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비상조치」 배경과 전망/부패 추방 앞세운 「정치쿠데타」

페루 「비상조치」 배경과 전망/부패 추방 앞세운 「정치쿠데타」

최병렬 기자 기자
입력 1992-04-09 00:00
수정 1992-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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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리,의회와 마약정책등 마찰/반정게릴라 기승에 사회불안 가중/“민주화 후퇴”반발 커 경제위기 심화될듯

5일 단행된 페루의 헌정중단및 의회해산조치는 극심한 민생고,좌익게릴라들의 테러 급증,마약밀매 번성등으로 국가관리에 위기를 맞고있는 알베르토 후지모리대통령이 의회와 사법부를 장악,자신의 통치력확대를 겨냥한 승부수로 볼수있다.

90년 7월 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취임한 후지모리대통령은 경제개혁 추진의 최대걸림돌인 인플레를 잡기위해 극도의 긴축정책을 추진,90년 7천6백50%에 달했던 인플레율을 지난해 1백39%로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그러나 초긴축정책의 결과로 초래된 극심한 경기후퇴는 2천2백만 전국민중 절반을 극빈생활자로 전락시켜버렸으며 대량실업사태를 야기,페루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게 됐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국 각지에서 반정부게릴라단체들의 테러활동이 극성을 부려 사회불안이 증폭돼왔다.지난 80년 민간정부가 들어서면서 활동을 개시한게 릴라단체인 「빛나는 길」은 이미 페루인 2만5천명을 살해했으며 현재 지방행정구역의 20%를 장악한 상태에서 활동영역을 수도 리마로까지 뻗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임에도 후지모리대통령의 「캄비오(개혁)90당」은 의회내에 상원 60석중 12석,하원 1백80석중 27석밖에 확보하지 못한 약체정권으로서 제반 정책추진을 군부의 지원과 대통령령에 의존해왔다.사법부 또한 정부가 붙잡아 넘긴 마약밀매자나 게릴라들을 석방,후지모리정부와 마찰을 빚는등 대통령의 운신폭이 극도로 제약을 받아왔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이같은 상황들을 바탕으로 페루언론들이 1년여전부터 예고해온 사태가 현실화한 것으로 지금까지 추진돼온 페루의 민주주의와 경제개혁은 중대한 시련을 겪게 됐다.

이번 조치가 무능한 의회를 물갈이하고 부패한 사법부를 재편,개혁정책 추진에 가속도를 줄 것이라는 그의 주장과는 달리 현재의 페루 국내외상황은 오히려 이 조치가 국내소요를 심화시키고 국제적 고립을 초래,경제파탄을 부채질하는 계기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야당지도자들은 후지모리대통령의 이번 조치를 쿠데타로 단정,국민불복종운동 전개를 촉구하며 투쟁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후지모리의 이번 강경조치는 주변국가들은 물론 페루가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하고 있는 미국·일본 등으로부터도 강한 반발에 부딪히고 있다.미국은 그의 발표 하루뒤인 6일 모든 경제·군사원조의 즉각중단을 선언했으며 일본도 페루에 대한 경제원조를 재검토하겠다며 위협하고 나섰다.이들 양국은 해마다 10억달러정도의 원조제공국으로 페루경제에 심대한 타격이 예상된다.

주변 남미국가들 역시 지난 2월의 베네수엘라 군부쿠데타 시도에 연이은 후지모리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80년대들어 싹을 틔우고 있는 이들 국가의 민주화 진전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조치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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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모리대통령의 이번 승부수는 당장은 관망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일반국민들의 태도와 외국의 압력이 어느 정도로 가해지는가에 따라 그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최병렬기자>
1992-04-09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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