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돈」척결을 정치보복이라니(사설)

「검은 돈」척결을 정치보복이라니(사설)

입력 1993-05-19 00:00
수정 1993-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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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유흥가와 슬롯머신계 대부 정덕진씨로부터 2억여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엄삼탁 병무청장을 소환,돈을 받은 경위와 정확한 액수등을 조사하고 있다.또 엄청장이 「서방파」두목 김태촌등 조직폭력배를 비호해온 부분에 대해서도 캐내고 있다.이와함께 정씨로부터 5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 국민당 박철언 의원에 대해서도 물증확보 작업을 계속한 뒤 조만간 소환,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정씨를 비호해온 실체가 마침내 그 부정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그동안 설마했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고 보니 새삼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한사람은 6공의 실세중 한 사람이었던 현직 국회의원이다.또 한사람은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을 지낸 고위공직자이다.어찌 그런 인물들이 정씨로부터 수억원대의 뇌물을 받고 그들의 뒤를 돌봐줄 수 있단 말인가.그러면서도 어떻게 아무 거리낌도 없이 선양을 자처해오고 막중한 안보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의 요직을 차지할 수가 있었다는 것인가.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한심한 것은 그들은 정씨로부터 받은 돈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후환을 없애기 위해 미리 「돈세탁」을 철저히 한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그뿐만이 아니다.검찰 수사로 자신들의 뇌물수수 혐의가 확인된 것으로 알려지자 두 사람 모두 혐의내용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한다.심지어 검찰수사를 두고 「정치보복 운운」하며 자기방어를 시도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한심한 것은 일부 야당에서도 이같은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관계자도 이미 밝혔듯이 새 정부의 개혁과 사정작업은 어떤 특정인이나 특정분야를 겨냥하지 않고 있다.누구든 비이가 있으면 성역없이 사실을 밝혀 엄단한다는 것이 사정당국의 기본입장이다.이는 지금까지 사정당국이 다른 비이사건 수사에서 보여준 사정의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그런데도 혐의자가 「정치보복 운운」하며 호도하다니 참으로 비겁한 자세가 아닐수 없다.

여당간부가 지적했듯이 이 유리알같이 맑은 세상에 「보복」이라니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 할 것이다.당사자는 이제라도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 오히려 떳떳하다.

국민들은 그동안 검찰의 수사가 답보상태처럼 보여 실망을 하기도 했으나 이번에 또 한번 성역없는 수사의지를 확인함으로써 수사당국에 깊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따라서 아직도 숨어있는 비호세력들이 있다면 철저히 파헤쳐서 새 정부의 목표인 「신한국」건설의 토대를 튼튼히 다져야 할 줄로 안다.
1993-05-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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