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옛친구/김금지 연극배우(굄돌)

그리운 옛친구/김금지 연극배우(굄돌)

김금지 기자 기자
입력 1992-10-21 00:00
수정 1992-10-2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그동안 살기 바쁘고 힘들고 내가 신경 써줘야 할 식구들.그러니까 내 아이들 남편 가게식구들,또 진돌이 똘똘이 쭈쮸들 때문에 여학교때 친구나 국민학교 때 친구들을 정식으로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다.

가끔 연극공연때,여학교때 같은반이었던 친구들이 분장실로 찾아오면 마음과는 달리 시간이안돼 「반갑다」란 말만하고,손 마주잡고 몇번 흔들고 헤어지는게 고작이었다.

그러면서 나도 언제 팍 퍼질러 앉아 친구들과 옛날얘기도 하고 수다도 떨고,내나이 또래가 즐기는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가 큰마음 먹고 지난주에 여고동창들이 모이는 곳을 갔었다.

처음이라 손님처럼 어설픈 웃음을 띄면서 들어서는데 마흔명쯤되는 친구들이 『야! 금지왔다』하더니 그동안 가끔 만났던 김문자가 『금지야! 임광자 찾아봐!』하는게 아닌가.

나는 너무 반가워서 『임광자 왔어?어디?어디?』하면서 국민학교 4학년때 단짝이던 예쁜 얼굴을 찾느라 두리번 거렸다.

곧이어 『나야!』하고 임광자가 나섰고 우리 둘은 이내 얼싸안았다.

국민학교 3학년때 전학해 낯설어하던 나를 임광자는 포근하게 감싸주었고 둘은 그림자 처럼 붙어 다녔었다.

그러다가 뭐가 삐죽했는지 학년바뀐뒤에는 멀어졌는데 몇십년동안 가끔 『임광자는 뭘하고 있을까? 나를 생각할까?』생각했었다.어쩌다 만나는 동창들에게 소식을 물어보면 대학졸업후 결혼해서 곧바로 미국이민을 갔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토록 보고싶던 광자를 이 자리에서 만나다니! 난 복권추첨된 기분으로 마주앉아 40년의 세월을 뛰어넘느라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고 광자는 『미국에서 내내 신문이나 잡지에 너 나오면 남편에게 『내 친구야! 친한 친구야! 했었어? 꿈에서도 너 봤어!』했다.

굉장한 대접을 할수 있을줄 알았는데 광자도 바쁘고 나도 바쁘고 결국 『남편이야기』가 고작이었다.내 책 한권 받아들고 그 애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그후 난 지난주 내내 행복했고 슬펐다.내가 그리워 했던 만큼 나를 생각했었다는 사실이 행복했고 다시는 그 시절로 되돌아 갈 수 없다는 사실이 왜 그렇게 서러운지…….

괜히 남편에게 아이들에게 『조씨들 종노릇 하느라고 세월 다 보내고… 나 내친구 임광자 만났단말야』하는데 눈물 한방울이 툭 떨어졌다.
1992-10-21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