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도 험한 「유럽통합의 길」/박강문(특파원수첩)

멀고도 험한 「유럽통합의 길」/박강문(특파원수첩)

박강문 기자 기자
입력 1992-06-06 00:00
수정 1992-06-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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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국민의 마스트리히트조약 비준거부로 유럽은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다.지난해 12월 조인된 마스트리히트조약은 유럽공동체(EC)12개국의 정치·경제통합 시간표를 정한 것이었다.이 시간표가 제대로 지켜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음은 물론이다.결국 유럽통합은 회원국간의 보조 불일치 때문에 「다중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이와 함께 동유럽에서 보는 분열과 혼돈이 서유럽에서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일고 있다.

유럽 통합의 가장 적극적인 추진 세력인 프랑스에서는 이 조약비준을 위한 헌법개정을 하원이 결의했고 상원에서 토의중이었다.프랑수아 미테랑대통령은 지난 3일 갑자기 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발표했다.영국도 의회에서의 토의를 연기하기로 했다.덴마크 사태가 당장 몰고 온 결과이다.

프랑스와 독일의 지도자는 『유럽 통합을 확고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결의를 보였으나 이러한 사실 자체가 유럽 통합의 어려운 앞날을 뜻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유럽통합 노정에서 프랑스와독일을 중심으로 한 통합 적극파는 빠른 속도로,영국 네덜란드 등 신중파는 느린 걸음으로 나가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표현한 이른바 「다중속도 공동체」라는 말이 생겨났다.

유럽공동체는 회원국의 축출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 당장 덴마크가 회원 자격을 잃지는 않는다.덴마크 정부 또한 국민투표 결과와 관계없이 유럽공동체와의 관계를 지속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다른 회원국들을 상대로 마스트리히트조약의 수정을 위한 협상을 제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순번제 의장국인 포르투갈의 아니발 카바쿠 실바총리는 『덴마크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조약의 재협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했다.회원 자격 문제에 대해서는 포르투갈의 피네이루 외무장관이 『유럽공동체의 기본 목적을 받아들이지 않는 국가가 계속 회원자격을 지닌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그리고 신문들은 벌써 유럽 공동체를 뜻해오던 「열둘」이라는 말 대신 「열하나」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실질이야 어떻든간에 덴마크는 심정적으로 소외되기 시작했음을 볼 수있다.

덴마크로 말미암아 유럽공동체의 확대 전망도 불투명하게 되었다.오스트리아 핀란드 스위스 스웨덴에 대한 가입 토의가 내년에는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돼 왔으며 동유럽의 폴란드 체코슬로바키아 헝가리 등을 받아들이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었다.그러나 이런 계획은 이제 주춤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프랑스가 마스트리히트 조약 비준을 국민투표에 부쳐 만일 부결된다면 유럽 통합은 완전히 허물어질 것이다.현재로서는 가을에 있을 국민투표가 그렇게 우려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다만 현정부에 대한 인기도가 떨어지게 되고 극우파들의 반대 움직임이 먹혀들게 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도 있다.

마스트리히트조약에 따르면 93년부터 유럽공동체 역내 사람·물자이동을 자유화하고 1999년까지는 단일통화 사용,공동 외교및 방위에 도달하는 것으로 돼 있다.

통화단일화문제에 대해서는 독일안에서 반대하는 소리도 높아가고 있다.동서독 통일비용으로 혼나고 있는 터인데 다시 유럽 통합비용으로 희생당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공동 외교및 방위문제는 국가 주권의 포기라는 점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특히 일부 작은 나라들은 통합유럽의 중앙집권체제에 자국의 독자성이 함몰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으며 덴마크의 결과도 이런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크게 보아 덴마크의 이탈이 그동안 유지됐던 서유럽의 안정이 혼돈으로 바뀌는 또하나의 조짐이 아닌가하는 불안감도 표출되고 있다.런던의 국제전략 문제연구소 프랑수아 하이스부르 소장은 『서방 세계의 가치와 결속이 위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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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통합은 이상이며 이제는 이념과도 같다.그 실현의 길이 험난함을 유럽은 체험하고 있다.<파리>
1992-06-0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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