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거세지는 대한 통상압력/미국의 개방확대요구와 우리의 대응

다시 거세지는 대한 통상압력/미국의 개방확대요구와 우리의 대응

정종석 기자 기자
입력 1993-11-26 00:00
수정 199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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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금융 등 모든 부문서 공세/UR타결땐 쌀시장 “발등의 불”/개별협상통해 시기 최대한 늦추고 폭 줄여야

우리나라에 대한 개방파고가 다시 거세지고 있다.

미국은 최근 김영삼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국의 금융,서비스 시장의 개방이 미흡하다고 주장,개방 폭을 조기에 확대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집요할 정도로 가시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점이 과거와는 매우 다른 점이다.

이는 미국의 주변 통상여건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클린턴대통령의 야심을 담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미의회를 무사히 통과했고 아태경제협력체(APEC)에서 의도한 대로 주도권을 행사하게 됐다는데 크게 고무된 것으로 여겨진다.유럽공동체(EC)를 견제하기 위해 APEC를 태평양공동체로 확대 개편하려는 의도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자 미국이 대외적인 발언권 강화가 대한 통상압력으로 이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같은 대한 통상압력은 쌀시장 개방문제에 이르면 심각한 차원이 된다.「농산물의 예외없는 관세화」를 포함한 우루과이 라운드(UR)협상이 전격 타결될 경우 쌀시장 개방은 우리 정부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기정사실화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쌀시장 개방에 관한 예외인정 요구를 UR참가국들이 들어주지 않을 경우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가지이다.쌀시장 개방을 받아들이거나,UR를 탈퇴하는 길이다.

○우리정부 입장 경직

그러나 UR탈퇴는 새로운 세계무역질서에서 고립을 자초하는 길이다.모든 국가간 무역·통상문제를 다자간이 아닌 쌍무적 협상으로 풀어나갈 수 밖에 없다.엄청난 부담이 뒤따르는 것은 물론이다.그런데도 우리 정부의 입장은 매우 경직돼 있다.현재까지도 「쌀개방은 절대불가」이며 이를 공론화하는 것 조차 금기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한개방압력은 쌀을 비롯한 농산물에 그치지 않고 파상적으로 이어진다.금융 및 서비스시장 개방,각종 행정규제 완화등 거의 모든 부문에 걸쳐 있다.

정부는 이달 초 청와대에서 열린 신경제 추진위에서 국제화전략 추진대책으로 외국인들의 토지취득,세부담 완화,시설재 도입완화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미국은 획기적이 아니라는 반응이다.지적 재산권 보호문제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요구하는 가장 큰 불만중의 하나이다.비디오테이프,소프트웨어등의 불법복제와 가짜 상표등으로 미국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관계법의 개정과 철저한 법집행을 요구하고 있다.

○국제화 절박한 과제

우리나라는 김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국제화에의 적응이라는 매우 절박한 과제에 직면해 있다.쌀개방 문제는 시한폭탄처럼 우리의 목을 죄며 다가오고 있다.김대통령이 클린턴에게 UR협상이 타결되도록 적극 협조한다고 약속한만큼 쌀문제에 관한 결단을 더 이상 늦추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더욱이 그동안 쌀개방저지 공동전선의 유일한 우군이던 일본은 이미 회담에서 95년부터 6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장을 개방하기로 약속했다.일본마저 이탈한 마당에 한국이 혼자서 미국의 압력에 대처하기는 매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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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전문가들은 『일본과는 달리 우리의 경우 쌀시장을 열면 취약한 농촌은 물론 경제 전체가 흔들릴 위기에 빠지게 된다』며 『농산물 개방이 확정될 경우 쌀시장 개방의 이해당사자인 미국과 개별협상을 통해 개방시기를 최대한 늦추고 개방폭을 줄이는 식으로 국내 농가의 피해를 줄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정종석기자>
1993-11-2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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