 「참석을 원칙으로 하되 의원 개인의 의사에 맡긴다」는 결정을 내렸으나 이어 열린 의원간담회에서는 도시와 농촌출신,주류와 비주류 구분없이 40여명의 의원들이 반발,김원기·노무현최고위원을 제외한 나머지최고위원들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다수가 끝내 참석을 거부.

예상외로 많은 의원들이 지도부의 결정에 반기를 들고나서자 이대표는 김대통령의 연설이 끝난뒤 최고위원간담회를 소집,이례적으로 언성을 높이며 불만을 토로했으나 분위기에 떠밀려 결국 장외투쟁이라는 강수를 선택.

○…여야 격돌의 「D­데이」는 예산안 처리 마감시한인 12월2일이 될 듯.

민자당은 표결을 통해서라도 시한내 처리를 강행한다는 방침.또 실낱같은 희망이 걸려있던 29일 3역회담이 수포로 돌아간 것으로 미루어 표결처리는 점차 기정사실로 대두되고 있다.따라서 이날 민주당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민자당 단독으로 예산안이 통과되는 상황 또는 회의장에 남아 이를 실력으로 저지하려는 민주당의원들의 몸싸움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쌀시장개방에 대한 국민여론에 관한한 정부·여당이 수세에 있는데다 민주당의 장외투쟁에 명분을 줄 소지가 있어 예산안 표결처리는 민자당에도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문호영기자>
1993-11-3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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