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생지옥:가/잘못 없어도 「죄」 고백해야 매질 모면/중노동 끝낸뒤 한밤까지 자아비판/김 부자 찬양노래 소리 작으면 혼쭐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곳 북한에서 정치범수용소에 갇힌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이미 혹독한 통제의 사슬에 얽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주민들을 잠시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북한 위정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통치방법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요덕수용소에서의 수용자들에 대한 통제도 혹독하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통제가운데 「생활총화」라는 것이 있다.쉽게 말하자면 수용소내에서 행해지는 자아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총화는 일과가 끝난뒤 매일 열린다.또 당에서 지시한 「주체농법」을 위반했다든지 국가보위부원의 눈밖에 났다든지 아주 사소한 이유만으로도 개최된다.생활총화는 수용소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분이다.하루일과는 생활총화가 지나가야 비로소 끝난다.
수용소의 일과는 새벽5시30분에 시작된다.구획별로 모여 식사와 작업준비를 마친뒤 국가보위부원과 작업반장의점검을 받고 나무를 하러 가거나 농사를 지으러 간다.
낮12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시간.그리고 어둑어둑해져 작업이 불가능한 하오8∼9시까지 일한다.
공식적인 일과는 이로써 끝나지만 이후에도 파김치가 된 심신을 괴롭히는 일은 또 남아있다.일과후의 사상학습이 생활총화시간이다.생활총화시간에는 혁명열사의 덕담을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그들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른다.뱃속에서는 쪼르륵 소리가 마치 노래 반주인양 쉴새없이 나오지만 노래소리가 작아서는 큰일난다.
「북조선 방방곡곡 새바람이 일고…」
김정일이 직접 작사·작곡했다는 이 노래를 비롯해 갖가지 노래를 젖먹던 힘까지 다해 불러야 한다.「귀국자」라 불리는 재일북송교포가 제일 애를 먹는 게 바로 이 노래부르기이다.또 「귀국자」가 노래를 부를 차례가 돌아오면 사람들은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일본식발음때문에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불러 「위대한 지도자」가 만든 혁명가를 망치게 되어 반동으로 몰린다.
생활총화시간에는 차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가끔 생긴다.이가운데 「방귀지도원」사건이라는 게 있다.제대로 먹지도 못하는데 방귀가 나올지 만무하지만 방귀라는 놈은 사람의 심리구조상 반드시 나오게 돼있나 보다.
한번은 자못 진지한 얼굴로 혁명열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방귀를 뀌는 소리가 들렸다.사람들의 시선은 소리가 난 곳으로 쏠렸고 혁명열사의 덕담도 중단됐다.국가보위부원들의 성난 얼굴이 좌중을 훑고 지나갔다.
냄새도 심하게 났다.국가보위부원은 『누구야』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댔지만 이내 공포분위기를 직감한 장본인은 시치미를 뚝 떼고 잠자코 앉아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국가보위부원은 몇차례의 고함에도 「범인」이 나타나지 않자 한사람씩 돌아가며 다그쳤으나 역시 자수하는 사람이 없었다.보위부원들은 자정이 다되어도 돌려보내주지 않고 범인을 가리라고 윽박 질렀다.결국 견디다 못한 옆사람이 「범인」을 손가락질하여 20대 처녀가 적발됐다.
이 사건이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수용소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희귀한 경우인데다 당시사람들을 다그치던 국가보위부원이었던 사로청 부위원장 이영봉에게 「방귀지도원」이란 별명이 붙었기 때문이다.
생활총화는 밤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에 끝나지만 앞서 말한 「방귀지도원」사건처럼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 경우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흔히 있다.또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 사람은 따로 남아 밤새도록 노래를 불러야 한다.김정일이 지었다는 노래의 가사처럼 북조선 방방곡곡에 울려퍼질만큼 큰 소리로 부르라는 것이 국가보위부원들의 주문이다.
어린 학생들에게도 생활총화는 지긋지긋하기만 하다.예를 들어 토끼사육장의 토끼가 한마리라도 없어지는 날에는 선생의 (수용소 인민학교 선생은 모두 국가보위부원이다)매를 맞아가며 자기의 잘못을 지어내서라도 낱낱이 고백해야 하고 며칠동안 토끼사육장 옆에서 밤을 새워야 한다.나도 견디다 못해 다른 학급의 토끼를 훔쳤다가 토끼 숫자를 채워놓고야 비로소 십여일에 걸친 벌을 면한 경우도 있다.
눈에 핏발이 서고 배가 고파 정신이 혼미한 지경에서도,고래고래 악을 쓰고 연신 매를 맞느라 등이 뜨끔뜨끔한 상태에서도 이를 악물고 「수령님」께 자신의 잘못아닌 잘못을 고백해야 하는 생활총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폐쇄적인 곳 북한에서 정치범수용소에 갇힌다는 사실은 그 자체가 이미 혹독한 통제의 사슬에 얽매인다는 것을 의미한다.주민들을 잠시도 그냥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북한 위정자들의 가장 기본적인 통치방법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요덕수용소에서의 수용자들에 대한 통제도 혹독하다는 것을 쉽게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통제가운데 「생활총화」라는 것이 있다.쉽게 말하자면 수용소내에서 행해지는 자아비판이라고 할 수 있다.
생활총화는 일과가 끝난뒤 매일 열린다.또 당에서 지시한 「주체농법」을 위반했다든지 국가보위부원의 눈밖에 났다든지 아주 사소한 이유만으로도 개최된다.생활총화는 수용소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분이다.하루일과는 생활총화가 지나가야 비로소 끝난다.
수용소의 일과는 새벽5시30분에 시작된다.구획별로 모여 식사와 작업준비를 마친뒤 국가보위부원과 작업반장의점검을 받고 나무를 하러 가거나 농사를 지으러 간다.
낮12시부터 1시까지는 점심시간.그리고 어둑어둑해져 작업이 불가능한 하오8∼9시까지 일한다.
공식적인 일과는 이로써 끝나지만 이후에도 파김치가 된 심신을 괴롭히는 일은 또 남아있다.일과후의 사상학습이 생활총화시간이다.생활총화시간에는 혁명열사의 덕담을 사람들 앞에서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그들을 칭송하는 노래를 부른다.뱃속에서는 쪼르륵 소리가 마치 노래 반주인양 쉴새없이 나오지만 노래소리가 작아서는 큰일난다.
「북조선 방방곡곡 새바람이 일고…」
김정일이 직접 작사·작곡했다는 이 노래를 비롯해 갖가지 노래를 젖먹던 힘까지 다해 불러야 한다.「귀국자」라 불리는 재일북송교포가 제일 애를 먹는 게 바로 이 노래부르기이다.또 「귀국자」가 노래를 부를 차례가 돌아오면 사람들은 바짝 정신을 차려야 한다.일본식발음때문에 무슨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노래를 불러 「위대한 지도자」가 만든 혁명가를 망치게 되어 반동으로 몰린다.
생활총화시간에는 차마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가끔 생긴다.이가운데 「방귀지도원」사건이라는 게 있다.제대로 먹지도 못하는데 방귀가 나올지 만무하지만 방귀라는 놈은 사람의 심리구조상 반드시 나오게 돼있나 보다.
한번은 자못 진지한 얼굴로 혁명열사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방귀를 뀌는 소리가 들렸다.사람들의 시선은 소리가 난 곳으로 쏠렸고 혁명열사의 덕담도 중단됐다.국가보위부원들의 성난 얼굴이 좌중을 훑고 지나갔다.
냄새도 심하게 났다.국가보위부원은 『누구야』하고 버럭 소리를 질러댔지만 이내 공포분위기를 직감한 장본인은 시치미를 뚝 떼고 잠자코 앉아 있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국가보위부원은 몇차례의 고함에도 「범인」이 나타나지 않자 한사람씩 돌아가며 다그쳤으나 역시 자수하는 사람이 없었다.보위부원들은 자정이 다되어도 돌려보내주지 않고 범인을 가리라고 윽박 질렀다.결국 견디다 못한 옆사람이 「범인」을 손가락질하여 20대 처녀가 적발됐다.
이 사건이 기억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수용소에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희귀한 경우인데다 당시사람들을 다그치던 국가보위부원이었던 사로청 부위원장 이영봉에게 「방귀지도원」이란 별명이 붙었기 때문이다.
생활총화는 밤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에 끝나지만 앞서 말한 「방귀지도원」사건처럼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날 경우 자정을 넘기는 경우도 흔히 있다.또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한 사람은 따로 남아 밤새도록 노래를 불러야 한다.김정일이 지었다는 노래의 가사처럼 북조선 방방곡곡에 울려퍼질만큼 큰 소리로 부르라는 것이 국가보위부원들의 주문이다.
어린 학생들에게도 생활총화는 지긋지긋하기만 하다.예를 들어 토끼사육장의 토끼가 한마리라도 없어지는 날에는 선생의 (수용소 인민학교 선생은 모두 국가보위부원이다)매를 맞아가며 자기의 잘못을 지어내서라도 낱낱이 고백해야 하고 며칠동안 토끼사육장 옆에서 밤을 새워야 한다.나도 견디다 못해 다른 학급의 토끼를 훔쳤다가 토끼 숫자를 채워놓고야 비로소 십여일에 걸친 벌을 면한 경우도 있다.
눈에 핏발이 서고 배가 고파 정신이 혼미한 지경에서도,고래고래 악을 쓰고 연신 매를 맞느라 등이 뜨끔뜨끔한 상태에서도 이를 악물고 「수령님」께 자신의 잘못아닌 잘못을 고백해야 하는 생활총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1993-02-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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