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의 경제(외언내언)

우편의 경제(외언내언)

입력 1992-12-07 00:00
수정 1992-12-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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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우편제도를 도입한 공로의 대부분은 평생 단 한번도 우체국에 가보지 않은 롤랜드 힐에게 돌아간다.1830년 힐은 우편물의 값을 싸게 함으로써 양을 늘리는 것이 우편제도운영의 열쇠임을 주장했다.이 의견은 채택됐고,그는 이 아이디어 하나로 옥스퍼드명예박사학위와 작위까지 받았다.

우체국은 역사적으로 정치와의 연관이 깊다.로마제국의 통치자들은 각 지방을 잇는,고도로 능률적인 우편제도를 조직하는 것으로부터 정치를 시작했다.미국에서는 오랫동안 정치적인 충성을 보상해 주는 자리가 우체국장이었다.벤저민 프랭클린이 바로 식민지의 독립운동을 지지하여 영국으로부터 파면되었으나 그대신 미국의 초대 우정장관이 된 사람이다.우편을 이용하여 신문광고수입을 늘리자는 발상을 시작한 것도 프랭클린이다.상·하의원들의 우편물에 무료송달제도를 적극적으로 만든것 역시 미국이다.

그래서 미국은 우편물의 나라이다.80년대초 자료로 평일 하루 미국의 우편시스템이 취급하는 우편량의 평균은 9백20억건.이는 미국을 제외한 전세계 하루 취급량의반이라고 파악된다.

우리 우편물도 적지는 않다.현재 평균 우편물량은 월 2억통.이달엔 대선과 연하장까지 겹쳐 4억6천만통이 될 것으로 추정한다.이중 대선용우편물에서 반송되는 물량만 10만통이 된다는 보도가 있다.각당이 다 발송은 대행사에 맡기고,대행사들은 일일이 확인하지 않은 주소록으로 그저 보내기만 하기 때문이다.국민들은 또 세계적으로 이동률이 가장 높다.연간 20%이상이 이사를 한다.그러다보니 상품안내우편물들은 아예 「번지내투입」이라는 방법을 쓴다.

우체국이 고달프겠다 할일이 아니다.우편의 경제학을 따르지 않는 막대한 낭비의 행위이다.아무렇게나 보낸 우편물은 정치적인 것일때 더욱 그 효과는 반감된다.성의와 규모가 담긴 우편의 사용도 배워야 한다.

1992-12-0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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