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개원협상 왜 늦추나(대선정국:10)

야권,개원협상 왜 늦추나(대선정국:10)

윤승모 기자 기자
입력 1992-06-07 00:00
수정 1992-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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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선거」쟁점화… 여당에 부담주기/대선전략 연계… 정치공세 계속 펼듯/“국회볼모 정치”비판 의식,강공엔 한계

민주당과 국민당이 지방자치단체장선거문제와「공작정치」의 선해결을 주장하며 여야개원협상을 공전시키고 있는 것은 각자의 대선전략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야당은 표면적으로는 현행법대로 6월30일 이전에,늦더라도 연말까지는 단체장선거를 실시,완전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제난때문에 부득이 선거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정부여당의 설명에 대해 야당측은 『현재처럼 임명직 단체장들로 대선을 치를 경우 관권·행정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박하고 있다.

단체장선거문제를 둘러싼 야당측의 이같은 논리는 그러나 실제 내부전략과는 거리가 먼 「장식용」인 측면이 많다는 분석이다.

단체장선거 연내실시 관철이라는 다짐에 대해 야당내부에서도 그 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상당수 야당관계자들은 『현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잦은 선거를 달가워 하지 않고 있으며 야당이 강력히 우겨서 단체장선거를 실시해 보아야 오히려 야당만 부담을 안게 된다』고 털어놓는 실정이다.실제적으로 야당은 대선이전 또는 대선과 동시에 단체장선거를 치러낼만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개원에 앞서 단체장선거문제등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여당측에 「약속위반」이라는 부담을 지움으로써 향후 대선정국에서 유리한 명분을 확보하려는 정치공세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어차피 연내실시가 불가능해 보이는 만큼 대대적인 정치공세로 여당에 상처를 입히고 운신의 폭 또한 좁게 만들겠다는 속셈인 것이다.

이를 위해 야당은 현행 지방자치법에 의한 단체장선거공고 최종시한인 오는 12일까지는 국회를 공전시킨다는 내부방침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12일 이전에 국회를 열어 지자제법개정에 관한 여야협상을 시작하면 향후 여당측에 「법위반」시비를 제기할 수 없게 되므로 일단 12일은 넘긴뒤 「법위반에 대한 탄핵소추문제를 논의한다」는 명분으로자연스럽게 등원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그러나 야당측도 이같은 대여강경노선을 둘러싸고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장선거문제가 개원협상의 최대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벌써부터 『국회를 볼모로 삼는 구태의연한 정치공세가 재현되는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는 실정이다.

또 「대통령탄핵소추발의」등 야당의 정치공세가 대다수 안정지향세력들에게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지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지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따라 야당은 8일의 여야3당총무회담등 개원협상에는 계속 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당분간 시간을 지연시키는 작전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단체장선거를 둘러싼 야당의 강경자세에는 민주·국민당 각자 상이한 속사정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의 경우 김대중대표가 5일 부산 가야클럽간담회에서 『정국안정과 공면선거,그리고 민주주의성숙을 위해 단체장선거는 연내에 꼭 실시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데서 보듯이 단체장선거실시에 관한한 국민당보다는 더 절실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김대표로서는 이번의 단체장선거 연기가 정부여당의 「귀책사유」임을 분명히 해놓고 넘어감으로써 대선정국에서 대여공세의 호재로 활용할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총선기간동안 내내 재벌당이라고 비난했던 국민당과의 공조를 통해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하는 이유는 국민당을 부각시켜 대선전을 3파전구도로 이끌어야 한다는 다분히 실리적 계산이 작용한 것이라는 관측도 설득력을 갖는다.

국민당으로선 최근의 조윤형의원 탈당사태등으로 빚어진 내부위기를 대여강공으로 수습해보려는 의도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당은 또 민주당과의 공조를 통한 강경태도과시로 그동안 계속되던 「준여당」시비의 꼬리표를 떼어버리겠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이와관련해 국민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지난 4일의 야당총무회담에서 국민당측이 「우선 개원부터 해놓고 보자」는 주장을 한 것처럼 보도된데 대해 『우리가 온건하다는 건 잘못 본 것이다.두고보면 알겠지만 단체장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이번 국회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라고 말하는등 표면적으로는 강경입장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결국 이같은 두 야당의 복잡한 내부사정으로 인해 개원을 앞둔 정치공세가 더욱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인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장선거시기를 둘러싼 공방전이 계속되면 그 결과는 또 한번의 「국회무용론」으로 귀착되고 여야모두가 부담만 안게될 공산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당략에 집착한 정치공세에 매달리기보다는 여야가 상호 진지한 자세의 협상을 통해 현안을 풀어 나가야만 국민들의 「정치불신」이라는 공동의 아킬레스건을 다치지 않을 것이다.<윤승모기자>
1992-06-0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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