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유입 등 행태에 국민평가 냉정/명분보다 사업적 계산으로 악수연발
정주영국민당대표의 「재벌정치실험극」이 1년만에 실패로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 최대 재벌그룹 총수였던 정대표는 지난해 2월8일 국민당을 창당,일약 3당체제의 한 축을 이루는 정당으로까지 키워놓았다.그러한 그의 정치은퇴선언은 14대 대선직전 김우중 대우그룹의 「출마포기」소동과 함께 재벌의 정치참여에 한계가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대표의 이날 퇴진발표는 전격적이긴 하지만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었다.
그의 정치실험은 이미 지난 대선패배로 사실상 종막을 고했으며 그 이후는 「연명」이라고 표현하는게 옳다는 지적이다.
정대표의 정계입문과 은퇴는 여러 면에서 교훈을 남기고 있다.
그는 긍정과 부정의 엇갈린 평가속에 정치를 시작했다.
기성 정치권,특히 「양김씨」에 대한 일부 국민의 불만과 경제난은 정대표가 정치권에 터를 잡을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국민당이 창당 50여일만에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31석을 획득,원내교섭단체구성에 성공한 것도 새로운 정치모델과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정대표의 정치행보는 부정적 측면을 훨씬더 부각시켰다.
일부 떳떳지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온 재벌기업의 관행이나 운영방식이 정치에 그대로 전이되면서 정치판이 보다 흐려졌다.
더욱이 「김권정치」를 더욱 심화시켜 국민이 바라던 새정치의 모습을 보이는데 실패했다.
국민당은 재벌기업 현대와 밀착돼 정당도,기업도 아닌 「괴물」이 되어버렸다.
특히 정대표를 대통령에 당선시키자는 단일 목표를 추구하는 「사당적」 성격이 강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14대 대선결과 김영삼차기대통령이 압승한 반면 정대표는 3백38만여표(16.3%)를 얻어 3위로 낙선했다.
이번 선거에서 2위로 낙선한 김대중 전민주당대표가 정계를 은퇴,양금구도로 상징되던 기성정치권이 일대 변혁을 맞게됐다.때문에 이제는 정대표가 정치를 계속할 명분도 국민적 기대도 사라졌다는게 중론이었다.
그럼에도 정대표는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대선과정에서의 실수에 대한사법당국의 「선처」나 현대에 대한 「방패막이」를 위해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정대표의 생각은 오판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정대표가 정치에서 손을 떼느냐 여부와 관계없이 사법처리의 엄정함을 피할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정대표가 「개인 욕심」에 의해 정치를 계속하려는 것에 대한 당내반발도 만만치 않았다.2천억원 당기금조성압력이나 정대표 2선퇴진요구가 공개리에 터져나왔다.
이같은 당내외의 갈등을 극복치 못하면서 대선이후 실수를 연발했다.
새한국당과의 통합약속 일방파기,김해공항에서 일본행저지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명분보다는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사업가적 계산에 익숙한 정대표에게는 정계은퇴를 심각히 고려해야될 궁지에 처해버렸다.
따라서 지난1월 보름이상 미·일등지에서 해외구상을 마치고 귀국한 정대표는 이미 정계은퇴의 수순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대표에게 정치에서도 성공할수 있었던 기획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대권에뜻이 없으며 킹메이커로 만족하겠다』는 국민당 창당 초기의 공언을 실천했다면 14대 대선에서 의외의 「돌풍」이 가능했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또 자신이 직접 나섰더라도 현대와의 고리를 완전히 끊고 선거과정에서 페어플레이를 펼쳤다면 대선후 입지가 보장됐을 수도 있었다.
선거가 끝난뒤에도 「사리」를 딛고 공당화 약속을 지켰다면 국민당의 장래도 확고해지고 자신의 명예도 실추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는 가정이 있을 수 없다.
정대표가 이날 정계은퇴 선언에서 밝힌 정치입문의 잘못을 시인한 것이나 김영삼차기대통령및 김대중 전민주당대표에 대한 사과표명이 단순히 사법처리의 선처를 위한 것이 아니고 진심이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인식의 바탕위에 자신이 만든 국민당이 「미예」가 되지 않도록 음양으로 도울때 그의 정치행적이 조금이라도 나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이목희기자>
◎정대표 의총 발언
오늘부터 통일국민당의 대표최고위원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그래서 사직서를 써 왔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동안 많은것을도와줘 고맙게 생각합니다.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이 짧기 때문에 잘못도 있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오늘 대표최고위원직을 사임합니다.
나는 당을 떠난 다음 정치를 하기보다는 전에 하던 경제를 계속함으로써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민자당의 김영삼후보와 민주당의 김대중후보를 선의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경쟁자로만 생각,개인적으로 공격한데 대해 충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정치가 서툴러 상대방 공격을 한것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미안합니다.
총선때처럼 대선에서 이긴곳이 별로 없어 인간이 다 자기를 위해 산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잘 의논해서 국민당을 잘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정주영국민당대표의 「재벌정치실험극」이 1년만에 실패로 막을 내렸다.
우리나라 최대 재벌그룹 총수였던 정대표는 지난해 2월8일 국민당을 창당,일약 3당체제의 한 축을 이루는 정당으로까지 키워놓았다.그러한 그의 정치은퇴선언은 14대 대선직전 김우중 대우그룹의 「출마포기」소동과 함께 재벌의 정치참여에 한계가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정대표의 이날 퇴진발표는 전격적이긴 하지만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었다.
그의 정치실험은 이미 지난 대선패배로 사실상 종막을 고했으며 그 이후는 「연명」이라고 표현하는게 옳다는 지적이다.
정대표의 정계입문과 은퇴는 여러 면에서 교훈을 남기고 있다.
그는 긍정과 부정의 엇갈린 평가속에 정치를 시작했다.
기성 정치권,특히 「양김씨」에 대한 일부 국민의 불만과 경제난은 정대표가 정치권에 터를 잡을 여지를 만들어 주었다.국민당이 창당 50여일만에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31석을 획득,원내교섭단체구성에 성공한 것도 새로운 정치모델과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가 작용했다고 볼수 있다.
그러나 정대표의 정치행보는 부정적 측면을 훨씬더 부각시켰다.
일부 떳떳지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해온 재벌기업의 관행이나 운영방식이 정치에 그대로 전이되면서 정치판이 보다 흐려졌다.
더욱이 「김권정치」를 더욱 심화시켜 국민이 바라던 새정치의 모습을 보이는데 실패했다.
국민당은 재벌기업 현대와 밀착돼 정당도,기업도 아닌 「괴물」이 되어버렸다.
특히 정대표를 대통령에 당선시키자는 단일 목표를 추구하는 「사당적」 성격이 강했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냉정했다.
14대 대선결과 김영삼차기대통령이 압승한 반면 정대표는 3백38만여표(16.3%)를 얻어 3위로 낙선했다.
이번 선거에서 2위로 낙선한 김대중 전민주당대표가 정계를 은퇴,양금구도로 상징되던 기성정치권이 일대 변혁을 맞게됐다.때문에 이제는 정대표가 정치를 계속할 명분도 국민적 기대도 사라졌다는게 중론이었다.
그럼에도 정대표는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았다.대선과정에서의 실수에 대한사법당국의 「선처」나 현대에 대한 「방패막이」를 위해 정치를 계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관측됐었다.
그러나 정대표의 생각은 오판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정대표가 정치에서 손을 떼느냐 여부와 관계없이 사법처리의 엄정함을 피할수 없는 상황이 지속됐다.
정대표가 「개인 욕심」에 의해 정치를 계속하려는 것에 대한 당내반발도 만만치 않았다.2천억원 당기금조성압력이나 정대표 2선퇴진요구가 공개리에 터져나왔다.
이같은 당내외의 갈등을 극복치 못하면서 대선이후 실수를 연발했다.
새한국당과의 통합약속 일방파기,김해공항에서 일본행저지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명분보다는 손실을 줄여야 한다는 사업가적 계산에 익숙한 정대표에게는 정계은퇴를 심각히 고려해야될 궁지에 처해버렸다.
따라서 지난1월 보름이상 미·일등지에서 해외구상을 마치고 귀국한 정대표는 이미 정계은퇴의 수순을 생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정대표에게 정치에서도 성공할수 있었던 기획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대권에뜻이 없으며 킹메이커로 만족하겠다』는 국민당 창당 초기의 공언을 실천했다면 14대 대선에서 의외의 「돌풍」이 가능했을 수도 있었다는 지적이다.또 자신이 직접 나섰더라도 현대와의 고리를 완전히 끊고 선거과정에서 페어플레이를 펼쳤다면 대선후 입지가 보장됐을 수도 있었다.
선거가 끝난뒤에도 「사리」를 딛고 공당화 약속을 지켰다면 국민당의 장래도 확고해지고 자신의 명예도 실추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에는 가정이 있을 수 없다.
정대표가 이날 정계은퇴 선언에서 밝힌 정치입문의 잘못을 시인한 것이나 김영삼차기대통령및 김대중 전민주당대표에 대한 사과표명이 단순히 사법처리의 선처를 위한 것이 아니고 진심이어야 한다.
이러한 현실인식의 바탕위에 자신이 만든 국민당이 「미예」가 되지 않도록 음양으로 도울때 그의 정치행적이 조금이라도 나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이목희기자>
◎정대표 의총 발언
오늘부터 통일국민당의 대표최고위원직을 사임하고자 합니다.그래서 사직서를 써 왔습니다.
여러분들이 그동안 많은것을도와줘 고맙게 생각합니다.
정치인으로서의 경력이 짧기 때문에 잘못도 있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오늘 대표최고위원직을 사임합니다.
나는 당을 떠난 다음 정치를 하기보다는 전에 하던 경제를 계속함으로써 우리나라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할 생각입니다.
지난 대선과정에서 민자당의 김영삼후보와 민주당의 김대중후보를 선의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고 경쟁자로만 생각,개인적으로 공격한데 대해 충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합니다.정치가 서툴러 상대방 공격을 한것을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에게도 미안합니다.
총선때처럼 대선에서 이긴곳이 별로 없어 인간이 다 자기를 위해 산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들이 잘 의논해서 국민당을 잘 이끌어주길 바랍니다.
1993-02-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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