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사설)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서는(사설)

입력 1992-04-29 00:00
수정 1992-04-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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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입시제도가 적용되는 94학년도 대학입시를 앞두고 고교와 대학이 대결양상으로까지 치닫다가 급기야는 감정으로 치우친 반응까지 나타나는 현상이어서 많이 걱정스럽다.본고사에서 국·영·수를 부활하기로 한 일부 대학들의 처사에 반발해온 일선 고교에서는,그들의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자 고교교육에서 아예 입시교육을 방기하고 학교 밖으로 내몰려는 듯한 심산을 표출시키고 있는 것이다.물론 그것이 지극히 일부의 의도이고 많은 고교가 고교교육 정상화를 위해 보충 자율학습의 폐지나 학기중 학원 수강의 허용같은 입시교육의 개선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그런 의도가 오랫동안 버릇되어진 입시교육욕구를 불식하고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데 기여하게할지는 아직은 많이 의문스럽다.

그러므로 이와같은 결정이 끝내는 입시교육을 학원이나 개인과외에 전적으로 맡겨버리는 최악의 경우를 초래하게 만들지나 않을지 걱정스럽다.특히 학기중의 학원 수강 허용방침은 과거의 악성 경험을 되살아나게 한다.정규의 교실수업은 포기하고 웬만한 학생들 모두가 학원에서 입시교육을 준비하고 교사들 또한 학교밖의 과외 수업에 불법으로 몰두해오던 시기가 있었다.일부 고교에서의 급격한 「개선책」은 그때를 연상시키는 분위기가 보인다.

고교교육이 대학입시에 짓눌려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우리 교육이 안고있는 가장 큰 병폐이므로 하루빨리 개선되지 않으면 안된다.그러나 그런 일이 하루 아침에 개선될수 있는 일이라면 오늘과 같은 혼미에 빠져들지 않았을 것이다.일선 고교의 교장 교사들도 그것을 모르고 있지 않을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우 충격적이고도 혁명적인 방법으로 입시교육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한다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인 기미를 엿보게 한다.그런 방법은 교육적으로 옳지 않다.

이미 새입시제도에 따른 「본고사 특수」현상으로 엄청난 비밀과외와 기발한 변태과외가 성행을 하고 있고 온갖 방법의 점수 따기 아이디어가 창출되고 있는 형편이다.여기 곁들여서 고교에서의 무책임한 감정적 대응까지 겹쳐진다면 사태는 더욱 걷잡을 수 없게 될것이다.본고사에서 국·영·수 과목을 부활한 대학은 일부이고 그런 대학에 진학할 학생은 비율로 보아 소수이다.고교로서는 다수의 많은 학생들의 교육도 중요하다.또한 고교교육의 정상화는 고교가 주도해서 수행해야 한다.입시제도가 어떤 것이 되든 고교가 안게 되는 부담은 있게 마련이어서 항상 부작용은 있어왔다.그 가운데서 어떻게 고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가가 고교에 맡겨진 과제다.파행을 최소화시키는 노력을 끝까지 포기하지 말아야할 책임이 결국은 고교에 있다.

다만 일선 고교의 현실에 대해서 대학들은 좀더 사려깊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해둔다.본고사의 과목으로 다소 우수한 학생을 뽑아올수 있을지는 몰라도 파행적인 교육의 영향을 스스로 입고 들어온 학생들을 집중적으로 뽑아오는 결과가 된다면 대학교육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또한 대학에도 국가의 교육을 바로 잡는데 큰몫을 담당해야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깊이 인식해야 할 것이다.

1992-04-2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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