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일정짜기(청와대)

대통령 일정짜기(청와대)

김영만 기자 기자
입력 1993-06-19 00:00
수정 199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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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대통령은 17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중견방송인의 모임인 「여의도클럽」회원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행사에의 참석여부를 두고 청와대내에서는 논란이 있었다.모비서관이 올린 행사참석 기획에대해 다른 비서진에서 제동을 건 것이다.회원의 날 행사에까지 대통령이 참석하다보면 형평성의 문제가 생기지 않겠느냐는 게 제동이 걸린 이유였다.

이문제는 비서실장이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참석하는 것이 좋다는 판정을 내려 대통령의 참석이 이루어졌다.

대통령의 일정을 짜는 것은 의전비서관실의 소관이다.그러나 대통령의 일정은 다른 비서진에 의해 검토되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수석비서관회의에까지 회부된다.대통령의 공식·비공식 일정 하나하나가 적게는 공무원사회,크게는 나라전체에 영향을 끼칠수 있기 때문이다.

16일 하오 김대통령은 각각 하나씩의 공식·비공식 일정을 소화했다.

이날 하오에 김대통령은 미국 T대학의 총장을 접견했고 저녁에는 전군 주요지휘관들과 저녁을 같이했다.T대학 총장의 접견은 비공식,전군지휘관과의 만찬은 공식행사로 치러졌다.

그러나 당초 기획단계에서는 T대학 총장의 접견이 공식이었고 전군지휘관과의 만찬이 비공식으로 잡혀 있었다.그랬던 것이 다른 비서진에서 문제가 제기돼 공식과 비공식이 서로 바뀌었다

미국의 이대학은 70년대 김대통령이 야당당수시절 명예박사학위를 준 인연이 있다.대통령의 공식적인 이력서에도 나오는 대목이다.핍박받던 시절의 명예박사학위였으므로 김대통령도 감사해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이대학 총장이 방한을 하면서 어떤 길을 통해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했고 의전비서실은 이를 공식일정으로 잡아놓았던 것이다.그러나 이를 안 다른 비서실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공과 사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대통령으로서야 어려운 때 도움을 받은만큼 당연히 예의를 베풀어 만나고 싶겠지만 그런식으로 대통령의 일정을 짜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문제를 제기한 쪽에서는 외국의 다른 유수한 대학총장들도 만나지 못하고 있는데 과거에 인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식접견을 하게되면 공과 사를 구분못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이 접견행사는 당일 아침에 공식일정에서 비공식행사로 격하되고 말았다.

전군주요지휘관 만찬은 종전의 관례에 따라 비공식일정으로 기획이 됐었다.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군고위장성들과 식사를 하는것이 공식행사로 알려지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비공식행사로 처리해 왔던 모양이다.그관례에 따라 국방담당 비서실은 이를 비공식일정으로 잡아놓았던 것이다.

그러자 공보비서실등에서 공식행사로 취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예전에는 대통령이 군에 정권안보의 상당부분을 의존해 군고위 장성들과의 만남을 쉬쉬하는 자격지심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문민대통령으로서는 오히려 군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국민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행사도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그날 점심때나 돼서야 공식행사로 바뀐다. 대통령의 일정이 비서진들사이에서 자유롭게 토론되는 것은 좋은 일 같다.대통령의 몸짓 하나하나가 국정의 방향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그것은 사실이다.그런만큼 대통령일정은 가능한한 사전에 많이 스크린되는게 좋을 것같다.<김영만기자>
1993-06-1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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