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행정 「추석낮잠」/박정현 전국부기자(오늘의 눈)

청소행정 「추석낮잠」/박정현 전국부기자(오늘의 눈)

박정현 기자 기자
입력 1993-10-04 00:00
수정 1993-10-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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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사흘동안 전 국민의 절반이 넘는 2천6백만명이 고향을 찾아 전국을 오르내리며 이른바 「교통전쟁」을 겪었다.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같은 기간 대도시에 남은 사람들은 귀성객 못지 않은 「전쟁」을 치러야 했다.주택가 골목골목·아파트 단지 등에서 차고 넘치는 명절음식 찌꺼기·빈 과일상자·선물포장지 등등.

곳곳에서 악취가 진동했고 좁은 길거리에서는 쓰레기를 피해 다니느라 한바탕 「쓰레기와의 전쟁」을 겪었다.

어른들에게 인사를 드리러 한복을 차려입고 집을 나서거나 나들이길에 오른 사람이면 코를 막고 쓰레기더미 사이로 종종걸음을 쳐야 했다.이런 광경은 아파트단지나 일반주택가 할 것 없이 마찬가지였다.좁은 골목길의 달동네에서는 더욱 심했다.

그럼에도 쓰레기는 치워지지 않았다. 서울시 등 행정당국은 연휴동안 김포쓰레기매립지가 문을 닫고 환경미화원들도 쉬어 수거가 불가능했다고 밝히고 있다.대신 특별기동반이 지하철역 등 일부 공공시설물 주변의 쓰레기를 수거했고 그밖의 쓰레기는 쌓일 수 밖에 없었다는 불가피성 만을 강조했다.

명절이면 평소보다 많은 양의 쓰레기가 버려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때문에 무분별하게 쓰레기를 내다버리는 시민의식을 탓하기에 앞서 청소당국의 명절보내기는 무신경을 지나 무대책에 가깝다는 원성을 사기에 충분했다.

추석을 맞아 조상에 제사를 드리는데 환경미화원을 비롯한 청소행정관계자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도둑과 불로부터 국민들을 지키고 발노릇을 하느라 경찰·소방공무원들은 물론 철도종사자와 버스·택시기사들에게 명절도 없었다는 점을 올 추석을 계기로 청소당국자는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들의 고생 덕분에 명절 연휴 마음편히 고향에 가거나 나들이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고향길을 재촉하는 귀성객들은 누구나 자신의 성묘도 미루고 버스를 모는 기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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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우리도 쓰레기가 말끔히 치워진 쾌적한 추석과 설날을 지낼 권리를 주장해도 될 시점에 온 것 같다.
1993-10-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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