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루츠코이 불화 증폭(특파원코너)

옐친­루츠코이 불화 증폭(특파원코너)

이기동 기자 기자
입력 1993-06-01 00:00
수정 1993-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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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러시아의 「이름뿐인 부통령」으로 전락한 알렉산더 루츠코이 부통령이 지난 28일에는 크렘린에서 가질 예정이던 기자회견장에 기자들의 출입이 봉쇄당함으로써 또한번 수모를 겪었다.

바실리 티토프 루츠코이 부통령 대변인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 시작 시간인 상오 11시 회견에 참석키로 된 기자 77명이 크렘린당국에 의해 주출입문 앞에서 출입이 저지됐다는 것이다.바실리 대변인은 『이같은 행위가 벌써 5일째 계속되고 있다.아마도 부통령의 집무실을 크렘린에서 내몰아 내려는 의도인 것같다』고 크렘린측을 비난했다.

한편 옐친 대통령측은 전날인 27일 이 기자회견을 저지시킬 것임을 이미 밝힌 바 있다.기자들의 출입을 저지시킨 직후 세르게이 필라토프 대통령행정실장은 『루츠코이 부통령이 기자회견 시각을 너무 늦게 통보해왔기 때문에 일어난 일』로 해명했으나 부통령의 외부인사 접견금지 방침에 따른 조치임은 분명한 것같다.

갈수록 첨예해지는 보혁대결 와중에서 옐친과 루츠코이 두 사람의 불화는 사실상 치유가능한 단계를 넘어섰다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현행 헌법상 부통령을 해임할 길이 없는 옐친대통령은 현재 루츠코이의 수족을 하나하나 묶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부통령이 수행하던 직무를 모두 박탈했고 메르세데스 승용차 압수,부통령실 직원 40명 감축에 이어 외부인사 접견까지 막아버린 것이다.

관측통들은 루츠코이 부통령이 지쳐 제발로 「보따리를 싸」 의회 의사당으로 집무실을 옮겨가주기를 바라는게 크렘린의 의도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신헌법채택을 앞둔 여론싸움에서 반옐친의 선봉에 선 루츠코이가 의회 보수파들과 한통속이라는 사실을 만천하에 드러내는데 그보다 더 좋은 선전효과가 없다는 판단에서이다.이것을 아는 루츠코이 부통령으로선 섣불리 크렘린을 뛰쳐 나오지도 못하고 일단은 수모를 당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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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집안싸움」이라고는 하나 나라의 체면도 한번뜸은 고려가 됐으면 하는게 관찰자의 입장에서 본 솔직한 심정이다.<모스크바=이기동특파원>
1993-06-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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