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예사 간첩이 아니다(사설)

그들은 예사 간첩이 아니다(사설)

입력 1992-09-30 00:00
수정 1992-09-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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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땅에 간첩이 발붙이는가.북의 사수를 받는 그들이 대명천지에 혹은 대로를 활보하고 혹은 각 분야의 그늘에서 암약하는가.그들을 부추겨 자금을 주고 사회를 혼란시키는게 누구인가.안기부에 의한 간첩단 구속사건으로 그러한 진상들이 샅샅이 밝혀졌다.그리하여 우리는 남로당사건이후 최대의 사건이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이들은 이른바 「민주개혁과 사회진보」라는 가면을 쓰고 남파된 북한의 거물 공작원의 지시에 따라 남한내에 북한로동당 거점조직을 결성하려다 적발됐다.지난번에 폭로된 전형적 지식인 간첩 김락중사건의 충격을 되살리는 장기표와 이근희등이 그들이다.장씨는 이른바 「민주개혁과 사회진보를 위한 협의회」(민사협)의 회장에다 전민중당 정책위의장이었다.우리 정치권 일각을 누벼온 현역 정치인인 것이다.

이씨 역시 비슷하다.이나라 제1야당인 민주당 김대중공동대표의 개인비서로서 국방위원회를 담당했다니 더욱 놀랄 일이다.게다가 이씨는 같은 민주당 소속 이상수전의원의 입법보조원으로 있으면서 국가 주요문서를 빼돌렸다.즉 북한의 조선 로동당원인 황인욱에게 「92년 국방예산안」을 넘겨주었음이 확인됐다.국방예산안은 우리로서 2급군사기밀이다.

사건개요에 조금만 주의를 돌리면 이들의 암약상과 교묘한 언동은 물론 그 사상적 불감증 내지는 의식의 취약성등이 금방 드러난다.황등은 포섭대상자에게 무전기나 난수표를 보여주면서 자신이 북한과 연결돼 있음을 드러내놓고 공공연하게 활동해 왔는데도 이를 수사기관에 신고하기는 커녕 오히려 북쪽과 연계된 사실을 증명하라고 요구했다니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건들과 관련해서 우리에게 더욱 걱정스러운 일은 그들의 명백하고도 확실한 반국가적 범법사실에 대한 일부의 회의나 불신이다.지난번 김락중사건 경우만 하더라도 운동권내지 일부 재야세력에서는 설마하면서 이를 믿으려하는데 인색했다.이번 사건에 있어서도 김대중공동대표가 사건의 내용을 알아차리자 마자 『진심으로 사과하고 관용을 빈다』고 했는데도 「일부」에서는 사태를 일부러 왜곡하려 하는듯한 면도 없지 않았다.명백한 사실이요 일일이 거증되는 실제인데도 믿지 않으려는 입장 또한 우리가 아직도 크게 걱정해야 할 일들이다.

이번 사건의 배후를 이룬 이모라는 여인은 북한 정권 서열 22위권에 드는 거물급 공작원임이 밝혀졌다.지난 80년초이후 강화도지역을 통해 수차례나 드나들면서 북한로동당 강령을 따르는 「조선로동당 중부지역당」이란 지하조직을 구축했다.그것이 엄연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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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09-3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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