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군이 감춘 보물 찾아라” 비에 열풍

“일제군이 감춘 보물 찾아라” 비에 열풍

윤청석 기자 기자
입력 1992-07-06 00:00
수정 1992-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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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서 정부고관까지 「황금탐사」 신드롬/정부서 이멜다부모까지 파헤쳐/“좌절감 반영한 집단 백일몽”비판도

낙천적인 성격에 「허욕과 망상」 좇기를 좋아하는 필리핀 국민들 사이에선 요즘 2차대전당시 일본군이 숨겨놓은 보물에 관한 화제가 끊이지않고 있다.

이 전설과 같은 이야기는 과거에도 여러차례 나돌았는데 이달초 필리핀의 저명한 실업가 엔리케 조벨이 TV회견에서 『마르코스전대통령의 재산 3백50억달러는 부정축재를 한 것이 아니라 과거 일본군이 몰래 숨겨놓은 황금을 팔아 모은것』이라고 주장,불에 기름을 끼얹듯 보물찾기 열기가 번져가고 있다.

조벨에 의하면 마르코스 전대통령은 사망하기 1년전인 88년 자신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고 귀국이 허용되면 전재산으로 2백90억달러의 외채를 갚고 나머지는 자선사업에 쓰겠다고 밝혔다는 것이다.그당시 이 제안은 즉각 고위층에 보고됐으나 아키노대통령이 이를 거부했다고.

조벨의 증언이 나오자 이를 뒷받침이나 하듯 호세 알몬테 경제정보조사국장이 마르코스일가의 스위스은행 비밀예금구좌에는 출처를 알수없는 「귀금속」도 포함돼있다고 밝혀 또다시 『그렇다면 보물이 감추어진게 사실』이란 루머와 함께 필리핀국민들로 하여금 「보물탐사 열병」에 시달리게 하고있다.

시골농부에서 고위관리에 이르기까지 들뜨게하는「야마시타의 보물」의 유래는 2차대전 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차대전중 필리핀을 침공했던 일본의 야마시타 도모유키대장은 동남아시아 각국에서 약탈한 진귀한 황금(2천억달러추정)을 필리핀전국 1백70여곳에 묻어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야마시타는 지난 46년 전범으로 처형됐다.

그후 이 이야기는 사실 여부를 떠나 항간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퍼져 마치 미국 영화 「인디애나 존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수중음파 탐지기·물리탐사장비등을 동원,행방이 묘연해진 황금을 찾으려는 사람들로 줄을 잇게했다.

그런 와중에 베스트셀러 「마르코스 파일스」의 저자이기도 한 미국인 맥도갤도씨가 보물탐사에 나서 필리핀의회·언론등에서 또 한차례 법석을 떨었다.그는 마닐라의 산티아고성에는 수많은 금이 숨겨져있으며 이중 60억달러상당은 마르코스 전대통령이 가져갔다고 주장.

이 나라에서의 보물찾기 소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2년전에는 마르코스의 부정축재를 조사하기 위해 구성된 대통령직속 산하기구인 선정위원회에서 금괴를 찾아내려고 미망인 이멜다여사의 부모 무덤을 파헤치기도 했다.이와관련,이 위원회의 데이비드 카스트로의장은 성과는 거두지 못했지만 마르코스가 일본군의 은닉 금괴의 일부를 발견했다는 확신은 간다고 밝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앞서 87년에도 일본군이 산티아고성에 보물을 숨겨놓았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아키노대통령이 직접 한 민간회사에 발굴작업을 의뢰했으나 문화재를 훼손한다는 여론에 밀려 이듬해 중단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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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필리핀 국민들간에 번져가는 보물탐사에 대한 최근의 이상열기는 『이 나라국민들의 사회전반에 걸친 좌절감을 반영한 집단적인 백일몽』이란 마닐라 크로니클지의 지적은 되새겨볼만하다.<윤청석기자>
1992-07-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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