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비아냥을 당하고도…(사설)

이렇게 비아냥을 당하고도…(사설)

입력 1992-04-23 00:00
수정 1992-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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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한 주간지가 한껏 비아냥거리며 한국을 흉보고있다.한때 달려오는 한국인에게 은근히 뒷덜미를 잡힐 듯한 불안에 쫓기기도 했던 그들의 심리적 압박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매우 신이 나서 폄하고 냉소하고 연민까지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4천만이 한꺼번에 모멸을 당하는 느낌이다.더욱 괴로운 것은 그들의 지적을 거의 모두,우리가 부정할 수 없다는데 있다.어쩌다가 그렇게 너무 빨리 선진국병에 감염되었는가를 그들은 한탄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것에 절실하게 공감하고 있다.우리상품은 불량률이 높아 한국을 수입선으로 했던 모든 나라들이 지금은 70%를 중국등 다른 나라로 옮기고 있다.주요공단에 있는 제조업체는 한결같이 만성적인 노동력부족을 겪고 있다.그 때문에 공장가동률이 떨어져 88년에 89.2%였던 것이 91년에는 80.4%가 되었다.그래서 회사들의 규모를 줄이거나 기업들을 병합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그것이 사실이다.심지어는 노동력 부족을 메우기 위하여 외국인 노동자들이 진출하고 있는데 이들이 「어렵고」「더럽고」「위험한」일들을 대신해주고 있다.이런 현상은 선진국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뇌태벽이다.그런 증상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이 잡지는 이렇게 덧붙이고 있는 것이다.『한국은 1인당 국민총생산이 6천4백98달러로 일본은 물론 같은 아시아 신흥공업국인 대만 싱가포르보다도 훨씬 낮다』고.그들은 묻고 있다.한국은 왜 이렇게 빨리 선진국병에 걸렸는가,그리고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고.

정말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가.이런 수모스런 비아냥을 받고 있어야 하는 이게 우리인가.다른 나라도 아닌 일본에게서 이런 우세를 당하고도 우리는 여전히 속차릴줄 모르는 분수 없고 사려깊지 못한 나라인가.심지어 유행가까지 예로 들어가며 무력감에 빠져 헤어나지 못할 나라로 예측하고 싶어하는,이 고의적이라는 혐의가 다분한 평가절하를 계속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갖가지 핑계가 없지는 않다.가난이나 겨우 면한 주제에 부자가 되었다는 착각속에 부자처럼 흥청망청 놀아난 탓이라고도 하고 「민주화의 대가」라고도 말한다.그나름으로 다 이유가 될수 있는 말들이다.그러나 그 모두가 우리를 완전하게 합리화시킬 수 있는 이유들은 아니다.잘못되었음이 분명하다.이를 극복하는 길은 우리가 우리 본래의 근면함과 성실함을 되찾는 길 밖에 없다.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다.

사막 한가운데서 열사의 폭서를 이겨가며,한강의 기적을 이룬 잠재력을 지닌 나라다.올림픽이 역량이상이었던 일이 결코 부정적인 결과로만 나타나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자각도 내면으로지니고있는,필요하면 충분히 성숙한 생각을 발휘할수 있는 국민이다.

지금은 비록 외국기업조차 불건전한 우리의 소비행태를 꼬집을 지경으로 비판을 당하고 있지만 한번 마음을 다잡으면 지난날의 면모를 되찾을수 있는 국민이고 국가임을 우리는 스스로 의심하지 않는다.일본의 그 오만한 비아냥을 무심히 넘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그렇게하지 않으면 안된다.비상한 각오로 지금 바로 우리를 추스르자.
1992-04-2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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