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혈액 수혈기피 확산/에이즈 감염 우려/본인·가족혈액 이용 늘어

타인혈액 수혈기피 확산/에이즈 감염 우려/본인·가족혈액 이용 늘어

박희준 기자 기자
입력 1992-07-04 00:00
수정 1992-07-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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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거부 현상까지 초래

수혈로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에 걸린 노부부의 자살및 자살방조사건이 알려지면서 전혀 모르는 사람의 피를 수혈하는 일을 꺼리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에이즈가 현대의학으로도 고칠 수 없는 치명적인 불치병인데도 최근 수혈과정에서의 감염사례가 잇따르고 있는데 따른 공포감이 이 사건을 계기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남의 피를 수혈하기 꺼리는 경향은 또 헌혈기피현상까지 부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임상병리과 혈액담당직원 김모씨(25·여)는 『최근 언론에 수혈로 감염된 에이즈사례가 보도되면서 환자와 가족들 사이에 남의 피를 꺼리고 자기피를 미리 헌혈해 보관했다가 수혈하거나 가족들의 피를 수혈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고 밝히고 『이 때문에 치과교정수술등을 할때 미리 자기피를 모았다 수혈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에서 간 절제수술을 받을 예정인 박모씨(49·회사원·강남구 도곡동)가족들은 낯선 사람들의 피를 공급받아수술을 받기가 꺼림직해 박씨의 형제5명의 피를 받아 수술에 대비하고 있다.

박씨의 아들(20·학생)은 『수술때 피가 모자랄 것에 대비,아버지와 같은 혈액형을 가진 친구와 친지25명의 연락처를 확보해 두었다』고 말했다.

특히 응급수술이 아닌 예정수술을 받을 때는 수술예정일 3∼4주전부터 5∼7일 간격으로 자기 피를 미리 뽑아 두었다가 수술때 쓰는 환자들이 갈수록 늘고있다.

연세대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는 지난 90년 3월부터 지난 2월까지 이처럼 자기피를 수혈한 환자가 1백32명에 그쳤었으나 지난 3월이후 지난달까지 불과 4개월사이 지난2년동안의 총원보다 60여명이나 더 늘어난 2백명에 이르렀다.

서울대병원에서도 최근 달마다 3천여명이 「가족헌혈」등을 하고 있다.<박희순기자>
1992-07-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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