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영안실 유감/김민숙(여성칼럼)

병원영안실 유감/김민숙(여성칼럼)

김민숙 기자 기자
입력 1993-02-10 00:00
수정 199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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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서 결혼식보다 장례식에 가는 횟수가 많아졌다.특히 추운 날씨가 죽음을 재촉하는 건지 해마다 설을 전후해서 몇번씩 장례식에 가게 된다.

예전에는 임종의 자리로 자신이 살던 집을 최고로 쳐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도 때가 되면 서둘러 집으로 모시곤 했는데,요즘은 대개 모든 장례가 병원 영안실에서 치러진다.옛날보다 쉽게 의료혜택을 누리게 된 이유도 있고,아파트같은 곳은 장례에 어울리지 않는 요즘의 주거환경 때문이기도 하고,초상을 당해 당황해하는 유족들에게 병원 영안실이 갖춘 여러가지 의례절차의 간편함이 신뢰를 주기 때문일 것이다.문상하는 입장에서도 낯선 집을 찾기보다 병원 영안실 찾기가 쉬운 건 사실이니까.

그러나 병원 영안실을 찾을 때마다 석연치 않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영안실은 꼭 이래야만 하나 싶은 것이다.

병원을 찾는 환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감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이겠지만,영안실은 대개 병원 한구석 지하실 같은 외진곳에 숨듯이 위치하고 있다.환하고 깨끗하면 불경한 건지 어둡고 초라하고 지저분하다.페인트 칠이라고 하기는 했을 터인데도 무슨 색깔을 어떻게 칠했는지 대개는 그냥 시멘트 창고 같은 느낌이다.시멘트 벽의 그 황량한 느김을 그대로 페인트로 살려낸 것도 기술이라고 해야 할까?

장례는 한 인간을 위한 마지막 통과의례인데 그 마지막 잔치를 이렇듯 어둡고 초라한 장소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가며 치러야 할까?

죽음 또한 삶의 한 과정이며,어떤 사람도 피해갈 수 없는 필연적 과정이다.영안실을 숨겨놓는다고 죽음으로부터 숨을 수는 없다.죽음에 대해 쓸데없이 꺼림칙하고 두려운 느낌만 부축일 뿐이다.살아남은 사람들이 먼저 떠난 사람을 위해 벌이는 마지막 잔치장소답게 깨끗하고 산뜻하고 아름다운 영안실을 꾸며줄 병원은 어디 없을까?<작가>
1993-02-1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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