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비어(외언내언)

유언비어(외언내언)

입력 1993-10-16 00:00
수정 1993-10-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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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 서해훼리호 백운두선장·갑판장·기관장등이 사고당시 물에 빠져 숨진 사체로 인양되었다.침몰선을 탈출해서 어딘가로 도주했느니 해서 지명수배까지 당한 그들이었다.그들에 대해서는 물론 사건과 관련된 유언비어는 그동안 하루도 그칠 날이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백선장을 놓고 『군산에서 봤다』『가족과 전화했다』『곧 자수할 것이다』등이 「제보」됐던 터였다.그외에도 『사고지점 뻘 곳곳에 시신이 묻힌채로 방치되었다』느니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의로 배에 구멍을 내서 사체를 흘려보내고 있다』 등등 헛소문·뜬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유언비어는 눈덩이 같아서 굴리면 굴릴수록 커지게 마련이다.그리고 기하급수적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시간과 함께 왜곡되고 심화된다.하나의 유언비어가 탄생되면 이를 전달하고 전달받은 사람 사이엔 묘한 스릴감까지 조성되어 마치 나만 아는 비밀처럼 은밀한 기쁨을 누리는 분위기다.

유언비어는 전혀 근거없는 소문과 풍문에 지나지 않는 것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그러나 『일정한 사건과소재 없이는 유언비어는 결코 성립되지 않는다』고 「유언의 심리학」은 쓰고 있다.어떤 특정 사건이 극히 추상적이거나 그 내용이 불충분해 보일때,그러니까 어느구석엔가 허점이 도사리고 의혹의 염이 짙을수록 유언의 소재가 된다.

그렇기에 유언비어가 악의에 찬 내용일수록 사람들은 그것이 그대로 들어맞기를 기대하게 된다.하나의 사건이 그저 밋밋하고 무미건조하기보다 드러매틱한 또하나의 사건이 숨겨져 있기를 바라는 심리다.그리고 이런 소문일수록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 리 없다』고 단정하고 구체적인 진실로 굳혀버린다.

선장등의 사체인양과 함께 꼬리를 물던 유언비어도 어느정도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진실은 시간이 밝혀주지만 그동안에라도 헛된 헛소리에 너도나도 놀아난것 같아 매우 언짢다.먼저 「있을수 있는 일인가」를 냉정히 판단했어야 옳다.
1993-10-16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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