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정국장악” 국내외 과시용/옐친 방일 강행의 속뜻

“러 정국장악” 국내외 과시용/옐친 방일 강행의 속뜻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3-10-12 00:00
수정 1993-10-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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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반환 등 현안타결 기대 어려워/북한핵 등 지역안보문제 논의 예상

지난해 5월,9월 두차례 방일 연기때와 마찬가지로 옐친의 이번 방일강행도 전후좌우 가리지 않고 한가지 목적을 위해 일을 밀어붙이는 「옐친스타일」의 전형을 보여준다.

러시아는 지금 어느모로 보나 그가 자리를 비울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2백여명의 사망자를 낸 유혈참극이 벌어진게 바로 엊그제이고 지금도 모스크바는 비상사태하에 있다.그래서 많은 관측통들이 그의 방일강행의 가장 큰 목적이 의회해산 뒤 자신이 정국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음을 국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일본방문이 목적이 아니라 「러시아를 떠나는데」목적이 있다는 말이다.

두 나라간 몇가지 실무적인 현안은 있다.양국정상회담 뒤 원자력 발전·수송및 장거리통신·재정운영방법·우주산업·민수화지원·의약·환경 등 16개 분야에서 양국협력체제 구축을 명시한 「경제선언문」이 발표될 예정이다.이 선언문에서 일본은 또 러시아의 국제통화기금(IMF)및 세계은행가입이 성사된 후 러시아의 GATT가입 적극지원 의사를 밝힐 예정이다.

이와함께 북한의 핵개발의혹과 관련,한반도의 핵확산을 우려하는 합의문서도 조인될 예정이다.이는 그동안 북방도서반환,경제지원 등에 치중해왔던 양국관계가 지역안보문제로까지 확대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은 그동안 대러지원이 미흡하다는 서방국들의 비난을 의식,지난주 2억달러의 대러추가지원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미집행차관에 대한 추가집행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일본은 현재 차관약속분 50억달러중 5억달러만 집행해놓고 있다.

그러나 양국 최대현안인 쿠릴열도반환,평화조약체결문제는 깊이있게 논의될 여지가 없다는게 관측통들의 공통된 견해이다.일정부가 요구중인 영토반환문제는 우선 옐친정부 스스로 일관된 방침이 서있지 않다.외무부쪽에서는 지난 56년 일소협정에 의거 4개섬중 2개부터 순차반환한다는 입장인 반면 체르노미르딘총리 등은 영토반환은 거론조차 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유혈진압 부담과 함께 앞으로 총선·대선 등 굵직한 정치일정을 소화해내야할 옐친으로선 온존하고 있는 국내 보수민심 등을 감안,이같이 민감한 사안에 쉽게 손을 댈 입장이 아니다.

일본으로서도 영토반환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마당에 대규모 경제지원은 동의해 줄 가능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호소카와총리는 유혈진압직후 미국,유럽등 다른 서방국들과는 달리 러시아의 폭력사태에 유감을 표시했다.

옐친대통령은 이런 여러 요인들을 감안,오는 12월 예정인 총선을 공정하게 치른다는 의지를 거듭 천명하고 일본에 공정선거감시단파견을 요청하는 등 정치적 제스처에 주로 치중할 것으로 보인다.현안타개나 굵직한 경제원조는 못받아내더라도 자신에 대한 정치적 지지만 받아내면 소기의 방문목적을 달성한다는 계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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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친대통령은 출국에 앞서 10일로 끝내기로 한 비상사태를 18일까지 연장하는 등 불재중의 집안단속에 단단히 신경을 써놓았다.이렇게 「무리하게」 강행한 방일이 과연 그의 국내 정치적 입지는 물론 경제회생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3-10-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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