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난민 홍수… EC 골머리/수용문제 싸고 분쟁 조짐

유고난민 홍수… EC 골머리/수용문제 싸고 분쟁 조짐

이기백 기자 기자
입력 1992-07-24 00:00
수정 1992-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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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종교불화 등 우려,구호에 냉담/2백만 난민 식량난 심각… 실신속출/모슬렘난민들 귀향 불투명… 「제2팔레스타인」화 가능성도

유고난민 수용문제를 두고 유럽공동체(EC)회원국들간에 불편한 관계가 심화되고 있다.유고난민 홍수는 예견되어온 일이지만 사건의 발단은 지난 17일 보스니아의 수도 사라예보를 탈출한 6천명의 난민을 태운 3개 열차가 오스트리아 입국이 거절돼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 국경 역으로 되돌아가 발이 묶이면서 표면화됐다.

크로아티아 경찰과 이민국은 난민탈출을 방지하기 위해 열차 출입구를 봉쇄,대부분 부녀자와 어린이·노약자들인 이들은 더위속에 갈증과 배고픔에 기진맥진,한명이 사망하고 실신자들이 속출했다.난민들의 비참한 모습이 유럽각국에 생생히 보도되고 있지만 이들을 선뜻 받아들이는 나라는 없다.

다급해 진것은 전유고와 국경을 같이한 인접국들.오스트리아·이탈리아·헝가리·폴란드·체코와 같은 유고연방에 속했던 크로아티아·슬로베니아 외무장관들은 지난 20일 빈에서 난민열차 대책을 논의,빈정부는 부녀자·고아·노약자 8백24명을 ,이탈리아는 5백58명을 받아들였다.

또 같은날 브뤼셀에서 열린 EC외무장관회의에서도 난민대책이 주요 의제가 돼 킨켈 독일외무장관이 EC회원국들이 부담을 나눌 것을 촉구했으나 영국·프랑스 등의 미온적인 태도로 소득이 없었다.독일의회는 22일 의회에서 5천명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하고 EC회원국들의 협조를 다시 강조했으나 성과를 기대하기는 힘든 분위기.

문제는 유고내전으로 인한 난민이 2백만명이나 되는데다 대부분 회교도들이어서 EC회원국들은 인종·종교적 불안요인 때문에 유입을 꺼리고 있다.빈난민회의에서 예첸스키 헝가리외무장관은 지금까지 서구가 동구난민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점을 지적했고 루펠 슬로베니아외무장관은 보스니아회교난민이 앞으로 「유럽속의 제2팔레스타인」이 될 것을 경고했다.

이미 6만명을 수용하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EC협조를 요청하는 한편 난민 엑소더스를 차단하기 위해 크로아티아 영내에 난민촌 설치용 천막 10만개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그러나 크로아티아는 현재 65만명의 난민이 자국령에 있어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독교도인 크로아티아인들과 모슬렘교도인 보스니아난민들 사이의 알력이 커지고 있음을 우려했다.크로아티아는 모슬렘들이 몰려옴으로써 크로아티아가 제2의 레바논이 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

독일은 동구인들이 서구국중 독일을 가장 선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유고내전 본격화후 1년4개월동안 서구로 탈출한 전유고 난민은 현재 모두 38만명이며 이중 독일에 20만명,오스트리아와 헝가리에 각각 6만명,스웨덴 4만2천명,스위스에 1만3천명이 몰렸으며 네덜란드·이탈리아·노르웨이·덴마크에 1천∼3천8백명등이다.그러나 영국과 프랑스는 직접 피해가 없어 EC국가간에 동구민주화 부작용인 난민문제 처리를 둘러싼 알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독일엔 유고내전전 이미 1백70만명의 유고근로자들이 정착하고 있어 난민들이 연고자들을 찾아 독일로 몰리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오스트리아가 지난주 6천명의 열차난민중 극히 일부를 받아들이는 가운데 국경지역에는 잇따라 난민열차가 도착,그 수가 1만5천여명으로 늘어나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크로아티아경찰은 역을 차단,한 가족이라도 남자는 끌어내려 세르비아군과의 전쟁터로 되돌려 보내 이산가족이 된 부녀자와 어린이들만 피난길에 오른다.

객차 출입문에 빗장이 잠긴 난민열차가 하루종일 걸려 각각 빈과 이탈리아 트리에스트역에 도착하는 모습은 전쟁의 처절함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기진하고 절망에 빠진 부녀자와 어린이들,고아들은 며칠만에 처음으로 음료수와 빵을 제공받았으며 사지를 탈출한 안도감에 앞서 헤어진 가족 걱정과 피난생활의 절망감에 쌓여 모두가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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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전은 이미 게릴라전 양상으로 변모,EC중재나 유엔 개입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비극이며 본격화된 난민홍수가 새로운 국제분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모슬렘난민들이 곧 고향으로 돌아 가리라는 전망도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에 모슬렘난민들로 유럽속에 제2의 팔레스타인문제가 움트고 있다.언론들은 모슬렘추방으로 유럽 각국이 곤경에 빠진 것만으로도 세르비아는 그들목적을 달성했다고 평했다.<베를린=이기백특파원>
1992-07-2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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