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관료 역사 불감증/이창순 도쿄특파원(오늘의 눈)

일 관료 역사 불감증/이창순 도쿄특파원(오늘의 눈)

이창순 기자 기자
입력 1993-02-10 00:00
수정 1993-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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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는 「북방영토의 날」이란게 있다.러시아와 영토분쟁을 빚고 있는 북방4개섬의 반환문제에 대한 일본의 강한 집념을 보여주는 일면이다.

해마다 2월7일이면 갖가지 기념행사를 펼치고 있다.올해도 어김없이 지난7일 「북방영토반환요구 전국대회」가 열렸다.미야자와 기이치(궁택희일)총리와 와타나베 미치오(도변미지웅)외상은 기념식에서 북방영토의 조기반환을 통한 양국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촉구했다.일본정치지도자들이 북방영토반환을 강조하는 것은 늘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와타나베외상은 이날 매우 자극적인 발언을 했다.그는 『러시아는 수십만명의 일본인을 연행해 5만여명을 굶어죽게 하고 북방영토를 불법으로 강점하고 있으면서도 미안하다는 말한마디 없다』고 분개했다.

그는 더 나아가 『러시아인들은 북방4개섬이 러시아영토라고 교육을 받고 있기 때문에 영토반환에 반대하고 있다』고 러시아의 역사교육까지 비판했다.와타나베외상의 이같은 강도 높은 비판은 지지부진한 영토반환협상과 옐친대통령의 일방적인 방일연기,지난 여름러시아방문 때의 냉대등에 대한 불만의 폭발이라는 면이 없지않다.

그러나 와타나베외상의 발언에는 지나칠수 없는 일본인들의 잘못된 역사인식의 한단면이 나타나고 있다.그는 지난 91년 고르바초프 소련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때 『소련은 대국이기 때문에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소련측이 밝힌 비화를 공개하며 『법과 정의 앞에는 대국도 소국도 없다.대국이기때문에 무엇을 해도 정의라는 것은 있을수 없다』고 말했다.

법과 정의를 강조하며 러시아의 오만함을 비판했던 것이다.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짚고 넘어갈 일이 있다.일본은 과연 그렇게 큰소리칠 자격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자기네들이 당한 것과는 비교할수도 없는 수많은 고통을 아시아 주변국들에 안겨주었던 일본이다.그리고 그들은 그 고통에 대해 시치미를 떼왔다.이제와서 일본은 물론 사과했다고 말할 것이다.그러나 일본은 실제에 있어 아직도 침략사의 많은 부분을 인정하지않고 있으며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심히 왜곡돼 있다.



와타나베외상은 러시아를 비판하기에 앞서 오히려 일본의 2중성을 반성해야 하는게 아닐까?일본인의 역사인식에는 아무래도 윤리적 불감증이 짙게 깔려 있는것 같다
1993-02-1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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