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표 의식한 「정치처방」/추곡가 3당합의 배경과 전망

농민표 의식한 「정치처방」/추곡가 3당합의 배경과 전망

양승현 기자 기자
입력 1992-11-14 00:00
수정 1992-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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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로 미룰땐 거센 비난” 인식/추가재원 등 고려안한 문제점도/내년 예산조정 불가피… 처리 과정 진통 예상

민자·민주·국민 3당이 추곡수매 단일안에 합의함으로써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였던 추곡수매문제가 일단 한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정부측이 예산부담과 재고쌀누적및 물가상승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는데다 내년도 예산안조정이 불가피해 국회 본회의 의결까지는 다소 진통이 예상된다.

3당이 당초 당론에서 한발씩 후퇴,전격 합의를 이룬 것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농민표를 의식한 때문으로 분석된다.추곡수매안을 이번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대선에 임할 경우 정치권이 다함께 여론의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3당의 단일안 마련은 이같은 공통인식과 함께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할 경우 중립내각에 큰 부담을 지워 오히려 정국경색의 위험이 뒤따른다는 배경도 깔려 있다.

그러나 3당의 합의는 정치논리를 지나치게 앞세운 감이 없지않아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수매가인상으로 2백56억원 ▲수매량증가로 2천5백16억원 ▲농협부담액 증가분 36억원 등 총 2천8백8억원이나 되는 추가 재원확보 문제이다.

3당 정책위 의장은 이와관련,『이 가운데 1천2백억원은 내년도 예산액삭감분에서,나머지 1천6백억원은 오는 93년도 추곡수매가계상액에서 미리 집행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부측 견해는 이와 다르다.

정부측은 예산액 삭감분으로 충당한다 해도 부처간 이해때문에 삭감항목조정이 매우 어렵고 5천억원이상의 추경예산편성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또 내년도 계상액을 미리 끌어다 쓰게되면 94년 이후에도 해마다 똑같은 문제가 야기되어 추곡수매를 둘러싼 구조적인 모순만 반복된다는 것이다.

사실 국회의 단일안이 겉으로만 볼때는 5% 인상에 8백50만섬을 수매키로한 정부안보다 일단 농민의 뜻을 최대한 반영한 것처럼 보이나 이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남겨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수 있다.

정부는 내년에도 5조8백억원에 달하는 양곡증권을 발행해야 하는등 엄청난 양곡관리기금적자를 감수해야 될 형편이다.

최각규부총리는 이날 하오 국회에서 가진 3당정책위의장과의 회동에서 정부측 입장을 고려,5%인상에 9백만섬 수매라는 하향조정을 요구하긴 했으나 이는 예산안의 과도한 삭감을 억제하는등 「반대급부」를 노린 정부측의 계산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각 당이 추곡수매를 위한 예산증액부담을 스스로 짊어짐으로써 그동안의 예산삭감주장이 약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정부측으로서는 「정부 원안통과」또는 「소폭삭감」을 강력히 주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긍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3당 단일안을 정부가 전면 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결국 최종수정안은 정부가 제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또 다시 밀고당기는 조정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추곡수매안은 내년도 예산안과 연계되어 있어 예산안에 대한 항목및 계수조정 작업과정에서 3당의 이해가 엇갈려 재정확보방안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직 예산부대조건등에 있어서 3당간의 합의가 완전히 이루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3당이 정부측의 고충을 감안,정부측의 재원확보요구를 최대한 수용하려고 애쓴 점 등을 감안할 때 정부의 난색표명은 수정안제출을 위한 「명분 축적용」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양승현기자>
1992-11-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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