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변호인 퇴정… 궐석구형/박철언의원 공판 스케치

피고·변호인 퇴정… 궐석구형/박철언의원 공판 스케치

입력 1993-10-20 00:00
수정 1993-10-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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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정·속개 소란속 재판부 결심강행/“각본수사 주장에 연민느낀다” 논고

슬롯머신업계비리와 관련 구속·기소된 국민당의원 박철언피고인(53)에 대한 결심공판은 변호인단의 재판부기피신청과 퇴정에 이은 방청객들의 욕설·고함등 문민정부 들어 최대의 법정소란과 휴정의 파행끝에 종결.

○…19일 하오 서울형사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이날 공판은 변호인단이 재판시작 직전부터 변호인석 의자가 부족하다며 법원직원들에게 호통을 치는등 긴장된 분위기 속에 시작.

김양일변호사는 『정씨 형제의 불명확한 진술과 박피고인의 부인이 대립되고 있으므로 유일한 목격자인 홍성애씨의 법정증언 없이는 유무죄의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면서 홍여인의 법정증언이 성사될때까지 결심이 연기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홍준표검사는 이에대해 『홍여인의 출석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변호인측은 그동안 소재파악등의 노력을 하지않은 이유는 뭐냐』고 반박.

이어 유수호변호사는 『사법부의 독립을 지켜야할 판사가 그동안 무책임하게 재판을 진행해 왔다』며 13가지의 이유를 나열한뒤 재판부기피신청을 선언하고 일어서 마치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다른 변호인들과 함께 퇴정.

이어 웅성웅성대며 재판을 지켜보던 방청객들도 『정치판사 자폭하라』는 등 고함과 욕설을 퍼붓기 시작,소란이 10여분간 계속됐고 재판장은 『나갈 사람은 나가시오』라고 한뒤에도 소란이 그치질 않자 휴정을 선포.

○…40여분만인 하오 4시45분쯤 재판장이 속행을 선언하자 침통한 표정으로 입정한 박피고인은 발언 기회를 요청한뒤 결심을 늦춰줄 것을 거듭 호소.

그러나 재판장인 김희태판사는 『이번 재판이 마지막이 아니니 승부를 길게잡고 생각하라』며 충고한뒤 『앞으로 재판에 시간적 여유도 없고 변호인측이 뒤늦게 홍씨의 계좌추적등을 요청한 것은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볼수 없다』며 결심재판 진행의사를 재확인.

재판진행 의사를 확인한 박피고인이 『더이상 법정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며 퇴정하자 재판부는 피고인과 변호인측이 모두 불참한 가운데 결심재판을 강행,2시간 10여분만에 재판을 종료.

○…이날홍검사가 준비한 논고문은 58페이지에 달하는 검찰사상 최장문에다 「서언」「사건 내사및 수사과정」「증거관계론」등 9개 항목으로 이루어져 마치 학위논문을 방불케 하기도.

홍검사는 이 논고문에서 이번 사건의 성격을 「조직폭력 배후세력」「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추악한 부패 스캔들」등 3가지로 요약한뒤 『밀랍으로 만든 날개로 태양에 너무 가까이 오르려다 밀랍이 녹아 에게해에 추락한 그리스 신화의 이카로스의 최후를 보는 심정』이라고 그동안의 감회를 피력해 눈길.<박성원기자>
1993-10-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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