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피나눈 형제로 생각하죠”(이런 공무원)

“장애인 피나눈 형제로 생각하죠”(이런 공무원)

백문일 기자 기자
입력 1992-08-24 00:00
수정 1992-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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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이웃 돌보기 20년 임영우씨 서울시복지계주사보/틈만나면 복지시설 찾아 “손발돼주기”/실직자 직장알선… 박봉털어 등록금도/자신포함 일가 4명 사후에 안구 기증키로

20년 가까운 공직생활을 장애자와 부랑인등 소외된 이웃을 돌보는 일에만 매달려 왔지만 한번도 고달프다거나 고통스럽게 느껴본 적이 없다.

스스로 「쓸모없는 인생」이라는 절망감을 육신의 고통보다 더 큰 아픔으로 느끼며 방황과 자학속에 살아가는 장애인들을 보살피는 것이야말로 공복으로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보건사회국 사회과 장애자복지계 주사보(7급) 임영우씨(47).

지난73년 9급의 말단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디딘 임씨는 강산이 두번이나 바뀐 세월을 서울시 각구청과 동사무소 등을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늘 같은 분야에서 한우물을 파왔다.

요즈음은 일선 동사무를 벗어나 본청에서 복지시설의 지원계획 등을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지만 그래도 틈만 나면 여기저기 복지시설에 나가 장애인들과 마음을 나누며 그들의 손발이 돼주곤한다.

임씨가 인생의 전부를 던지게 된 사회복지관련업무와 인연을 맺은 것은 공직생활에 발을 디딘 이듬해인 74년부터.서울 종암2동사무소에서 철거지역주민들의 이주업무를 맡게 되면서 사회복지업무에 눈을 뜨게 돼 관내의 소외된 주민들의 고충을 함께 걱정하고 해결하기 위해 사무실보다는 「바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생활이 어려운 이웃이 일자리를 잃으면 직장을 마련해주기 위해,장마철에 물난리를 만나면 구호물자를 좀더 모으기 위해 신발끈을 졸라맸고 자녀들의 등록금을 못내 애태우는 이웃에게는 박봉을 털어 도왔다.

그러다 85년 11월 7급으로 승진해 도봉구청 사회복지과에서 복지시설 관련업무를 맡게 되면서 장애인들의 손발이 되는데 더욱더 앞장서게 된다.장애인등 소외계층을 위한 복지사업의 필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해 곳곳에 사회복지시설이 새로 세워질 무렵이었다.도봉구청 관내인 중계동 상계동에도 부랑아·장애인 수용시설인 천애재활원 등 각종 복지시설이 들어섰다.

그러나 이들 시설도 건물은 새로 지어 번듯했지만입고 먹는 것은 항상 아쉽게 느껴졌다.

복지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은 항상 생필품이 부족하고 주거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외롭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처지였다.

임씨는 이들에게 소외감을 떨쳐주고 경제적으로 도움을 줄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고심하던 끝에 86년 가을 천애재활원의 지하식당에 교회를 열였다.

외부인들의 참여를 유도해 이곳에 수용된 사람들과 더불어 생활할수 있는 시간과 경제적인 도움을 줄수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곳까지 예배를 보러오거나 관심을 갖는사람은 거의 없었다.임씨 가족들이 교회에서 장애자들과 어울리는 유일한 벗이었다.임씨는 그래도 실망하지 않고 각급학교나 기관등을 찾아다녔고 마침내 교회참석자도 하나 둘 늘어 마침내 버젓한 모습을 갖추게됐다.

임씨의 노력으로 조달청,농협,서울시립대,덕성여대,제주의 삼성여고 학생및 직원등이 이곳과 자매결연을 해 지금도 발걸음을 잇고 있다.

임씨는 형제처럼 아끼는 장애인들에게 『마음만은 정상적인 사람보다 더밝고 건강하게 갖고 생활하자』고 당부한다.더나아가 남들로부터 도움을 받는것을 부끄러워하지말고 적극적으로 남을 도울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주문한다.

임씨는 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기위해 지난해 3월 자신을 포함,일가족 4명이 안구를 사후에 기증하는 기증서를 경희대부속병원에 냈다.

이때 천애재활원의 장애인 10명도 동참했다.

그들은 『난생 처음으로 내가 남을 도왔다』는 사실에 더없이 흐뭇해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무리 불우해도 남을 도울수 있는 길은 어딘가 열려있다』는 깨우침과 함께 『나도 할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

그들은 드디어 자신을 가지고 생활하게 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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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는 『복지사업은 정신적인 지원과 물질적인 지원이 조화를 이룰때 그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면서 『특히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사랑의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백문일기자>
1992-08-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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